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의 웹툰 대표 작가 3인을 만나다

      입력 : 2012.01.09 08:40

      | 귀귀

      데뷔작 <해피엔딩>
      대표작 <정열맨>, <백투스쿨>, <열혈초등학교>(야후 카툰에 연재 중)
      작품특징 오징어덮밥을 좋아하는 단순하고 힘센 주인공 김정열을 비롯한 4차원 급우들이 선보이는 엽기 학원물. 큰 스토리 라인 없이 독특한 캐릭터와 산발적 개그가 난무한다.


      무협액션과 학원개그, 두 장르가 복합된 웹툰 <정열맨>은 작가 귀귀의 대표작이다. <정열맨>에는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병맛(어떤 대상이 형편없고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 코드가 정면으로 관통한다. 형식이나 규제가 없기에 지저분한 그림과 욕설이 난무하는 ‘병맛’ 만화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어디서 웃어야 돼?”라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다수 있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이 황당한 ‘병맛’ 만화에 열광한다. 사실 ‘귀귀’라는 필명부터 범상치 않다.

      “별 의미는 없어요. 반복되는 느낌이 좋아서 게임 아이디로 자주 사용하던 걸 필명으로 쓰게 됐죠.”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 대신 올려놓은 만화 캐릭터는 그의 독특한 작품관을 대변하듯 다소 엽기적이다.

      그는 평소 낙서하듯 끼적거리기를 좋아한다. 기괴한 캐릭터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한번 그려보자!’ 하고 맘 잡고 그린 게 아니라, 언젠가 그려놨던 그림 중 하나를 사용한 거예요. 초등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이 화가 아니면 만화가였거든요. 연습장, 교과서 할 것 없이 낙서로 가득했죠.”

      자신이 딱 ‘사고뭉치, 말썽쟁이, 못된 놈’에 해당했다고 말하는 그는 중·고등학생 시절에 액션, 공포, 무협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만화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가장 손꼽아 기다렸던 건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예요. 그 외에 <괴짜가족>, <이나중 탁구부> 등 코믹물부터 공포물까지도 가리지 않고 찾아봤고요.”

      타고난 만화광이었던 그가 웹툰 작가가 된 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없어진 인터넷 만화 사이트 ‘만끽’에 우연히 올린 만화가 현재 그의 단행본을 출간하는 출판사 편집장의 눈에 띈 게 계기였다.

      “친구 중 한 명이 만화 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게 됐어요. 축하 겸 낙서처럼 그린 만화를 독자코너에 올렸는데, 그걸 본 지금의 편집장님이 제게 연락을 하셨어요. 이후 ‘네이버 도전만화’ 게시판에 올린 <드래곤볼>의 패러디물 <드라곤볼>과 <정열맨>이 뜻밖의 호응을 얻으면서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하게 됐죠.”

      <정열맨>에는 ‘보는 이를 당황하게 하는 작화!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하는 스토리! 야심작 정열맨!!’이라는 부연설명이 붙어 있다.

      ‘정열맨’이라 불리는 주인공 김정열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싸대기와 주먹질을 일삼는다. 핵심은, 그게 폭력적이라기보다 웃긴다는 데 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등장인물들의 발길질과 돌려차기는 ‘병맛’ 만화의 특징이다. 

      “제가 원래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평소 인물을 희화화시켜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전에는 그런 걸 ‘엽기’라고 지칭했다면 요즘은 ‘병맛’이라는 더 적절한 단어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 중 <정열맨>은 하일권의 <목욕의 신>과 같은 스토리 만화의 형식을, <열혈 초등학교>는 펭귄의 <펭귄 러브즈 메브> 같은 옴니버스 형식을 띠고 있다.

      “<정열맨>의 경우는 큰 스토리를 만들고, 그 안에 에피소드들을 구성해놓은 다음 연재를 시작했어요. 매주 다른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열혈 초등학교>는 그야말로 매주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요.”

      두 작품을 동시에 연재해온 그는, 지난 9월에 장장 3년을 연재해온 <정열맨>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는 비슷한 분위기의 학원물 <열혈 초등학교>만 연재하고 있다. 부담은 한층 덜었지만 여전히 아이디어를 짜내는 작업은 힘겹다.

      “아이디어는 일상생활에서 얻기도 하고, 영화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조용한 곳에서 머리를 쥐어짜내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하고요. 대개는 연습장에 낙서를 하다가 무의식중에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는 유난히 ‘낙서’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그의 말마따나 ‘낙서처럼’ 그려서일까? 귀귀의 만화는 정돈되거나 정형화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거친 그림체는 솔직한 말로 지저분해 보인다. 이말년, 조석 등 ‘병맛’ 만화의 또 다른 대표 주자들 역시 결코 ‘예쁘지 않은’ 그림체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병맛’ 만화의 매력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이 그린 연습장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작품이 사랑받는) 것 같아요. 친숙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귀귀도 마감 이틀 전부터 철야를 강행한다. 평소 취침시간은 새벽 3시에서 6시 사이. 문장의 길이가 짧다고 해서 시가 소설보다 빨리 쓰이는 게 아니듯 낙서처럼 보인다고 해서 빨리 그릴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워낙 그림이 낙서 같다 보니, ‘몇 시간이면 다 그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 신인이고 미숙한 부분이 많아서 보완하고 다듬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귀귀의 말투는 그의 웹툰이 풍기는 자유분방한 이미지와 달리 매우 차분했다. 하루 댓글 2~3천 개를 훌쩍 넘기는 이 인기 작가는 “여전히 배울 게 많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라는 통로가 하나 더 생기면서 웹툰을 감상하는 독자 수와 연령대는 부쩍 늘었다.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차기작은 여러 가지를 놓고 아직 고민 중이에요. 스토리만 잡아놓은 축구 만화가 한 편 있지만, 무엇이 되든지 간에 무조건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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