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금시장을 잡아라 전 세계가 ‘아프리카 러시’

      입력 : 2010.02.24 08:55 | 수정 : 2010.02.24 08:55

      Interview ‘아프리카통’ 정해정 MK인터내셔널 회장

      “진심어린 파트너십으로 장기 협력관계를”
      아프리카는 ‘틴에이저’…20년 후엔 ‘골리앗’ 될 수도

      정해정 MK인터내셔널 회장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아프리카통(通)으로 꼽힌다. 그는 1983년부터 30년 가까이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펼쳐왔다. 플랜트 엔지니어링·건설, 무역·제조 등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UN 국제 활동 프로그램에도 오래 관여했다. 한국·나이지리아 경제인협의회 회장, 주한 시에라리온 명예영사, 아시아·아프리카 경제회의 공동의장 등을 맡아 민간 경제외교 사절로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에게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처음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시작한 1983년 무렵에는 그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라고는 저를 비롯해 ㈜대우·삼해어망·국제상사 등 4개 기업밖에는 없었어요. 당시에는 아프리카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지요. 외교관이나 코트라 직원들도 서로 가지 않으려고 했던 ‘불모지’였지요. 그러다 보니 민간기업이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했습니다.”

      정 회장은 아프리카 진출 초기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는 한국에서 아프리카에 가려면 항공편을 여러 번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50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혼자 모든 것을 개척해야 하는 외로움이 컸다. 정부도, 기업도, 국민들도 아프리카를 무시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소위 ‘자원 바람’이 불면서 요즘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구애하고 있는데, 솔직히 현지인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들은 속으로 ‘언제부터 우리를 그렇게 중시했냐’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색안경’을 끼고 한국인을 볼 때가 많습니다.”

      정 회장은 아프리카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파트너십’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든 외교든 아프리카인의 공감을 얻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감비아 대통령과 담소 중 파안대소하는 정해정 회장(위). 기니의 한 철광 광산 앞에서 현지 스태프와 함께.

      “흔히 그들을 ‘바보’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빈곤하게 살다 보니 돈이 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나름의 뚜렷한 주관과 전략이 있어요. 그것을 간과해서는 성공할 수 없어요. 정부나 기업들도 아프리카와 관련된 의견을 표명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정 회장에게 아프리카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1년에 절반가량은 아프리카에서 보낸다. 30년 가까이 공을 들인 만큼 인맥도 매우 두텁다. 젊은 시절 교분을 나눴던 지인들이 이제는 대통령이나 관료 등 아프리카 최고 엘리트로 자리잡은 경우도 많다. 그래서 현지 지인들은 그를 ‘갓 파더’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현지 국가 대통령들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한국에 대해 ‘정권이 바뀌면 일관성이 끊어지는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뭔가를 함께 도모하기가 곤란한 나라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정부에 아프리카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으려면 이런 큰 걸림돌부터 없애라는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

      즉 아프리카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정 회장의 조언인 셈이다. 일시적인 유행과 바람에만 편승하면 상대와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뿌리내리고 오랜 기간 현지인들과 교감하며 사업을 펼쳐 온 그의 말이기에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정 회장은 요즘 세계적인 아프리카 러시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강대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적극 진출하고 있는 터라, 우리의 미래 시장을 몽땅 경쟁국들에게 뺏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는 정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것은 민간교류 활성화라고 지적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민간 차원의 투자 및 협력 사업이 상당한 비중으로 진행돼 왔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차원의 선린우호 관계가 서로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저는 아프리카를 ‘보물섬’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인력의 잠재력은 막대합니다.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유럽 등 해외에서 유학한 엘리트들이 정치·경제에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이제 많이 깨어났어요.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저는 향후 20년 정도 후에는 아프리카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경제의 주축으로 나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합니다. 한국이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어 ‘중년’에 이르렀다면 아프리카는 ‘틴에이저’ 대륙이에요.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배려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플랜트 건설 분야 - 삼성엔지니어링

      북아프리카 상륙 성공… ‘남진’ 깃발 올린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소나트랙의 알제리 스키다 프로젝트 계약식.

      지난해 7월 삼성엔지니어링은 아프리카 건설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북아프리카의 자원 부국 알제리의 국영 석유회사 소나트랙이 발주한 26억달러 규모의 스키다(Skikda) 정유시설 현대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 당시 단일 플랜트 수주로는 국내 업계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다. 스키다 정유시설은 알제리 최대 플랜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자재조달·시공에 이르는 모든 프로젝트 과정을 일괄 턴키방식으로 수행한다. 이른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프로젝트 분야에서 뛰어난 사업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업체들만이 가능한 게 바로 EPC 방식이다. 특히 플랜트 EPC 분야에서는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3대 세력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 회사 강석윤 과장은 “스키다 프로젝트 수주전에는 유럽·일본의 EPC 업체들도 뛰어들었지만 그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사업을 수행하면서 쌓아 올린 평판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UAE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다. 이른바 ‘미나(MENA: 중동 및 북아프리카)’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는 일선의 교두보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은 ‘저비용 고효율’의 거래처로 명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정확한 공기(工期) 준수, 고객 요구의 충분한 반영 등을 무기로 유럽이나 일본 기업들보다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최근 수년간 20여 개 플랜트를 단 한 번의 납기 지연도 없이 완공하는 사업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알제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원 부국이다. 원유 매장량은 14위, 가스 매장량은 8위다. 최근에는 자원개발 붐이 일면서 인프라 관련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인 소나트랙이 연간 발주하는 공사 물량만 해도 200억달러에 이른다. EPC 업체들로서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황금시장이다.

      스키다 정유시설.

      삼성엔지니어링은 알제리 스키다 프로젝트를 통해 사실상 처음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지역적·문화적으로 가까운 편이어서 중동에서 쌓은 평판이 아프리카 공략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난관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지역은 친(親) 유럽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배 기간 동안 나름대로 아프리카 발전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 친밀감의 배경이다.

      특히 북아프리카 지역은 프랑스 식민통치의 유산이 남아 있어 불어가 널리 통용된다. 영어 사용에 익숙한 한국 기업들로서는 언어 문제가 난점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제리에서는 계약서도 불어로 작성하고 현지인들도 불어를 사용해 언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인을 고용하는 데도 곤란한 점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문화적 이질성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으로 북아프리카 공략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물론 ‘아프리카 스터디’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본격적인 남진(南進)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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