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 1세대 여성 임원들의 ‘일 그리고 삶’

      입력 : 2011.03.09 09:30 | 수정 : 2011.03.09 10:17

      Special REPORT Ⅵ 여성 임원 5인의 좌충우돌 직장생활 이야기

      “첫 아이 낳았을 때가 첫 고비   초등학교 들어갈 때 두번째 고비…  이 고비 잘 넘기면 쭉 가게 되죠”

      정량적인 평가 받는 부서가 유리 … 부장이후 자기 관리 잘해야 성공

      샐러리맨들의 우상이자 기업의 별. 바로 ‘임원’이다. 하지만 임원 자리는 대부분 남자들의 몫이다. 아직도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여성 직장인 가운데 임원에 오른 여성들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을까? 그들은 남성 임원들과 어떻게 다를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여성 임원들의 모임인 WIN의 도움을 받아 5명의 여성 임원들을 만나 그들이 걸어온 과정과 앞으로의 꿈에 대해 들어봤다. 2011년 2월11일 저녁 7시,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여성 임원들과의 만남은 식사와 와인을 곁들인 편안한 분위기에서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외국계 기업에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이 더 많은데, 다들 외국계 기업을 목표로 취업을 준비했나?

      박남희 마이크로소프트 상무(이하 MS 박 상무) | 그건 아니다. 80년대 중반에 대학 졸업 무렵 공채를 알아보는데, 응시 자격이 군필자더라. 여자는 아예 후보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에는 그런 조건이 없어서 외국계 기업에 많이 입사하게 된 것 같다.

      허금주 교보생명 상무(이하 교보 허 상무) |
      국내 대기업에서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이희숙 한국라파즈석고보드 부사장(이하 라파즈 이 부사장) | 국내 대기업들은 여직원은 거의 비서로만 뽑았다.

      한정아 한국IBM 상무(이하 IBM 한 상무) | 스튜어디스가 된 친구들도 많았다.

      라파즈 이 부사장 | 기업들이 남자만 뽑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대학 4학년 때 채용공고를 낸 기업들에 여직원도 뽑는지 수없이 문의했었다. 그러나 첫 직장이었던 존슨앤존슨에서는 당시 사장님이 내게 입사할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했다. 남자 이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 들어오라고 말이다. 그분의 그런 말씀이 내게는 매우 큰 문화 충격이었다. 입사해보니 정말 존슨앤존슨에는 남녀차별이 없었다.

      여성들이 더 많이 하는 업무 분야가 따로 있을까?

      MS 박 상무 | 인사, 파이낸스, 홍보, 마케팅, 기술지원 등 지원 업무 쪽이 많다. 여성들을 대개 자녀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명확한 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영업 쪽은 스케줄을 내가 아니라 고객이 조절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교보생명 허 상무 | 국내 대기업의 여성 임원들은 변호사 등 전문직이 경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여성 임원이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IBM 한 상무 | 나는 우리 회사 빌딩의 임대 관리도 맡고 있는데, 입주사에 재계약을 하러 갔더니 거기 책임자가 우리 남자 부장에게 먼저 인사를 하더라. 우리 부장이 “제가 아니라 이분이 우리 상무님”이라고 하니까 상대가 머쓱해 했다. 외부 사람들과 만나면 대개 그렇다.

      교보 허 상무 | 나도 그런 경우 많다. 남자 직원들과 함께 나가면 보통 그렇다.

      IBM 한 상무 | 내가 임원이라고 쓴 머리띠를 하고 다닐 수도 없고.(일동 폭소)

      교보 허 상무 | 외부 기업을 찾아가 보면 상대가 나와는 시선을 맞추는 것도 피하는 것 같다.
      (내가 여자라) 불편한 모양이다.

      라파즈 이 부사장 | 국세청 등 정부기관을 상대할 때가 가장 힘들다. 정부기관은 여성과 일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 같다.

      IBM 한 상무 | WIN 모임에서 만나면 여성 임원들이 많은 것 같지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적다. 내 여자 후배들 중에는 영업을 하다가 여자로 일하기 힘든 현실을 경험한 후 내근하는 지원조직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한국IBM 한정아 상무 1963년생. 재무·(영업)업무관리 전문가다. 1988년에 입사해 꾸준히 근무한 정통 한국IBM 우먼이자, 이 회사 재무 분야의 첫 여성 임원으로, 공부 잘하는 세 아이를 둔 성공한 워킹맘. 임원 2년차.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간에 여성 인재를 대하는 문화 차이가 큰가?

      MS 박 상무 | WIN에서 워크숍을 통해 국내 대기업에 왜 여성임원들이 적은가를 논의해본 적이 있다. CEO 마인드가 중요하더라. 글로벌 기업의 경우 다양한 인종 등 소수에 대한 배려가 기본정책에 포함되어 있다. ‘전체 직원의 몇 %까지 채용한다’는 식이다. 국내 기업에서 인사시스템이 객관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여성 임원이 늘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정확한 목표를 주고 달성하는 체제가 아니라, 늦은 퇴근을 성실의 잣대로 보는 체제에서는 자녀를 키워야 하는 여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 출퇴근 시간 유연제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기업들은 정책적으로 여성 인력풀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일단 여성 숫자가 많아야 거기서 나오는 여성 임원도 늘어난다.

      교보 허 상무 | 국내 대기업의 경우 여직원들의 숫자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입사 후 비전을 고민하다가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외국계 기업에서 더 빨리 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남성 동료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IBM 한 상무 | 차장에서 매니저급으로 처음 올라설 무렵, 내가 어느 부서의 매니저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부서의 내 또래 남자 직원들이 일제히 (항의 표시로) 조퇴를 해버린 일이 있었다. 나를 매니저로 3년쯤 겪은 후에야 인정해주더라. 또 우리 부서에 나보다 10살쯤 나이가 많은 남자 직원이 있는데, 그 분도 무척 힘들어하셨다. 우리 윗세대에게 ‘젊은 여자 상사’라는 개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라파즈 이 부사장 | 나의 경우는 좀 다르다. 우리 부서에 나보다 10살 많은 남자 부장이 있었다. 그 분은 여성 임원과 처음 일을 해보셨다는데 여성은 보호해줘야 한다며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 해주셨다. 고마운 케이스다.

      MS 박 상무 | 사실 임원이 된 후에는 갈등이 별로 없다. 임원은 이미 조직 내 생존경쟁에서 승리한 뒤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많은 시기는 임원이 되기 직전이다. 차·부장급에서는 갈등이나 견제가 매우 심하다.

      교보 허 상무 | 조직에 확실히 자리 잡기 전까지는 여성으로서의 핸디캡이 있는데, 한 직장에서 수십년 일하며 내 이름 석 자를 뚜렷이 각인시키고 나면 여자라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MS 박 상무 | 우리는 커리어우먼 1세대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첫 세대라 주목받고 배려받은 면도 있다. 하지만 요즘 차·부장급 여성들은 힘들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싱글 여성들이 대리에서 과장급까지는 잘 간다. 이때쯤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30대 초·중반이 되는데, 바로 차·부장급이다. 이 무렵에 애도 키워야 하고, 부장으로서 업무 성과와 팀 관리도 잘해야 한다. 쉬운 게 아니다.

      IBM 한 상무 | 우리 때는 입사 초기에 결혼을 해서 일찍 고생하고 애들이 큰 후에는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새내기일 때는 조직이 기대하는 성과 기대치도 높지 않아 오히려 여건이 나을 수 있다.

      MS 박 상무 | 요즘은 오히려 남자 매니저들이 늘어나는 여직원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남자들은 상사가 뭐라고 하면 ‘예’ 하고 끝나는데, 여자들은 납득할 수 없을 경우 ‘그 이유가 뭐냐’며 따진다. 남자 매니저들은 이런 것을 낯설어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박남희 상무 1962년생. HP의 개발자로 출발했다가 MS로 옮겨 기술 마케팅·영업을 했다. 현 MS의 고객 파트너 경험 및 다양성 총괄 담당 임원. 2000년대 잠시 벤처기업 인큐베이터로 외도했다가 MS로 복귀. 임원 8년차.

      여성 임원은 남성 임원들과 뭐가 다른가?

      IBM 한 상무 | 남자 임원들의 경우 일만 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을 오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자들은 다르다. 나 같은 경우 직원들과의 대화 주제가 아주 다양하다.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부서원들과는 건강이나 자식 얘기를 많이 나누고, 젊은 맞벌이 부부 직원들에게는 내가 일하며 아이들을 키운 노하우도 전해준다. 나는 남녀 불문하고 직원들이 집안일로 일찍 가야 한다고 하면 잘 보내준다. 맞벌이하는 남직원들은 아내의 퇴근이 늦을 경우 아이들 저녁밥을 챙겨야 한다. 남자 직원들은 집안일을 핑계로 일찍 퇴근을 안 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남자 임원에게는 이런 얘기를 하기 어렵지만 여자 임원인 나는 그런 얘기를 받아주니까 직원들이 스스럼없이 말을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라파즈 이 부사장 | 예전엔 ‘리더’하면 카리스마 있는 사람을 떠올렸는데 요샌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신경써주는 상사를 믿고 따른다. 중요한 것은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IBM 한 상무 | 나는 미팅할 때 ‘요새 드라마 시크릿 가든 재밌던데 보시나요?’처럼 가벼운 주제로 얘기를 시작하며 농담도 많이 하는데, 남자들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화기애애하게 시작하면 좋은데, 왜 그럴까?

      교보 허 상무 | 고위직 남성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력을 걱정해서 말을 아끼는 거라고 하더라. 정치적인 부분을 고려한 행동인 것이다.

      MS 박 상무 | 내가 보기엔 성별의 차이가 아니라 동·서양 문화차이인 것 같다. 서양에서는 유머감각이나 활발한 토론을 좋게 여기는데 우리나라에서 회의는 엄숙한 것이다. 윗분이 얘기하면 듣고 그냥 시행할 뿐 반박하지 않는 문화와, 수평적으로 토론이 오가는 문화의 차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는 여럿의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반면 보스가 주로 얘기하는 문화에서는 의사결정이 빠르다. 요즘 시대에는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리더십일까.

      한국스트라이커 이강란 이사(이하 스트라이커 이 이사) | 리더십의 모습이 이제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 앞에서 강하게 이끄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 그리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는 여성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교보 허 상무 | 그런 부분은 확실히 여성에게 강점이 있다. 남자들은 아직도 ‘관리’를 하려고 한다. 모든 걸 수치로 놓고 직원들을 야단친다.

      라파즈 이 부사장 | 어느 전직 대기업 CFO가 ‘현직에 있을 때 사람들과 관계를 잘해놓을걸’ 하시며 그렇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고 하시더라. 현직 CFO였을 때는 강하게 힘을 휘두르는 것이 회사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퇴직하고 보니 자기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더라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리더십의 모습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카리스마가 필요할 때는 강하게, 어떨 때는 부드럽게 말이다.

      교보 허 상무 | 여자가 지원조직에서 일할 때는 정량 평가가 안 돼서 실력에 대해 의심을 받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래서 지금처럼 실적이 수치로 잡히는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것이 편하다.

      MS 박 상무 | 맞다. 여성에게는 제대로 평가를 하는 시스템이 정말 중요하다.

      라파즈 이희숙 부사장 1962년생. 한국라파즈석고보드의 CFO(최고재무책임자). 한국얀센(존슨앤존슨 제약부문), 한국머크를 거쳐 라파즈로 옮겼다. 재무 분야 한 우물을 판 전문가. 임원 12년차.

      여성이라 힘들었던 부분은 어떻게 헤쳐 나갔나?

      IBM 한 상무 | 남자 매니저들은 근무 중에 혼냈던 직원들과 새벽까지 술 마시며 갈등을 푼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회사를 한바퀴 돌았다.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남자 직원들이 담배 피우러 나가면 따라나서 낮에 얘기를 나눴다. 술자리에서 할 얘기를 아침부터 커피 마시며 꺼내니까 처음에는 남자들이 엄청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한 2년 꾸준히 했더니 잘 따라왔다. 술자리 줄어서 건강도 챙기고, 집에도 일찍 갈 수 있다며 더 좋아하더라.

      MS 박 상무 | 나는 남편이 나의 사회생활을 이해해주지 않아 결혼 초에 갈등이 많았다. 왜 퇴근 후 회식에 늦게까지 남느냐고 하더라. 내가 너 하나 못 벌어 먹이겠느냐며 회사를 그만두라고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어느 날 강하게 얘기를 했다. ‘내게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중요한 부분이다, 나의 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그 후 조율이 되었다. 일하는 여성은 직장 내보다 오히려 가족 안에서의 갈등 해결이 관건이다. 아이한테도 워킹맘들은 전업주부 엄마들만큼 잘 할 수 없다. 나는 우리 딸한테 ‘이런 부모에게 태어난 것도 네 운명이니 감수하라’고 얘기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자립심이 강하다.

      IBM 한 상무 | 일하는 엄마라 아이에게 미안한 것도 많다. 하지만 일하는 것이 아이에게 자부심을 주기도 한다. 어느 날 중학생인 아이 학교 요청으로 아이들에게 한시간 정도 강의를 하게 됐는데, 우리 아이가 ‘엄마 멋있다’고 하더라. 학교에서 당당한 내 모습이 멋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얘길 들었을 때 많이 위로가 됐다.

      교보 허 상무 | 워킹맘들은 직장 생활할 때 고민의 사이클이 있다. 첫 고비는 첫애를 낳고 힘들 때다. 어찌어찌 그 시기를 넘기면 애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또 고비가 온다. ‘투자를 나에게 할 것인가, 아이에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자신이 직장에서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별로 가망이 없다 싶으면 사표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나면 그 후부터는 직장 생활을 쭉 이어가게 되는 것 같다.

      일하면서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셨는가?

      IBM 한 상무 | 나는 시부모님이 키워주셔서 마음 놓고 일했다.

      교보 허 상무 | 나도 그렇다. 시댁과 함께 살아서 아이들을 시부모님이 돌봐주신다.

      라파즈 이 부사장 | 나는 따로 사시는 친정어머니가 아이들을 키워주셨다. 주말마다 데려오고 평일에는 친정에 보내며 키워서 많이 힘들었다. 친정어머니가 봐주실 수 없었던 어느 일하는 토요일에 아이를 업고 출근한 적도 있다. 회사에서 주말이라 배려해 줘서 데려가긴 했지만 사무실에서 아이가 보채서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교보 허 상무 | 아이 키우는 과정에서는 다들 아픔이 있는 것 같다. 슬픈 것은 한 여자의 성공 뒤에는 다른 여자의 희생이 있다는 것이다.

      IBM 한 상무 | 맞다. 성공한 여성 임원들 뒤에는 남편이 아니라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언니, 여동생, 올케 등 또 다른 여자의 희생이 있다.

      교보생명 허금주 상무 1964년생. 교보생명 퇴직연금 사업부의 글로벌기업담당 본부장. 1990년에 교보생명 사원으로 입사해 첫 여성 대리, 과장 등의 기록을 썼다. 홍보, 비서, 자산관리, 전략기획, 북경 주재원 등을 거친 멀티 플레이어. 임원 2년차.
      교보 허 상무 | 그러면 우리도 앞으로 그렇게 희생을 해야 하는 건가?

      IBM 한 상무
      | 나는 애들에게 엄마가 60살 넘으면 너희 애들 돌봐주고 싶다고 얘기한다.

      MS 박 상무, 라파즈 이 부사장, 스트라이커 이 이사 |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IBM 한 상무 | 받은 건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닐까?

      스트라이커 이 이사 | 잠깐은 봐줄 수 있다.(일동 폭소)

      라파즈 이 부사장 | 지금은 다들 안한다 해도 막상 손자가 생기면 예뻐서 맡는다고들 하더라.

      스트라이커 이 이사 | 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래서 손자 봐준다는 말을 못하겠다.

      교보 허 상무 | 요즘에는 ‘워킹맘 패키지’라는 게 있단다. 보안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집안에 CCTV를 달아서 회사 컴퓨터로 아이가 잘 노는지 확인하는 거다.

      IBM 한 상무 | 비용이나 신뢰도 등의 문제로 아이를 조선족 아줌마에게 맡기는 것도 쉽지 않아서 젊은 워킹맘들의 고민이 많다고 하더라.

      라파즈 이 부사장 |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친정어머니와 우리 아이들이 희생을 해서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는 어른이시니까 그래도 괜찮은데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IBM 한 상무 | 꼭 그렇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있나? 애들 입장에서는 엄마가 집에 없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일동 폭소)

      교보 허 상무 |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어릴 때는 다들 미안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던 게 아이들이 어릴 때는 비교적 출퇴근이 정확한 지원부서에서 일을 했고, 영업부서에서는 애들이 큰 후에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MS 박 상무 | 일과 개인적인 삶은 시기에 따라 양쪽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비중을 두면 자신에게 가장 행복할지를 감안해 설계하는 것이다.

      스트라이커 이 이사 | 어느 시점에 어디에 몰입할지를 잘 결정해야 한다.

      IBM 한 상무 | 요즘은 기술 발전이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에는 회사에 나가야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들과 놀러나가서도 다양한 IT기기를 이용해 회사 일에 대응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라파즈 이 부사장 | 쉬지 않고 배우며 일했으면 한다. 일이든 장래희망이든 계속 공부하면 좋겠다.

      스트라이커 이강란 이사 1964년생. 독일계 화학회사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시작해 지금은 정형외과 분야 의료기기 회사인 스트라이커의 아시아·한국 HR(인사) 책임자. 임원 4년차.
      교보 허 상무 | 자기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행복하고, 성취감을 느껴야 롱런할 수 있다.

      스트라이커 이 이사 | 우리 때는 멘토링 제도나 답답한 걸 물어볼 선배들이 없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손만 뻗치면 전문가나 선배들의 도움을 받을 기회도 많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면 좋겠다. 그러면 긴 여정도 효과적으로 단축되고 성장하는 속도도 좀 더 빨라질 것이다.

      MS 박 상무 | 자기가 잘하는 영역과 좋아하는 영역의 교집합이 있을 때 성공한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성과를 잘 내지 못한다면 본인이 그 일을 정말 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IBM 한 상무 | 이런 공식이 있다. ‘앎(Know)×함(Excute)=됨(Achive)’, 즉 ‘K×E=A’라는 공식이다. 여기서 K와 E 둘 중에 하나가 0이면 A도 0이 된다. 지식을 쌓고,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성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가족도 회사도 행복하다.

      좌담회 참석자

      ● 이희숙 한국라파즈석고보드 부사장

      ● 박남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

      ● 허금주 교보생명 상무

      ● 한정아 한국IBM 상무

      ● 이강란 한국스트라이커 이사

      |  Tip - WIN이란?  |

      ●● 사단법인 WIN(Women in INnovation)은 2007년 11월 국내 기업 및 다국적 기업의 여성임원 40여명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여성 인력의 기업 진출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21세기에 맞는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고, 여성 리더 육성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여성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장으로 마련됐다.

      2009년 3월 여성부 산하 법인으로 등록됐다. 멘토링 활동이 활발하다.

      / 이코노미
        이혜경 기자 | (장소·식사 협찬 : 와인나라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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