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니 아까웠던 캠핑용품·공구 세트,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줘요

    입력 : 2015.03.10 06:00

    강서구가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활성화를 위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자기 것을 나눠 이웃과 같이 쓰도록 하는 공유사업인 '보물창고'를 지난달 12일 개설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강서구 보물창고를 직접 체험해봤다.

    마을IN_ 강서구 '보물창고'

    ◇도서관에서 캠핑용품, 공구 빌린다고?

    지난해 5월 기자는 그늘막 텐트와 캠핑 의자 4개, 테이블 등 캠핑에 필요한 장비들을 샀다. "주말마다 나가리라" 호언했다. 딱 한 번, 한강 둔치에 나갔다. 캠핑 물품 가운데 어떤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베란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고이 잠들어 있다. 그 슬픈 진열을 보며 생각했었다. '어쩌다 한 번 쓸 것들, 어디서 빌려주기만 해도 안 샀을 텐데!' 하고 남 탓을 했다.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내놓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못했다.

    지난달 중순, 강서구가 캠핑용품과 공구 등을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주는 '보물창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뿔싸, 무릎 한 번 치고 그 내용을 살펴봤다. 단순한 대여 서비스만은 아니었다. 주민이 자기가 가진 물품이나 공간, 재능 등을 한 번은 기증해야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최근 일고 있는 '공유경제' 원리에 기초한 서비스였다. 명절 쇠고 지난달 25일 뭘 거저 쓸 수 있나 눈에 불을 켜고 '강서구 보물창고'를 검색해 해당 사이트(bomulshare.gangseo. seoul.kr)에 접속했다. 홈페이지에는 빌려 쓸 수 있는 공유물품과 이용 방법, 주의 사항 등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었다. 공유물품은 공구, 캠핑용품, 도서, 공간, 재능, 의류 등에 한했다. 공구와 캠핑용품이 주를 이뤘다. 반가운 것들이 눈에 띄었다. 대형마트에 가면 늘 전동 드릴과 공구 세트 앞을 서성였다. 드릴로 거칠게 벽을 뚫는 내 모습을 그리며, '저걸 사, 말아' 고민하다 아내의 강력한 저지에 좌절했었다. 달아매는 그물 침대 해먹도 있었다. '와, 그 때 안 사길 잘했다.'

    곰달래문화복지센터 2층에 마련된 보물창고 물품보관소. 주민 누구나 물품을 기증하고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다.
    ◇빌리려면 먼저 기부… '공유경제' 시동

    회원 가입에 돌입했다. 만 18세 이상 성인만 가입할 수 있고 대여는 강서구 주민에게만 해당됐다. 기부는 다른 구에 사는 주민도 가능했다. 가입 도중 난관에 부닥쳤다. 내가 기부해야 할 물품을 정해 사진과 함께 올려야 했다. 공유물품의 카테고리 내에서만 기부할 수 있고, 1만원 이상 5년 이내 구입 제품에 한했다.

    먼저 집 안에 '버릴 만한' 물품을 찾았다. 마땅한 게 없어 슬쩍 잠자고 있는 캠핑용품들을 쳐다봤다. 제일 싼 것을 찾았다. 그러다 기자는 쩨쩨하고 비루한 자아와 마주쳤다. 결국 1만3000원에 샀던 랜턴을 집어 들었다. '그래도 포장도 안 뜯은 새 건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뭐'라는 합리화와 함께. 이후 회원 가입은 순조로웠다. 다음 날 오전 캠핑용 소형 랜턴 1개를 들고 강서구 화곡8동 곰달래문화복지센터 2층에 있는 보물창고의 물품보관소를 찾았다. 기부 물품은 이곳에 직접 전달해야 한다. 택배(선불만 가능)로도 보낼 수 있다. 보관소는 기대보다 작고 휑했다. 홈페이지에 열거된 물품 70여 개가 전부였다.

    보물창고 운영을 전담하는 김보일 곰달래도서관 관장은 "이번 사업의 취지는 주민들이 기부한 물품 등을 공유하며 효율적인 자원 활용과 새로운 형태의 나눔 문화를 확산시켜보자는 것"이라며 "현재 물품은 거의 구청에서 마련했고 앞으론 기부로 채워나가게 된다"고 했다. 구가 준비한 물품은 캠핑용품의 경우 텐트(2인용), 그늘막 텐트(4~5인용), 야외용 의자 및 침대, 해먹, 코펠, 아이스박스, 버너 등이 있고 공구는 사다리, 실리콘 건, 전선 릴, 전동 드릴, 공구 세트 등이 있다. 이날까지 인터넷으로 가입한 회원은 모두 7명이며 실제 기부한 이는 기자까지 3명. 기부됐거나 예정된 물품은 다목적 가위, 남성용 방한복, 어린이 도서 전집 등이었다. 김 관장은 "아무래도 캠핑용품과 공구를 찾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 해당 물품 확보에 더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집 가까운 구립도서관서 수령, 반납해

    회원 가입 및 물품을 기부한 주민은 보물창고 홈페이지에서 대여 신청을 할 수 있다. 빌리고자 하는 공유물품을 클릭하면 '대여신청하기' 창이 뜬다. 물품을 전달 받을 집과 가까운 강서구립도서관(등빛·길꽃·푸른들 등 총 7곳)을 선택하고 간단한 인적사항 등을 입력하면 된다. 한 번에 3가지씩 신청일 다음날부터 7일 동안 무료 대여해준다. 예약 대여와 기간 연장은 안 된다. 물품은 강서구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두레(다른 도서관의 책을 집 근처 도서관에서 대여해주는 서비스) 차량을 통해 신청 다음 날 또는 이틀 후까지 신청 도서관으로 배달되며 이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신분증을 지참해 도서관 이용 시간 내에 들러 물품을 수령하면 되고, 사용 뒤에는 깨끗이 정비한 후 다시 물품을 받은 도서관으로 반납하면 된다. 분실했거나 손상되면 현재 시가에 따라 보상하거나 직접 수리해서 돌려줘야 한다.

    이용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질의응답 코너를 이용하거나 전화(02-2065-3803)로 문의하면 된다. 보물창고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며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쉰다. 김 관장은 "회원 가입 후 직접 와서 물품을 기부해야 하는 등 절차가 다소 복잡할 수 있지만 공유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며 감수해주시면 고맙겠다"며 보물창고가 강서구의 공유경제 활성화의 시동을 걸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