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상속부자 … 일본은 장인·미국은 창업부자

      입력 : 2008.07.14 09:05 | 수정 : 2008.07.14 09:05

      한·중·일·미 3대 부자 집중 비교

      한편에서는 스티브 발머가 MS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할 경우에는 빌 게이츠가 컴백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회사 설립자들은 회사의 영광을 회복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구세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때 은퇴했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클 델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다시 돌아왔다.

      작은 화투 제조 기업을 수십억달러의 비디오 게임기 회사로 성장시킨 일본 최고 부자인 야마우치 히로시에 대한 평가도 썩 좋지만은 않다. 닌텐도는 야마우치 히로시 개인의 고집대로 운영해 나가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야마우치 히로시의 단독 결정으로 운영돼 일본 기업의 사생아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였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악독한 제왕적 스타일’로 불린다. 1949년 유일한 가족 멤버로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 그는 걸림돌이 되는 임직원은 무차별적으로 해고해 누구도 그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상품을 결정할 때도 그에게 어필하는 것과 시장에 대한 육감으로 혼자서 결정하기 일쑤였다.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워렌 버핏의 집. 50년 전인 1958년 3만1500달러에 구입해 지금까지 살고있다. 현 시가는 71만 달러, 세계 최고 부자의 집 치고는 초라한 편이다.(위)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건희 전회장의 자택. 공시지가 95억 9000만원 .(아래) / 이기원 조선일보 기자
      그럼에도 그는 53년간 닌텐도를 이끌 수 있었다. 이는 비디오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없었지만 소비자들이 미래에 원하는 것을 알아채는 직감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보다는 디자인이나 예술성이 비디오 게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창의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3개의 리서치 그룹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했다.

      그는 2002년 53년간의 ‘장기경영’에서 손을 떼고 40대 초반의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의 퇴진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게임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사고를 갖춘 젊은 경영인으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 5대 부자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을 보유한 재벌들이라는 것. 자수성가한 것이
      라기보다는 부의 상속으로 부자가 된 케이스다. 또 부자문화가 아직은 정착되지 않아 그나마 부자문화를 형성해 가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가장 패쇄적인 문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순히 돈만 있다고 유유상종하지 않는다. 사람을 사귈 때도 집안 배경과 학력, 사회적 지위를 까다롭게 따진다. 나름의 계급의식이 있고 품위와 합리성을 중요시한다. 재벌간 혼맥이 얽히고설킨 것도 이 때문이다.

      홍승모 기자

      한동철 부자학학회 회장

      “부자 바라보는 곱지 않은 정서 고쳐야”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부자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부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국내 부자학 최고 권위자인 한동철 부자학학회 회장(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부자에 대한 사회의 이중성이 가장 큰 문제라며 법을 지키고 양심에 따라 부자가 됐다면 그의 재산이 수조원에 달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부자가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지만 우리는 비난의 대상입니다. 부의 축적과정이 정당하지 못하고 생활방식이나 상속방식도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 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부자에게 물건을 파는 ‘부자 마케팅’을 공부했고 외환위기 이후 5년여 동안 국내 기업체의 자문역을 맡으면서 수천 명의 부자를 만났다. 그는 올해 안식년이라고 하지만 거의 매일 7시면 학교에 출근한다. 자신이 지난해 세운 한국부자학학회의 활동과 관련된 사업을 처리해야 하며, 아시아학회와 세계학회 창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부자학회는 회원, 학계 인사, 기업·금융회사 임직원 등을 포함 각계각층의 전문가 1000여 명이 가입해 이미 만만치 않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는 학회를 통해 존경받는 한국형 부자 모델의 발굴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좋은 부자, 나쁜 부자가 있을까. 그는 가지고 있는 부를 나눠줄 수 있는 부자가 좋은 부자라고 말했다. 부자들은 돈을 벌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사회에 부의 일정부분을 환원해야 하며 부자들은 돈을 쓰는 것에도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경주 최 부자’를 한국형 존경받는 부자 모델로 꼽았다. 경주 최 부잣집은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명가(名家)다. 부자가 3대를 넘기기 힘들다는 옛말처럼 부를 지키기는 더 어려운 법. 하지만 경주 최 부잣집은 무려 12대에 걸쳐 만석꾼 집안의 영예를 누렸다. 그는 최 부잣집이 오래도록 부를 쌓고 존경받은 데는 ‘부자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집안에는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마라’, ‘만 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등 모을 수 있는 재산에 한계를 뒀습니다. 또 ‘흉년에 땅을 사지 마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이 있었습니다. 남이 잘 돼야 나도 잘 산다는 상생의 지혜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기 때문에 300년 넘게 부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부자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부자학 박사’는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예전에 5년 정도 5개 기업체의 경영자문역을 하고, 부자학 강의가 많을 땐 수입이 꽤 됐습니다. 그땐 번 돈으로 직접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요즘은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고, 운용은 금융기관에 맡겨두고 있습니다.”(그는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는 끝까지 함구했다.)

      그는 비영리단체 등에서 강의를 통해 버는 돈은 전액 부자학회에 기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저소득층 지원단체 등에 3000만∼4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 이코노미플러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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