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한푼도 안올랐다고?

    입력 : 2008.03.10 22:19

    통계청 발표 물가 "못 믿겠다"

    택시비 가장 비싸다던 천안 알고보니 담당자 해석 잘못
    대표업체 몇곳만 전화 조사 물가현실 제대로 반영못해
    국제유가 날마다 오르는데 "기름값 내렸다" 발표도

    서울 도심에서 택시로 5㎞ 가는 데 4700원, 천안 도심에선 같은 거리에 6200원.

    통계청이 조사해 '소비자물가 조사월보(月報) 1월호'에 게재한 내용이다. 조사월보는 천안 택시비를 전국 38개 도시 중 가장 높다고 기록했다. 서울보다 1500원, 전주·군산·남원(3900원)보다는 60% 가까이 비쌌다. 천안 시민이라면 의아하고 분통터질 일이다.

    조사월보는 통계청이 38개 주요 도시의 48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해 매달 발간하는 공식 문서다. 이 문서의 수치를 바탕으로 정부는 소비자 물가지수를 산정하고, 각종 정책의 기본 자료로 삼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계청의 택시비 통계 자체가 틀렸다. 천안시에 확인해 보니, 5㎞ 택시비는 5100원으로, 서울보다 약간 비싼 수준에 불과했다. 통계청도 잘못을 인정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워 놓는 택시요금 고시(告示)를 보고 택시비를 계산했는데, 담당자가 고시를 잘못 해석해 계산을 틀렸다"고 해명했다. 천안의 현행 택시비 요금 고시가 나온 것은 2006년 6월인데, 그동안 통계청은 지자체에 확인 한 번 해 보지 않고 인터넷에 의존해 엉터리 통계를 내온 것이다.

    택시비뿐 아니다. 국가 물가통계의 기초가 되는 원(原)자료 가운데는 천안 택시비처럼 실제와 동떨어진 것이 적지 않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體感) 물가와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표 물가간 괴리가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4개 중 1개는 전화로만 조사

    통계청 조사월보에 따르면, 지난 1월 38개 도시의 케이크 값은 한 개(800~900g)에 모두 1만9000원이었다. 수많은 메이커·종류의 케이크 중 통계청이 유명 제과업체 케이크 중 한 품목만 정해 놓고 조사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통계청 조사에선 케이크 가격이 2005년 6월 이후 33개월 동안 전혀 오르지 않았다. 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통계청이 조사대상 품목의 대표 업체 한두 곳에만 전화로 조사하는 품목이 전체 489개 중 113개(23%)에 달한다.

    그동안 조사하던 품목이 갑자기 생산 중단되면 어떻게 대처할까? 일단 가격과 품질이 다른 품목으로 조사 샘플을 교체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11월 통계청의 원피스 조사 샘플은 29만8000원짜리에서 9만9000원짜리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조사해 왔던 원피스 샘플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계청은 그달 원피스 물가를 '변동 없음'으로 계산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의류처럼 품질 비교가 어려운 공산품인 경우, 조사 샘플 자체가 바뀌어도 가격 변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표현대로 하면 "바뀐 샘플의 가격 차이는 품질 차이 때문이므로, 가격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는 '지수 접속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런 조사방식 때문에, 통계청 조사에선 여자 바지가 2006년 5월부터 22개월째 가격 상승이 없었다. 블라우스 값은 58개월 동안, 브래지어 값은 41개월 동안 가격이 제자리다.

    ◆유가급등 속에서 "기름값 내렸다"

    조사월보에 따르면 1월 중 금반지(순금 3.75g)가 가장 비싼 도시는 천안(13만원), 가장 싼 곳은 서귀포(10만1700원)였다. 같은 순금반지인데 3만원이나 차이 나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시의 모든 금방을 조사할 수 없어 도시당 가게 세 곳 정도를 정해 놓고 조사하는데, 싸게 파는 곳이 걸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귀포의 대형 귀금속점에 문의했더니 가게 주인은 "1월에는 금반지 한 개에 12만원 정도에 팔았다"면서 "(통계청 조사대로) 10만원에 파는 가게가 있었다면 내가 다 사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계청은 지난 2월의 휘발유 가격이 0.2%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경유(-0.2%), 자동차용 LPG(-0.1%)도 조금씩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급등하는 기름값에 신음하는 소비자의 체감 가격은 정반대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한국석유공사는 휘발유(1.69%), 경유(0.06%), 자동차용 LPG(0.01%) 모두 조금씩 오른 것으로 조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빚어질까. 통계청은 한 달에 세 번 전국 150개 주유소를 조사하는 데 반해, 석유공사는 1주일에 한 번씩 전국 1만2000개 주유소 중 9.2% 정도인 1100개 주유소 기름 가격을 조사한다. 두 통계의 표본 수 차이는 7.3배다. 결국 통계청의 표본이 충분치 않아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원래 데이터인 '조사월보'가 허술하면 이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물가 상승률이 허술해진다. 통계청 관계자는 "좀 더 많은 표본을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주어진 여건 하에서 물가 통계가 최대한 현실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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