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이 활짝 피었습니다

      입력 : 2014.01.28 08:00

      4050 남성 스타일에 눈뜨다

      요즘 중년 남성들 심상찮다.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슬림핏(slimfit,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디자인)' 패션과 과감한 컬러에 도전하는가 하면 피부 관리 등 외모를 가꾸는 일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아저씨'는 잊어라. 4050 중년 남성들의 스타일 반란.

      4050 남성 스타일에 눈뜨다
      과감함 컬러와 슬림한 디자인 등 40~50대 중년 남성의 스타일이 변화하고 있다. 맞춤 슈트 전문매장 '라 피네스트라'의 한태민 대표가 쇼룸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얇아지고 짧아진 남성 정장 '대세'

      직장인 정모(46)씨는 요즘 부쩍 외모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유행 상품을 모아놓은 남성복 편집매장에서 직접 옷을 고르고 한 달에 한 번쯤 피부 관리 숍이나 스파를 찾는다. 전문가에게 그루밍(grooming, 몸단장)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주변에서 '옷을 잘 입는다' '멋지다'는 얘기를 종종 들으니 자신감도 한층 늘었다.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변화하고 있다. 외모를 가꾸는 일에 부쩍 공을 들이고 홈쇼핑, 오픈마켓 등 유통 시장에서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자신을 가꾸고 더 이상 나이든 '아저씨'로 불리기를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꽃중년' '노모족(no more uncle)'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남성 정장 브랜드들이 기존보다 허리둘레를 줄인 재킷과 폭이 좁고 짧아진 형태의 바지를 앞 다퉈 출시하는가 하면 몸매가 드러나는 슬림핏 청바지 또한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해 여름 선보인 '뱅뱅 남성용 슬림핏 청바지'는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는데 주 고객층은 다름 아닌 40~50대 남성이었다. 상품을 기획한 백수아 현대홈쇼핑 의류팀 MD는 "기존보다 타이트하게 나온 제품이라 30대 고객을 주 타깃으로 했는데 전체 구매자 중 40대 남성이 42%, 50대 남성이 33%를 차지했다"며 "중년 남성들에게도 날씬해 보이고 젊어 보이는 슬림핏 의류가 대세"라고 했다. 김주환 현대홈쇼핑 마케팅 팀장은 "40대 이상 남성 고객의 구매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섰다"며 "홈쇼핑 업계에서 중년 남성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중년 남성, 화장품·패션소품 '큰손' 부상

      제일모직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이 40~50대 남성을 겨냥해 출시한 청바지도 인기를 끌었다. 슬림핏에 힙업(hip up)을 통해 체형이 보완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이 제품은 지난해 말까지 총 8000여 장이 판매됐고 올해 추가 물량을 확보하면서 1~2년 사이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의 주력 상품이 됐다. 오픈마켓에서도 40~50대 남성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특히 패션·뷰티용품 구매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G마켓이 2013년 40~50대 남성 고객의 상품별 구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과 비교해 비비크림 64%, 클렌징용품 40%, 올인원화장품 38%, 재킷 101%, 보트슈즈 40%가 각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G마켓 관계자는 "젊은이 못지않게 패션과 외모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년 남성이 늘면서 유통업계가 이들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액세서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중년 남성의 옷차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이었던 넥타이는 점차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부토니에(상의 깃 단춧구멍에 다는 장식품)와 포켓치프(정장 가슴 주머니에 꽂는 손수건), 컬러 양말 등은 인기를 끌고 있다.

      ■브랜드보다 '내 몸에 맞는' 스타일 골라야

      과거 중년 남성들이 젊어 보이기 위해 그저 화려한 색상을 선택하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내 몸에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채한석 스타일리스트는 "중년 남성들의 슈트가 전반적으로 슬림해지고 바지 길이는 짧아지는 추세"라며 "과거에 비해 몸매와 색상 등 전반적인 균형을 맞춰 옷을 입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소위 '아저씨 스타일'을 벗어나 세련된 옷차림을 갖추고 싶다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남성의류 편집매장 '샌프란시스코 마켓'과 맞춤 슈트 전문매장 '라 피네스트라'를 운영하는 한태민 대표는 먼저 바지를 바꿔볼 것을 권한다. 한 대표는 "정확한 핏과 길이를 맞춘 바지를 입으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상의를 찾게 되고 결국 헤어스타일 등 전반적인 균형을 생각하게 된다"며 "내 바지가 너무 길거나 폭이 넓은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고 매장 직원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옷을 잘 갖춰 입으면 자세는 물론 말하는 것 또한 달라진다"고 했다.

      직접 옷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대표는 "실패해도 직접 옷을 고르고, 구경하고, 매장 직원과 대화하면 패션에 대한 관심이 늘게 된다"며 "스타일 변신의 첫걸음은 옷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채 스타일리스트는 일단 많이 입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브랜드를 보고 사지 말고 많이 입어보고 자신의 몸에 맞는, 가장 잘 어울리는 핏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4050 남성 스타일에 눈뜨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인스파는 골퍼들을 위한 스파 프로그램을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40~50대 남성이 주 고객이다.

      ■4050 남성 위한 스파 프로그램도 인기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파 시장에서도 중년 남성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인스파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중년 남성 고객이 크게 늘었다. 김기준 인스파 부장은 "현재 이용 고객의 50% 이상이 중년 남성으로 여성 고객의 수를 넘어섰다"며 "여성 고객의 경우 일회성 이벤트로 스파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년 남성 고객은 꾸준히, 자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급 호텔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40~50대 남성을 겨냥한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을 내놨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인스파는 골프를 즐기는 이들의 스트레칭과 피부 관리에 초점을 둔 프로그램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더 스파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토털 그루밍 프로그램인 '뉴 CEO 익스피리언스(New CEO Experience)'를 내놨다. 총 4시간에 걸쳐 근육 이완과 피부 관리에 손톱 정리까지 해준다. 더 플라자 플라자스파클럽은 중년 남성을 위한 '알코올 디톡스(Alcohol Detox)'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음주 후 회복이 잘되지 않는 이들을 위해 독소 배출에 효과적인 스파 서비스와 간 기능 증진을 돕는 영양 주사가 제공된다. '파워 리프팅(Power Lifting)'은 스파에 주름 개선과 탄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레이저 치료를 더한 프로그램이다. 피부과,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상담과 처방을 통해 진행된다.


      글=이경석 기자 | 사진=염동우 기자 | 장소 협조=라 피네스트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인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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