인테리어

상업공간으로 자리 잡다! 2009 한옥 스타일

입력 : 2009.05.20 09:24

수정 : 2009.05.20 09:24

한옥이 하나의 인테리어 트렌드가 되면서 복원과 개조 등을 통해 다양한 상업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2009년식 한옥은 기본 틀은 살리되, 목적에 부합되는 공간으로 최대한 변화시키는 것. 여기에 다양한 감성을 더해 한국식 빈티지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한옥, 프렌치 레스토랑이 되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요리수업을 마치고 프랑스의 여러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셰프 최은용은 한국에 돌아와 프렌치 메뉴를 선보일 곳으로 한옥을 선택했다. 팔판동 130번지에 위치한 이곳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보이는데, ㄱ자 구조로 이뤄진 이곳 정원에 서면 오른쪽으로는 한옥의 정겨운 뒷간, 화장실을 만날 수 있고 맞은편에는 커피 마시며 광합성하기 좋은 툇마루가 보인다.


거의 폐허에 가까웠던 한옥을 새로 공사하면서 그 원형을 살리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 포용력이 큰 한옥은 어떤 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 찬 성질을 지닌 유리나 거울, 금속 등의 재료도 나무가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으로 모두 포용할 수 있다. 공사를 마치기까지 1년여 시간이 걸렸다는 이곳, 전체적으로 정갈한 분위기가 흐르는 샤떼뉴에서 최은용 셰프는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를 한다.

1 | 전통 한옥 상점의 좌판식 창문
문을 열면 좌판처럼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이 창문은 바깥에 있는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어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가 통하고,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공간인 셈. 덕분에 프렌치 레스토랑만이 아니라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이나 다른 상업공간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다.


2 | 주방을 가려주는 미닫이문  
한옥은 상업공간이냐 주거공간이냐에 따라 공간의 나눔과 창호의 응용이 달라진다. 주거공간일 경우 벽을 쌓고 칸을 만들지만 상업공간으로 바뀔 때는 소통과 개방을 위해 가림을 없애고 한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 주방과 홀의 분리를 위해 설치한 미닫이문은 생경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전통무늬 형태의 불발기무늬를 사용했다. 이 문은 주방의 소음과 음식 만드는 과정을 가려주는 가리개 역할을 해준다. 

3 | 12평의 실내를 넓어 보이도록 하는 통유리
전체 평수가 작기 때문에 테이블을 여러 개 놓을 수 없는 상황. 인테리어를 맡은 북촌 HRC 김장권 대표의 말을 빌리면 주거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단열보다 보여주는 것에 힘을 실었다고. 조금이라도 더 넓게 보이면서, 바깥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또 하나의 뷰를 제공하는 쇼윈도의 역할까지 해주는 곳이 바로 이 통유리. 막힘 없이 시원해 보이는 이 통유리를 통해 채광에도 욕심을 냈다. 


4 | 편리함이 가미된 전통 한옥으로의 회귀
반 이상 가라앉아 있던 한옥 공사는 원형 복구에 중점을 두었다. 한옥의 형태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이 공간을 탄생하도록 만든 것. 대신 상업공간인 점을 감안해 바깥에 위치한 화장실은 최대한 현대식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도록 했고, 바닥 마감재는 에폭시로 마무리했다. 마당은 나무로 마감해 테라스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주었다. 툇마루는 테이블이 세팅되기 전 손님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아랫부분에 조명을 두어 밤이면 은은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옥,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가 되다

양옥보다 한옥이 자연스러운 북촌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낯선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좁은 대문과 높은 담으로 안을 감쌌던 한옥의 벽을 과감히 터서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곳, 지나가는 사람 열이면 열 모두 다시 뒤돌아보게 만드는 곳…. 인테리어 사무소 언아더 디(Another D)의 마당이 바로 그곳이다.


갤러리나 카페로 오해받기도 하는 이 공간에서 김경민 실장과 정세영 실장 그리고 스태프들은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고 미팅을 하고, 그러다 볕이 좋은 날엔 햇빛을 즐긴다. 가로수길에 있던 사무실을 한옥으로 옮기면서 더 말랑한 감성을 선물 받은 것은 좋지만 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고. 확실히 한옥에서 일하면서부터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그들. 한 가지 더 귀띔하자면 이곳에서 미팅을 하게 되면서 사무실이 주는 특유한 분위기 때문인지 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고.

1 | 하늘이 비치는 마당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반해 마지않는 이 앞마당에는 사각 틀을 만들어 물을 받아두었다. 비가 내리면 빗물 떨어지는 모습이, 눈이 오면 눈이 수북하게 쌓인 모습이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나뭇가지는 그 풍경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오브제. 사각 틀 주변에는 나무로 깎아서 만든 물고기를 두어 포인트를 주었다. 앞마당은 이 집을 지키는 슈나우저 종인 소리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이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시 한 편이 절로 나온다. 


“another d의 d는 dream, design을 뜻한다. 정신없는 서울 한복판, 조용하게 시간이 흐르는 이곳에서 그들의 꿈을 위해 새로운 공간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꾸미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무실을 한옥으로 옮기고 나서는 확실히 불편함 보다는 편함이, 잃은 것 보다는 얻은 것이 많다”


2 | 복도식으로 구성된 사무실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몇 가지 그들만의 법칙을 만들었다. 최대한 한옥을 변형시키지 않을 것. 하지만 실내에 있던 4개의 벽을 허무는 것은 불가피했다. 칸이 많이 나뉘어진 한옥을 오피스 공간으로 사용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했던 이 작업 덕택에 길게 뻗은 사무실을 갖게 되었고 김경민 실장과 정세영 실장은 마주보고, 그러나 멀리 떨어져 각자의 책상을 두게 되었다. 낮게 설치한 선반을 책장으로 활용하는데, 선반 아래는 또 다른 수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둔 것이 특징. 책장 위는 선반으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하얀 벽면은 프레젠테이션 때 스크린 보드로 활용되기도 한다. 어떤 것을 붙여 놓아도 어색하지 않도록 화이트 컬러를 선택했다. 

3 | 커다란 갤러리 윈도
최대한 한옥의 형태를 그대로 두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닿는 곳에는 커다란 창을 내 정겨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세영 실장 자리 뒷면의 긴 창을 통해 보는 인왕산은 맑은 기운을 불어넣어주는데, 첫눈 내릴 때 감동적인 뷰를 선사한 곳이기도 하다. 좁은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렇게 길게 낸 창이 양쪽에 있기 때문.


4 | 주방을 화장실로 변형
한옥의 단점인 거실과 최대한 멀리 두는 화장실을 언아더 디는 사무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주방이 있던 자리의 자그마한 창문을 그대로 살려두고 최소한의 것만 변형시켜 아늑한 화장실로 변신.

한옥, 오프라인 스토어·사무실이 되다

그루의 콘셉트는 ‘소통의 공간’이다. 전체 콘셉트를 담당했던 이경래 디자이너의 말에 의하면 페어트레이드가 나라와 나라, 소비자들 간의 소통이기 때문에 이곳 역시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놀러와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페어트레이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소통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예전에 식당이었을 때의 한옥은 디자인이 진부해서 한옥의 예스러운 향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았다.


한옥을 돋보이게 하려면 어설프게 예스러운 공간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믹스하는 게 오히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올드 앤 뉴의 조화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칸마다 작은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는 한옥의 특성 때문에 처음 예측한 디자인이 적용될 수 없어 철거를 하면서 수정작업을 거쳐야 했던 것.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현장에 있는 자재를 최대한 사용하고자 했던 디자이너의 바람 때문에 모든 디자인을 현장에서 수정하는 일이 많았고, 그렇게 45일에 걸친 공사 끝에 만날 수 있게 된 곳이 바로 이 그루다. 

1 | 전선이 연결된 사무실 천장
어렸을 때 한옥에서 자랐다는 이경래 디자이너. 마루에 누워 천장을 보면 나무와 흙으로만 이뤄진 서까래에 노출되어 있던 빨강, 노랑의 전선이 눈에 띄었다. 집 앞 전봇대에서 연결된 이 전선이 인상적이어서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재현했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예전엔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이기도 하다. 천장의 전체적인 느낌을 고려해 위치를 정하고 디자인했다.


2 | 오프라인 숍, 그루
그루 매장은 옷, 도기,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들을 한꺼번에 전시해야 하는 공간이다. 이 모든 것이 특별한 장치 없이 숍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비결은 오프라인 숍이 한옥이기 때문. 옷걸이를 걸어두는 나무 막대나 숍 안에서 보조 의자 역할을 하는 나무 밑동은 정겨운 느낌을 주는 아이템.

3 | 마당에 탄생된 창고
생활하면서 점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그루 가족들은 마당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었다. 미싱과 각종 옷감들을 쌓아두고 작업을 하거나 회의를 할 때 요긴하게 사용되는 이곳은 처음에는 계획된 것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4 | 새롭게 더 낸 두 개의 문
토털 패션회사인 그루는 사무실, 물류실, 디자인실, 오프라인 숍, 다용도실로 구성되어 있다. 사무실과 디자인실은 한 공간으로 묶었고 물류실은 물건의 유입, 발송을 고려하여 창고와 연결시킨 별도의 출입구에 배치했다. 오프라인 숍은 소비자와 가까이 위치해야 하므로 현재 골목길에 눈에 띄도록 크게 만들었다. 인테리어는 결국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므로 장식성보다 기능에 맞는 동선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5 | 환풍을 통한 습기 제거
예전에 식당이었을 때 바닥에 깔아둔 보일러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여 겨울 난방을 해결했고, 여름에는 개방감이 많은 한옥의 장점을 살려 바람의 이동이 자유롭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흙벽이 아닌 게 아쉽지만 환풍과 천장을 통해서 습기가 제거되니 쾌적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대부분 사람들은 외기 차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외기 차단보다 더 중요한 게 습기 제거다. 습기가 더위와 추위를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 여성조선
   진행 이미정 기자ㅣ사진 강현욱·방문수·김영
   장소 샤떼뉴(02-736-5385), 그루(02-739-7944), 언아더 디(02-546-4225)
   도움말 북촌HRC(02-742-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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