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합법인가, 불법인가?

    입력 : 2010.03.29 09:09 | 수정 : 2010.03.29 09:09

    흔히 낙태 문제를 이야기할 때, 두 사람의 생명을 이야기한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 낙태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도 두 가지 층위에서 접근해야 한다. 낙태 당사자, 그리고 낙태하게 만들어놓은 사회. 이 둘의 입장에서 함께 풀지 않으면 낙태 논란은 끝없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수십 년 동안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낙태, 그 불편한 진실

    여성의 생존과 태아의 생명 사이에서 접점을 찾다

    우리 사회가 낙태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쟁의 시작은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소, 고발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2월 3일 불법 낙태시술을 해온 산부인과 병원 세 곳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최안나 프로라이프 의사회 대변인은 “지난해 10월부터 낙태시술 중단을 결의하고 정부의 단속을 촉구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추가 고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근절 운동을 벌여오다 ‘동업자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로부터 낙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 점화되었다. 


    낙태 논쟁, 이대로 좋은가?

    이번 고발사태가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다. 실제로 낙태수술을 중단하는 산부인과들이 속속 늘고 있고, 병원을 방문했다가 거부당한 여성들의 제보도 줄을 잇는다. 여성단체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도 낙태시술 병원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 뒤에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병원들의 잇따른 시술 거부도 실제적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는 쪽에 가깝다. 메스를 잠시 내려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사회적 논란이 가라앉으면 시술은 언제든 가능할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불거진 낙태 문제를 공론화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공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

    낙태에 대한 논쟁은 어느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남성이기 때문에 혹은 임신과 출산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수수방관한다면 그것 역시 큰 잘못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윗세대에서는 피임의 방법으로 낙태를 권유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노력해야 한다. 낙태 문제는 이처럼 모든 세대와 가정이 연관되어 있는 일이며,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현재의 문제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낙태 문제를 단순히 찬성과 반대로 양분화하는 태도이다.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편 가르기식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에서도 찬반에 대한 이야기만 난무할 뿐 생산적인 논의는 겉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낙태에 관한 문제는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 그 어느 지점에서 접점을 잡을 것이냐 하는 종교·철학·윤리·의학적인 복합논쟁이다. 여기에 사회구조적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때문에 단편적인 사실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또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생존권을 대립 구도로 인식하는 태도도 위험하다. 신념과 상황에 따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의 차이일 뿐 한 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해서 그 가치만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낙태, 합법과 불법 사이

    현행 모자보건법 14조에서 허용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의 합법적 조항은 다음과 같다.

    ●본인 또는 배우자에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인척간의 임신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런 허용 조항도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고 그 외의 시술은 모두 불법이다. 따라서 미혼의 임신이나 자녀간의 터울 조절, 태아 기형 등을 이유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낙태는 모두 불법이다(산모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

    2005년 당시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한 해 평균 34만 건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나 단속·고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더라도 연 34만여 건의 낙태 중 95.6%가 모자보건법의 허용범위를 넘어서는 불법이라고 한다. 간혹 단속을 해도 대부분 모자보건법에서 예외 규정으로 둔 5가지를 준용해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로 끝나고 만다. 때문에 이 조항이 이미 사문화(死文化)되었다는 사회적인 평가와 함께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현실과 법규범 사이의 괴리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며 세계 각국에서도 그 허용 범위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문제는 허용 범위에 대해 각 단체의 시각이 크게 엇갈린다는 데 있다. 종교단체에서는 생명의 중요성과 의학의 발달을 근거로 허용 범위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여성단체에서는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법조항은 여성의 인권과 건강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범죄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개정을 요구한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존재한다. 낙태시술의 전면적 중단을 요구하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와 달리 산부인과의사회는 사회적·경제적 현실에 맞도록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고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 또한 법제위원회를 통해 모자보건법에 허용된 낙태 범위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으며, 기형아와 같이 의학적으로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논의 중이다.


    국내 낙태현황

    ● 한해 34만여 건 시술  ● 낙태 시술의 95.6%가 불법

    ●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의 80%가 낙태 시술

    ● 낙태 시술의 96%가 임신 12주 미만


     ‘이럴 때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각계의 찬성 의견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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