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독재 권력 곁으로 가는 까닭

      입력 : 2008.07.23 09:52 | 수정 : 2008.07.23 09:52

      엄청난 돈과 반대 의견 묵살…
      마음껏 초대형 건축물 공사

      자유 없는 사회의 스카이라인은 소련의 끝없는 회색 아파트 건물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대담한 디자인이 가장 자유가 부족한 나라의 스카이라인을 뒤바꾸고 있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야심 찬 계획을 현대 독재국가로 가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는 세계적 건축가로 베를린의 유대박물관, 덴버 미술박물관의 전향적인 확장 건물을 설계했고, 세계무역센터의 종합기본계획을 짠 사람이다. 그는 모든 곳에서-거의 모든 곳에서-일한다. 몇 년 전 그는 내게 중국에서는 절대 일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1946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무능한 공산당 지도자 블라디슬라브 고물카 정권 아래 살았다. 그가 일당 국가를 무시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건축 의뢰인 문제에 대한 리베스킨트의 도덕관념은 지난 2월 벨파스트에서 한 연설에서 전체주의 정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축가들을 비판함으로써 비로소 드러났다.

      “나는 건축가들이 좀 더 윤리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들이 아무데서나 일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 장소, 그 집, 그 땅이 누구 것인지, 공공 절차를 밟았는지 알 수 없다.”

      리베스킨트는 왜 이제야 입을 열었을까? 건축가와 건축주와의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이름난 건축가들은 민주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나라로 떼를 지어 몰려갔다.

      현재 세계에서 초대형의 대담한 건축물의 공사 현장은 러시아, 중국, 페르시아 만 국가들에 있다. 공개적인 의사 결정, 지역사회 의사 반영, 공명선거-아니면 어떻든 선거 그 자체라도-등이 경제성장, 지도자의 축재 같은 문제보다 뒤로 밀리는 곳이다.

      중국은 그 어느 곳보다 끌리는 곳이다. 초대형 건물 건축 붐과 집권당의 위신 세우기가 결합하면서 중국은 유명 해외 건축가들의 경연장이 되었다.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중국 관영 텔레비전(CCTV) 본사 건물, 스위스에 기반을 둔 헤르조그 앤 데뫼론(Herzog & de Meuron)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의 세계에서 가장 큰 건물인 베이징 국제공항 신청사 등이다.

      아부다비의 문화·교육개발 프로젝트 청사진. 프랑스 루브르(Louvre) 박물관 사상 최초의 해외 분관.
      베이징 국제공항 신청사는 결국 모스크바에 있는 포스터의 또 다른 거대 구조물에 따라잡힐 것이다. 크리스털 아일랜드라고 명명된,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도시 안의 도시’는 2014년 완공 예정이며, 노만 포스터가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몇몇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이주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고질적 인권 문제로 거론되는 걸프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로 돌리고 있다. 미국 SOM(Skidmore, Owings & Merrill)이 설계한 버즈두바이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며, 다양한 쿨하스 프로젝트가 있고, 건축계 슈퍼스타인 타다오 안도(Tadao Ando), 프랭크 게리(Frank Gehry), 자하 하디드(Zaha Hadid), 장 누벨(Jean Nouvel) 등은 아부다비에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 지구를 만들고 있다.

      영국계 이라크인, 하디드는 또한 오일머니를 좇아 아제르바이잔 문화센터를 설계했는데, 아제르바이잔은 프리덤 하우스나 휴먼 라이트 워치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한 나라다. 게다가 그 문화센터는 전 KGB 관료로서 석유가 풍부한 중앙아시아의 이 공화국을 철권 통치하다가 2003년 사망한 헤이다르 알리예프(Heydar Aliyev)의 이름을 딸 것인데, 그의 아들 일함(Ilham) 역시 아버지를 따라 흉내만 낸 자유선거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충성스러운 하디드는 작년에 알리예프의 묘지에 헌화했다.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3터미널
      건축가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곳

      건축가들이 권력과 이중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은 아니다. 권력자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맨해튼에서든 두바이에서든 싱가포르에서든 대형 건물은 한마디로 의지의 표현이다. 그 의지는 의뢰인의 것이고, 그 의뢰인이 개발자든, 박물관 관장이든, 독재정권이든 개의치 않는다.

      건축가들이 선호하는 건 엄청난 돈을 감당할 수 있고, 반대 의견 따위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한마디로 두려움을 모르는 의뢰인이다. 에미르나 블라디미르가 마음대로 지배하는 곳에서 즉, 현금이 넘치고, 야망은 끝이 없고, 반대 의견은 경찰이나 감옥이 알아서 처리해 주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혹적이겠는가.

      올림픽을 겨냥해 세계 최대 규모로 탈바꿈하는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3터미널의 조감도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를 예로 들어보자. 스코틀랜드 건축 기업 RMJM은 작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새 가즈프롬 타워 설계를 따냈다. 친절히 설명하자면 가즈프롬은 푸틴이 낙점한 후계자이자 러시아 새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회장으로 있던 거대 천연가스 기업이다.―기록을 보면 그 설계 공모전에 다니엘 리베스킨트도 참여했다고 한다.

      옥타센터(Okhta Center)라고 불리는 새 건물은 그 건물의 3분의 1 높이의 한 종탑이 현재 가장 높은 건물인 동시에 1300피트 높이로, 러시아 국내외의 반대를 누르고 지어진다. 새 타워 건축을 반대하는 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축가 조합, 국립 에르미따쥐 박물관(State Hermitage Museum), 유네스코 등 저명한 단체들인데, 이 도시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한다.

      1 · 2
      • 보도자료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