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암살 막던 주전자 보고, 나만의 소화제 만들기 체험도!

    입력 : 2014.08.05 06:00

    한독의약박물관 개관 50주년 기념 기획전

    '조선왕실의 생로병사' 내달 14일까지

    "아이를 데리고 또 어딜 가야 하나?" 방학이면 학부모들은 고민에 빠진다. 재미와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서다. 올여름, 조선 왕실의 의료 관련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전시가 열린다.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은 덤이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약 성분을 배합해 소화제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약 성분을 배합해 소화제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행복플러스 조혜원 기자
    ◇의약 유물로 보는 조선 왕실의 생활상

    "소화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몸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분해하는 과정을 말해요." 소화제의 재료가 될 진피(陳皮, 귤껍질)가루와 건조 수산화알루미늄겔(aluminum hydroxide gel, 제산제 성분) 등을 섞는 손끝이 제법 진지하다. 가루를 단단하게 뭉쳐주는 도구에 넣고 망치로 두드리자 금세 동그란 소화제 한 알이 모습을 드러낸다. "와아~" 아이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터진다.

    7월 25일 종로구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 사무동 지하 1층 체험학습실. 20여 명의 초등학생이 삼삼오오 모여 앉은 채 소화제 만들기 체험이 한창이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은 9월 14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조선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 기획전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독(회장 김영진) 창립 60주년과 한독의약박물관(관장 이경록)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한독의약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 중 조선 왕실의 질병, 의료와 관련한 다양한 유물을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전시물 중 하나는 '백자은구약주전자'다. 조선 왕실에서 마셨던 탕제나 약주에 독극물을 넣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주전자로, 주둥이를 덮은 은 막대의 끝에 자물쇠를 달아 암살 시도를 방지했다. 전신의 경혈(經穴)과 기혈(氣穴)을 표시한 인체 모형인 동인(銅人, 구리 사람)도 눈에 띈다. 침과 뜸을 공부하기 위한 것으로 내의원(內醫院, 왕의 약을 조제하던 관청)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수한 왕으로 꼽히는 영조가 65세 때 자신의 시력을 시험해보려고 아주 작은 글씨로 적었다는 '기년시안'도 흥미롭다. 이 밖에 태조 이성계의 태반과 탯줄을 담았다는 태 항아리, 왕의 외출 시에 수행원이 가지고 다녔다는 휴대용 약상자, 이질 치료와 사약으로 쓰인 소주를 증류하는 데 썼던 소줏고리 등 조선 왕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 다양하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질병은 누구도 피할 수 없으며 조선시대의 왕들도 질병으로 고생했고 약으로 이를 치료했다"며 "이번 기획전을 통해 선조들이 어떻게 질병을 극복했는지 그 지혜를 엿볼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전문박물관 미래 짚어보는 심포지엄도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소화제 만들기'는 우리 몸의 소화기관과 소화의 원리를 알아보고 직접 소화제를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시청각 자료를 이용한 간단한 이론 학습 후 위장관 운동을 촉진하는 진피가루, 약을 뭉쳐주는 역할을 하는 아비셀(avicel), 제산제, 약 표면을 매끈하게 해주는 성분인 마그네슘 스티어레이트(magnesium stearate) 등을 배합해 나만의 소화제를 만들어본다. 체험 후에는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로 이동해 해설과 함께 '조선왕실의 생로병사-질병에 맞서다' 기획전을 관람한다. 8월 프로그램은 접수 마감됐으나 9월 3일 오후 2~4시 진행될 프로그램은 8월 25일 오전 10시부터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gogung.go.kr)에서 선착순 신청할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월요일 휴관하며, 이번 기획전 관람 및 체험 프로그램 참여는 모두 무료다. 기획전이 끝난 후에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에서 월 1회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전 접수(043-530-1004) 후 참여할 수 있다.

    8월 29일 오후 2~5시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는 한독의약박물관 개관 50주년 기념 심포지엄도 개최된다. '전문박물관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이경록 한독의약박물관장, 김쾌정 허준박물관장, 신규환 연세대학교 의사학과 교수 등이 연자로 나서 '한독의약박물관의 연혁과 발전 방향' '국내 의학박물관의 역사와 활동' '외국 의학박물관의 역사와 특징'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 사전 신청 없이 관심 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기획전에서 볼 수 있는 백자은구약주전자
    기획전에서 볼 수 있는 백자은구약주전자./한독 제공
    >>한독의약박물관은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국 최초의 전문박물관이자 기업박물관으로 지난 1964년 설립해 올해 개관 50주년을 맞았다. 한독의 창업주인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1957년 독일 출장 시 하이델베르크의 약학박물관을 보고 감동받아 7년여의 유물 수집 끝에 개관했다.

    사라져가는 국내 의약학 사료를 보존하고 문화 사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설립된 한독의약박물관은 현재 비영리 공익법인 한독제석재단이 운영하며 동·서양의 의약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물 1만여 점과 의약 전문 도서실을 갖췄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매년 1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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