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서 경제·정치까지…지금은 뒤태 전성시대

    입력 : 2014.08.19 06:00

    일리
    일리 제공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미셸 투르니에 사진 에세이책 '뒷모습' 중에서

    우리는 앞면에 익숙합니다. 거리를 걷든 쇼핑을 하든 누구와 대화를 나누든 우리는 앞면을 봅니다. 이처럼 '특혜'를 누리는 앞면에 비해 뒷면은 서자(庶子)입니다. 이러한 앞면과 뒷면의 권력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유명 문인이나 화가, 제조업의 장인들은 일찍이 뒷면의 가치에 주목했지만 최근엔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우리의 몸과 머리는 물론 옷, 신발, 가전제품 등 공산품에서도 뒷면이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뒷면에는 대체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가치가 숨어 있는 걸까요? 행복플러스가 3개 면에 걸쳐 살펴봤습니다.

    2014년 상반기 주목받은 '뒤태 관련 이슈'

    영화 '역린'에서 정조 역을 맡은 배우 현빈은 잘 다듬은 등 근육을 자랑했다. 그의 뒤태는 '화난 등 근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면서 올해 상반기 내내 화제였다. 남자 배우의 벗은 몸이 눈길을 끈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남자의 뒤태에 숨겨진 힘과 건강함, 섹시함이 새삼 주목받았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야망'에 출연한 권상우도 빼어난 뒷모습을 과시했다.

    여성 4인조 그룹 '걸스데이'는 2010년 데뷔해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화려한 엉덩이 춤을 곁들인 '기대해'와 'Something' 등으로 공중파 방송 가요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 절정을 달렸다. 이들의 춤은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인기의 수직상승에 한몫했다.

    연예계뿐만 아니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얼굴 뒷면을 강조한 사진을 홍보물의 표지에 사용했다. 당시 홍보물 제작에 깊히 관여한 관계자는 "'나'를 주장하기보다 뒷모습이 더 진실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선거에서 이슈가 됐던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였기에 (득표에)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관상을 봐야 심성을 알 수 있다"며 비아냥댔지만 박 후보는 재선에 성공했다.

    뒤태에 대한 관심은 일반인들에게도 폭넓게 유행한다. 이른바 '뒤짱'이 되기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아서 땀을 흘린다. 운동으로 뒤태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일명 '엉뽕'이라는 엉덩이 패드를 사용하기도 하고 엉덩이 성형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위험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뒷머리 성형까지 행해진다.

    뒤모습
    (왼쪽부터)영화 ‘역린’에서 보여준 현빈의 등 근육은 ‘화난 등 근육’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여성의 뒷머리 표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허정수 화가의 ‘아름다운 뒷모습’(54×65㎝)./6·4지방선거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홍보물 표지. 얼굴 뒷면을 강조한 사진을 사용했다. /허정수 제공(가운데)
    기업이 뒤태 강조 풍조를 놓칠 리 없다. 의류 브랜드 레노마 스포츠는 40~50대도 입을 수 있는 '애플힙 리프팅 팬츠'를, 게스는 '동안 팬츠'를 내놓으면서 뒤태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다. 속옷 브랜드 섹시 쿠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섹시백 선발대회'까지 열어 인터넷을 달구었다.

    뒷모습은 문학이나 예술작품의 주요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여성의 뒷머리를 화폭에 담아온 허정수 서양화가는 뒷모습을 주요 테마로 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0년까지 10년간 여성의 머리 뒷모습을 주로 그렸어요. 모두 앞모습만 보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소외된 뒤를 그려보기로 했지요. 확실히 앞모습만으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던 것을 뒷모습을 통해 제대로 해석할 수 있었어요."

    뒤태 주목 현상이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소비자학과 전미영 연구교수는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사회 전반에서 디테일 찾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뒤태를 소중히 하는 것은 새로운 차별화 찾기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여주기식의 화려한 면만 쫓다가 뒷면이라는 보지 못한 소중한 가치에 주목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100명 앙케트 '뒤태에 대한 궁금증 5가지'

    '행복플러스'는 보통 사람들은 뒤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은 20~50대 남성 28명, 여성 72명 모두 100명이다.

    먼저 '외출 시 자신의 뒷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 신경을 쓰나'는 질문에 과반수가 넘는 56명이 '어느 정도 살펴본다'고 답했다. 13명은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거의 살펴보지 않는다'라는 응답자도 26명이나 됐다. 거리에서 앞사람의 뒷모습에서 어떤 점을 가장 눈여겨볼까? 절반이 넘는 58명은 '체형'이라고 답했고 30명은 '옷'을, 12명은 '걸음걸이'를 꼽았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 그 사람의 뒷모습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나'라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인 92명('약간' 62명, '상당히' 29명, '결정적' 1명)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8명에 불과한데 남성은 0명이었다.

    물건 구매 결정시 뒷면이 어떤 영향을 줄까? 절대다수인 90명은 뒷면이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약간 영향을 준다'(55명) '상당한 영향을 준다'(32명)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3명) 순이었다. 10명은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뒤태는 이다’에 대한 답변들

    감출 수 없는 본모습, 거울, 숨은 매력, 무심하게 숨겨둔 매력 포인트, 품격, 반전미, 옵션, 두근두근, 또 하나의 앞면, 호기심, 실루엣, 김희애, 센스, 스타일링의 완성, 오나미, 아찔함, 자신감, 자존심, 마무리, 히든 카드, 커다란 물음표, 흥분, 자기 관리의 척도, 앞태보다 의외로 강렬한, 간지, 나만 모르는 나만의 특징, 회심의 한 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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