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미 싱글과 연애

‘여성용 포르노’ 존재 이유

입력 : 2009.04.21 08:52 / 수정 : 2009.04.21 08:52

“왠지 애무가 좋아”… 스토리 있는 영상물에 여자들 더 흥분

김경희 코넬여성비뇨기과 원장

성기능 장애를 다루는 비뇨기과에는 포르노를 포함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는 비공개 방이 있다. 쉽게는 남성들의 정액 채취를 수월하게 돕기 위함이고, 직접 성행위를 하는 중간에 성기반응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여의치 않으니 시각적 자극으로 발기를 유도하거나 여성의 성적흥분을 유도한 후에 외성기의 혈류량을 측정하는 등 각종 검사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기존의 포르노물을 이용하면서 늘 불만스러웠다. 정말 허접하기 이를 데 없어서다. 언제나 남성 중심적인 삽입 위주의 가학적 하드코어 포르노가 주류인지라, 간혹 검사를 하면서 여성들이 실제로 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지, 불쾌감에 치를 떨거나 놀라서 혈류가 증가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신의 성감대가 어딘 줄도 모르고 성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여성들이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 시청각 자료를 활용할 때가 있다. 섹스의 즐거움을 환기시켜주려는 의도다. 문제는 기존 포르노로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용 포르노가 존재한다.

포르노면 포르노지 뭐 여성용이 따로 있냐고 굳이 공격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 여성용 포르노에서는 남녀 배우들의 체형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남자 배우들은 페니스가 지나치게 크지 않으며, 여자 배우들의 가슴 크기도 적당하다. 한마디로 현실적이다.

펠라티오 장면의 비중만큼이나 커닐링구스 장면도 많고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방법이 다양하고 애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섹스가 꼭 삽입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준다. 카메라가 항상 성기를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기존 포르노와 차별성이 부각된다. 불감증이라며 어떻게 느끼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이런 소프트한 영상물은 상당히 도움이 된다.

성 전문가가 섹스 트러블을 겪는 커플들에게 포르노를 함께 보라고 조언하기도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무책임한 조언이 될 수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잘 알아서 수용해야한다. 그런 영상을 접할 준비가 전혀 안된 여성이 그것을 보며 혐오감을 느끼는 역기능이 생길 수 있고, 남성의 입장에서는 숨겨둔 교과서 같은 자신의 세계에 여성이 끼어드는 것이 영 불편할 수도 있다.

흔한 포르노물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애널섹스, 정액 먹기 등의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흥분은커녕 오히려 기분만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동의한다면 성행위 패턴은 무조건 자유로운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성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여성들에게는 포르노가 오히려 섹스에 대한 반발심과 죄의식을 키울 수 있다.

포르노의 성적 판타지는 전적으로 남자들만의 성적 판타지다. 무신경한 포르노를 보고 배운 남자들은 펠라티오를 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의 머리를 붙잡아 더 깊숙이 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또 질 속에 페니스가 아닌 주먹이나 이물질의 삽입을 시도하거나 싫다는 파트너를 붙잡고 항문섹스를 시도하면서 그런 행위가 보통의 여자들에게 얼마나 불쾌한 행위인지를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사람마다 고유의 식성이 있듯이 섹시한 영상에는 확실히 기호라는 것이 있다. <베티블루>에 전율하기도 하고 <모넬라>와 같은 페티시 영상에서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한다. 지극히 성기 지향적인, 즉 남녀의 성기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상물에만 탐닉하며 다른 것은 지루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선호도에는 반드시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평균적인 성향이란 것이 있다.

여성은 대개 스토리를 가지는 쪽에 성적 자극을 더 받는 편이고 남성은 아무래도 노골적인 섹스나 성기 집중조명의 포르노에 더 혹하게 마련이다. 포르노가 아무도 모르게 자기 혼자 즐기는 개인적인 쾌락의 일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성도 남성과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포르노를 즐겨 보고 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남성이 여성의 나체와 섹스장면을 보면서 남성 특유의 에로판타지를 키우듯 여성들은 남성에 대한 환상을 로맨틱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소 비현실적인 여성 관점에서의 판타지를 즐긴다.

시민단체나 여성단체에서 포르노가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우려해서 포르노 퇴치운동을 벌이기도 하는데 실제 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문명이 시작된 시점부터 질기게 이어져 내려온 본능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포르노를 일시에 근절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포르노가 남성들의 욕구에만 충실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회의 이중적인 잣대에서 비롯된 인권침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포르노 퇴치운동’과 같은 표면적인 시위성 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남성들이 성장하면서 접한 포르노들이 자신들의 성정체성은 물론 여성 집단이나 한 개인으로서의 여성을 인식하고 관계를 맺는데 일정부분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것이 성적 판타지뿐만 아니라 성 교본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면, 보편적인 포르노들이 남성 판타지를 만족시키기 위해 오로지 사정의 쾌감으로 귀결하고 삽입섹스의 집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성의 오르가슴과는 무관한 이미지 배열로 남녀가 서로 소통하는 섹스를 무시하고, 한쪽 성의 관점에서만 치우쳐 성기와 그 주변 피부결 하나하나까지 보여주며 시각적 사실성의 과다공급을 시도한 바 은근한 섹시함이나 진정한 에로티시즘을 짓밟았다는 데서 참으로 죄가 중하다.


/  이코노미플러스
   김경희 코넬여성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