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먼저 지나온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입력 : 2010.05.12 09:03 | 수정 : 2010.05.12 09:03

      엄마는 딸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일이고,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후회되는 일도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일이다.” 영화 <친정엄마> 중 한 장면이다. 바라만 보아도 감격스럽지만, 더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존재, 엄마에게 있어 딸이다. 언제나 딸의 그늘 자리를 자청하는 엄마지만, 엄마에게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청춘이 있었다. 청춘을 맞이할 딸에게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엄마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시대를 앞서간 여성 나혜석·전혜린 이상은이 전하는 이 땅의 딸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

      신여성 | 나혜석(1896~1928)

       “에미는 선각자였느니라”

      나혜석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유일한 신여성 나혜석.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의 여성 소설가’ ‘최초의 여성 세계여행자’ 등 늘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사가 되었고, 그만큼 삶의 질곡도 많았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 간 그녀는 분명 조선 여성의 선각자였다. ‘남자와 여자는 권리가 동등하다. 남자들은 예사로 첩을 들이면서 여자들에게만 외간 남자를 사귀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평등하다’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말로 여성들의 잠들어 있던 자의식을 깨웠으니 말이다.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의무같이
      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의 길로 밟아서
      사람이 되고저
      나는 안다 억제할 수 없는
      내 마음에서
      온통을 다 헐어 맛보이는
      진정 사람을 제하고는
      내 몸이 값없는 것을
      나 이제 깨도다
      아아! 사랑하는 소녀들아
      나를 보아
      정성으로 몸을 바쳐다오
      많은 암흑 횡행할지나
      다른 날, 폭풍우 뒤에
      사람은 너와 나
      - <인형의 노래> 中

      자유로운 영혼 | 전혜린(1934~1965)

       “(딸 정화에게) 고맙다, 내게도 따뜻한 가슴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전혜린 여성에게는 대학교육도 유학도 희귀하던 시절, 전혜린은 독일 뮌헨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고국에 돌아온 뒤에는 여자는 강단에 세우지 않는다는 완고한 전통을 깨뜨리고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서울대에 출강했다. ‘한국에서 1세기에 한 번쯤 나올 희귀한 천재’라는 격찬을 들었다. 그러나 서른하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을 쓰겠다는 소망을 남기고…. 번역집 <생의 한가운데>,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가 있다.

      내가 살았던 (독일) 슈바빙의 분위기가 가르쳐준 것,
      언제나 아무도 안 사는 그림을,
      그리고 아무도 안 읽을 시를 쓰면서
      굶다시피 살면서도 오만과 긍지를 안 버리는
      이 구역에 사는 모두가 가난했고 대개가
      외국이나 타지방에서 모여든 화가나
      학생이었던 그들한테서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中

      따뜻한 멘토 | 이상은

       “딸아, 프랑스 향수보다 마음의 향기가 더 오래 간단다”

      이상은 연세대학교 가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했다. 극동방송 상담실장으로 자녀교육에 관한 상담을 진행해 왔다. <프랑스 향수보다 마음의 향기가 오래 간다>는 엄마가 딸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1994년에 출간돼 현재 20쇄를 찍었다. 엄마가 마주앉은 딸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구성된 짧은 글 속에 결혼생활, 다이어트, 데이트, 쇼핑, 옷차림, 음식, 자녀양육, 취미 등에 대한 충고가 꼼꼼하고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

      진짜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녀,
      아직도 어린 몸에 화장기 없는 맨얼굴이 예쁘지만 긴 바람을 가르는 나붓한 생머리를 휘날리며 들어오는 너에게 이 글을 보낸다.
      진정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기 원하기에.

      아가씨에서 아줌마, 할머니가 되어도 변치 않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네가 여자라는 사실, 거기에는 지혜가 따라야 빛나는 법이니, 네가 변함없이 사랑받는 존재이기를 바란다.

      살다 보면 내 맘 같지 않은 일투성이인 게 인생이란다
      쓸데없는 남의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너만의 지혜를 뿌리고 다녀라.
      소문만 듣고도 궁금해서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
      나는 네가 그런 여성이었으면 한다.

      쑥스러워하지 않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은 결코 교만이 아니란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멋있게 소개하는 연습을 하렴.
      자신감 있는 당당한 삶을 얻게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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