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암 명의 경희대학교의료원 이상목 교수와 완치환자 윤금순 씨

      입력 : 2012.02.02 08:00

      암은 여전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6만 5천여 명이 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남성 3명 중 1명, 여성 5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리고, 남녀 모두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그렇다면 암은 어떻게 예방해야 하고, 예방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현장에서 치열하게 암과 싸우는 의사와 암을 극복한 환자들을 만나본다.


      초음파 검사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암

      소설가 박완서,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주인공 이연재(김선아 분).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이지만 알고 보면 모두 담낭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훨씬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담낭암은 흔하지 않은 소화기 암이다. 남녀 비율로 보면 남자보다 여자가 2~6배 많고, 발생 연령은 주로 60대와 70대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예후가 좋지 못한 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담낭암 명의 경희대학교의료원 외과 과장 이상목 교수와 그의 치료로 완치한 윤금순 씨를 만나 담낭암 극복기를 들어보았다.


      감기 한번 호되게 앓아본 적 없었다. 운동도 꾸준히 해왔고, 사우나도 곧잘 즐겼다. 건강을 자랑 삼아 늙어간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만족스러워하던 윤금순 씨(69)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소화가 잘 안 되더라고요. 쉽게 지치고 피곤하고 말이에요. 식구들이 피곤해 보인다고 하면 사우나 탓일 거라고 답하곤 했죠. 어디가 아프거나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러니 그런 큰 병에 걸렸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웬만큼 쉬어서는 피로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명치끝도 자주 답답했다.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 정기검진을 하라는 우편물이 날아왔다. 마침 잘됐다는 생각에 가까운 동네 병원으로 가서 피검사 같은 일반적인 검사를 받았다. 소화불량 정도를 결과로 예상하면서 말이다.

      “검사를 받고 온 날이었는지, 검사 결과가 나온 날이었는지… 어쨌든 집으로 전화가 왔어요. 아주 늦은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간 수치가 너무 높다는 거예요. 보통 사람이 30이나 40이라면 저는 한 1,000쯤? 빨리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더군요. 병원에서 전화를 해준 것도 그렇고, 늦은 밤 시간이었던 것도 그렇고, 정확한 병명은 몰랐지만 어쨌든 뭔가 심상찮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윤금순 씨가 자신의 병명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다. 식구들이 병명을 숨겼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동석한 윤금순 씨의 큰며느리 채봉연 씨(42)는 그것이 시어머니를 위한 식구들의 고육지책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식구들의 충격이 너무 컸어요. 어머님이 워낙 건강하셨거든요. 평소에도 시부모님 두 분은 ‘아프면 병원 가서 고생하지 말고 즐겁게 살다가 가자’는 말씀을 종종 주고받으셨대요. 큰 병 때문에 낙담해서 치료 의지가 꺾이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어요. 치료에서 환자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당사자에게 무슨 병에 걸렸다고 알리기에는 윤금순 씨의 가족에게 담낭암은 너무나 낯설고도 무서운 병이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아내이자 어머니인 윤금순 씨의 완치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던 것이다.


      흔하지 않은 소화기암

      “윤금순 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3기 정도 됐었어요. 그런데 수술실에 들어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진행된 상태더군요. 절제하는 부위에 암 조직이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정리하는 근치적 절제(암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를 위해 무려 8시간 이상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경구용 항암제를 복용했고요. 윤금순 환자의 사례는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적을 만들어낸 이 한 편의 연극에 이상목 교수 역할 또한 컸다. 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었을 뿐 아니라 환자에게 진짜 병명을 알리는 적절한 시기를 조언해주기도 했다.

      적극적인 치료만큼이나 삶의 질도 중요시 여기는 요즘 풍토에서 윤금순 씨 가족의 대처방법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점이 많다. 치료를 받지 않고 삶을 마무리하겠다는 부모와 그럴 수 없다는 자식 간의 눈물겨운 대립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노령의 부모에게 큰 병이 닥쳐왔을 때 어디까지가 알맞은 치료의 마지노선인지 혼란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얼마간은 정확한 병명을 몰랐어요. 처음에는 아들이 담석증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느 날 진료실에서 감을 잡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심각했고, 아들의 얼굴은 어두웠거든요. 알고도 속아준 것이지요. 돌이켜보면 진단받고, 수술하고, 중환자실에 있던 초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그래도 그때까지는 모르고 후다닥 지나갔어요. 어느 정도 몸도 회복되고 병에 이력이 났을 때쯤 병명을 알게 되니까 그저 담담하더라고요.”

      윤금순 씨의 가족은 담낭암이라는 병이 예후가 매우 좋지 못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윤금순 씨 역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터라 더욱 두려웠다고.

      그렇다면 담낭암이란 도대체 어떤 병일까?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는 일종의 주머니로 흔히 쓸개라 불리는 기관이다. 담즙 혹은 쓸개즙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농축했다가 창자 안으로 음식물이 들어오면 수축을 통해 소화액을 내어 소화를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담낭암 환자들에게는 소화불량이 흔한 초기 증상 중 하나다. 담낭암은 담낭에 생기는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로, 담낭 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담낭암이라고 하면 ‘담낭 선암종’을 말하는 것이다.


      자각 증상이 보인다면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

      담낭암에 왜 걸리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인종적, 지역적으로 담낭암의 발병률이 매우 차이가 있으며, 여러 가지 담도계 질환이 담낭암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상태다. 때문에 담낭암 발생에 유전적, 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60대 이후가 가장 많다.

      다른 몇몇 암도 초기 증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담낭암은 특히 초기 자각 증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가 진단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많다. 초기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암이기도 하다.

      “대부분 다른 질병 때문에 검진을 받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정기검진이 많이 보급되고, 보편화되면서 피 검사를 통해 이상 간 수치가 나와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최근에는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초기에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초기 증상도 없고 자가 진단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할 수밖에 없죠.”

      담낭암은 체중 감소나 식욕 부진, 피로감, 소화불량, 오심, 구토 증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비특이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이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담낭암을 의심하기란 쉽지 않다. 이 밖에도 명치 아랫부분인 심와부(명치 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간혹 십이지장이나 대장의 폐색(막힘)이 동반될 수 있다. 담낭암이 서서히 진행되면 종양이 담관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막아 담즙의 흐름이 차단되고, 혈액 내 빌리루빈의 수치가 높아져 담관 폐쇄로 인한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담관염이 동반되지 않으면 열을 동반하지 않으며, 대체로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암의 경우, 황달 증상은 없고 비특이적인 복통이나 간 기능 검사 이상으로 병원에 왔다가 담석에 인한 것으로 오인하고 담낭 절제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

      담낭암은 남성보다는 여성의 발생 빈도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남녀에게 각각 분비되는 호르몬이 다르고, 담낭암의 위험인자 중 하나인 담석이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에서 그 원인을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비만 또한 담낭암의 위험인자다. 비만 시 콜레스테롤 담석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급격하게 다이어트를 해도 담석 발생이 증가하므로 역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 그 밖에 담낭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담석과 만성 담낭염, 췌담관 합류 이상, 석회화 담낭, 장티푸스 보균자, 여러 가지 화학물질 등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과정에 의해 담낭암 발생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발병률을 보면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절반이 넘습니다. 그런데 60세 이상이 되면 어떤 원인 하나만으로 발병을 추정하기는 무리가 있어요. 물론 위험인자가 있다면 젊은 나이에도 발병은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담석이 있고요. 그 외에는 석회화 담낭, 담낭 용종, 췌담관 합류 이상, 담관낭,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만성 장티푸스 보균 상태, 에스트로겐 과다 노출 등이 있죠. 그러나 어떤 과정이 담낭암 발생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합니다.”

      현재 담낭암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을 통한 절제다. 보통 예후가 좋지 못한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다만 적극적인 근치 수술을 통해서만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고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 절제된 담낭에서 우연히 발견된 암은 대부분 초기에 해당되므로 병의 진행 정도를 먼저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치료방법은 암세포의 크기,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서 선택하며, 한 가지 혹은 여러 가지 방법을 병행한다. 단, 담낭암의 경우 비록 초기 암이라 해도 약물이나 식이요법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초기 증상이 없는 담낭암의 특성상 과거에는 조기 진단이 어려워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 초기 진단율이 높아지고 수술수기가 발달하면서 수술을 통한 완치율 또한 매우 높아졌다.

      “뚜렷한 예방법은 없습니다만, 초기에 진단만 된다면 간단한 복강경 담낭 절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합니다. 담석이 많이 있는 가족력이 있거나 다른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복부 초음파 검사를 권합니다.”


      같은 질문 여러 번 해도 웃는 낯으로

      윤금순 씨와 가족은 이상목 교수를 만나기 전에 불쾌한 경험을 했다. 담낭암이라는 생소한 병명에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하는 윤금순 씨의 가족에게 “왜 그렇게 못 알아듣느냐”며 의료진이 짜증을 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목 교수는 달랐다. 묻고 또 물어도 친절하게 답해주었을 뿐 아니라 더 궁금한 것은 없는지 꼭 확인하고 물어봐주었다. 이처럼 환자를 대하는 이상목 교수의 진솔함은 윤금순 씨와 가족에게 많은 의지가 되었다.

      “교수님은 환자에게 늘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세요. 그래서 믿음이 갔죠. 식구들이 제게 병명을 숨기고 치료받게 했을 때도 교수님이 저를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속아주어도 큰일이 나지는 않겠다 싶었죠.(웃음)”

      윤금순 씨가 누리고 있는 완치의 기쁨은 위기 앞에 한마음으로 뭉친 가족의 애정과 담당 의사로서 환자와 환자 가족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던 이상목 교수의 깊은 배려가 만들어 낸 결과다. 외과 의사는 차갑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참 이상할 정도로 따뜻한 사람이 바로 이상목 교수다. ‘난치암’, ‘희귀암’,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악명 높은 담낭암 명의는 평소 어떻게 건강을 관리하는지 궁금했다.

      “가능하면 섬유질이 많은 나물이나 채소를 많이 먹으려고 해요. 밥이 보약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홍삼이나 삼산배양근 같은 건강식품도 종종 먹습니다. 주말이면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요. 하지만 외과 의사는 시간이 없죠. 노력만 할 뿐, 앞서 말한 모든 것에 ‘가급적’ 혹은 ‘되도록’이라는 말을 꼭 붙여야 한답니다.(웃음)”

      이상목 교수는 ‘암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병을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암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병”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덧붙였다. 다만 외과 의사인 자신은 수술만 할 뿐 회복은 환자의 몫이니, 환자와 환자 가족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담낭암은 이제 더 이상 예후가 불량한 암이 아닙니다. 조기에 진단만 된다면 간단한 수술로도 완치가 가능합니다. 진행성 암이라도 원격 전이가 없다면 근치적 절제술로 생존율을 높이고 완치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정겨운 의사 선생님의 모습과 냉철하고 자신감 넘치는 외과 의사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담낭암 명의 이상목 교수다. 어렵다는 담낭암을 고치는 의사로는 최적의 성정을 가진 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60세 이상의 고령, 여성, 3기 중반까지 진행된 병기’라는, 담낭암 중에서도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윤금순 씨를 치료하고 완치를 이뤄낸 것으로 또 한 번 확실하게 그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1 · 2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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