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마을 영천으로 떠나는 한국 와인 여행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5.06.25 09:00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별이 가장 많이 관측된 장소가 있다. 공기가 좋고 흐린 날이 적어 별을 보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진 곳, 국내 최초로 관측된 별 13개 중 12개가 발견된 경북 영천이다. 경부고속도로 대구와 경주 사이, 또는 포항대구고속도로에서 포항 가는 길목에 위치한 영천은 주변에 명산들로 둘러싸여 해마다 많은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북쪽의 보현산(해발 1,124m)이 포항과 경계를 이루고 있고, 서쪽으로는 팔공산(해발 1,192m)이 대구와, 남쪽으로는 사룡산(해발 685m)이 경주와 경계를 두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산은 보현산인데, 부드러운 능선을 자랑하는 이 산에는 1만 원권 뒷면에 그려진 국내 최대 광학망원경이 있는 보현산천문대가 있다.

    1천억분의 1을 확률을 뚫고 확인된 별의 소멸, 그 것을 확인한 보현산천문대
    영천이 ‘별의 마을’로 유명해 진 이유는 무엇보다 블랙홀을 통한 ‘별이 소멸’이 관측되었기 때문. 블랙홀은 별을 삼킬 때 삼켜진 별의 잔해가 광선형태로 뿜어져 나온다고 알려졌는데, 확인될 확률은 1천억분의 1로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론상의 내용을 2011년 3월 28일 보현산 천문대에서 세계최초로 발견 및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것을 토대로 영천은 과학의 도시, 그리고 산업의 도시, 최근에는 영천 포도를 활용한 와인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영천의 와인체험관 미니터널. 오크통 형태를 하고 있다, 와인 미니터널의 1층 시음 및 전시관
    최고의 포도 주산지 영천, 와인의 역사는 30년 전부터
    밤하늘의 별이 초롱초롱할 정도로 맑은 날씨와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하는 영천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김천, 경산, 영동과 함께 당도 높은 품질의 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영천이 와인을 시작한 것은 1977년. 두산의 마주앙이란 와인 공장이 이곳에 설립되면서 와인 양조용 포도를 계약 재배하기 시작했고, 1985년도에는 포도를 본격적으로 재배, 1997년에는 부가가치 높은 제품유도를 위해 포도 재배자에게 와인발효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2007년도에 와인산업선포식을 통해 본격적인 와인과 와이너리산업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머루포도로 빚어낸 Ciel We 와인. 오크통 숙성을 통해 드라이하고 스모키한 맛을 나타낸다. Ciel은 하늘이란 뜻으로 영천의 별빛하늘을 나타내는 영천의 와인공동브랜드다
    20여 개의 와이너리가 모여있는 영천 와인, 숙성의 맛보다는 신선한 맛
    현재 영천에는 20여 개의 와이너리가 모여있다. 재배되는 품종은 캠벨이 45%, 머루 포도로 불리는 MBA가 39% 그리고 거봉이 15% 전후이다. 캠벨은 일반적인 식용포도라고 보면 되는데, 이 품종으로 만드는 경우에는 와인의 색이 일반적인 수입와인보다 밝은 색을 띤다. 양조용 포도로도 사용되는 머루포도(MBA)의 경우는 맛과 향이 좀 더 진한 편인데, 오크통 숙성을 통해 풍부한 아로마와 부케가 느껴지는 와인도 있다. 영천와인의 전체적인 맛은 드라이한 맛보다는 달콤한 맛. 와인 애호가 중심의 시장보다는 와이너리를 탐방하러 온 와인 입문자나 관광객 수요가 많은 만큼 접근하기 편한 달콤한 맛 중심의 제품이 좀 더 많이 있다. 즉 숙성된 스모키한 맛 보다는 원료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신선한 맛이 중심이다.

    미니터널의 지하저장고. 다양한 영천와인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영천 와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와인숙성창고 ‘미니터널’
    20여 개의 양조장이 영천시에 모여있지만, 모두 다니기에는 시간이 빡빡하다. 이러한 것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한 공간이 있으니, 바로 영천의 와인 ‘미니터널’이다. 지하 1층은 오크통과 와인 숙성 공간, 1층은 와인 시음을 할 수 있는 갤러리, 2층은 소믈리에 및 양조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수십 종류의 영천 와인을 품종별로 맛보며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공간이며 구입도 가능하다.

    블루썸 와이너리의 전경과 와인. 왼쪽은 식용포도인 캠벨, 오른쪽은 머루포도로 빚어졌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와이너리 ‘블루썸’
    미니터널에서 영천 시내로 달리기를 약 20분, 넓은 잔디밭과 수려한 포도밭을 갖춘 와이너리를 만날 수 있다. 와이너리 이름은 ‘블루썸’. 2013년도에 생긴 신생 와이너리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젊은 남매 3명이 직접 재배한 포도로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 하여 고향인 영천으로 돌아와 만든 곳이다. 현재 머루포도, 켐벨 등으로 와인을 빚고 있는데, 와인 구입 외에도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배한 포도를 활용한 케이크 만들기, 젤리 만들기, 그리고 와인 빚기 등이다. 다만 모두 포도가 수확되는 8월부터 11월까지만 할 수 있는 한정 체험 상품이다. 사시사철 가능한 것은 와인 시음체험. 완전발효를 통해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바뀐 드라이한 맛의 와인과 당분을 머금고 있는 스윗와인과의 비교 시음은 넒은 잔디밭의 와이너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이곳만의 매력이다.

    블루썸 와이너리에서는 다양한 양조용 포도도 시험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아직 나무가 어려서 본격적인 와인 맛은 내년을 기대한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별의 마을, 영천의 밤하늘과 즐겨보는 낭만 있는 와인 문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영천은 북으로는 보현산, 서쪽으로는 팔공산 등 유명한 산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이 산에는 모두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펜션과 캠핑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에는 영천의 별빛 하늘을 바라보며 이곳만의 와인을 즐겨보면 어떨까?
    서양의 와인에 비한다면 아직은 역사가 짧은 영천 와인이지만 쏟아질 듯한 별빛하늘과 토양과 기후, 그리고 사람의 인내 등 영천의 문화가 응축된 이곳의 와인 한 병이라면 외국 과는 또 다른 색다른 낭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영천이란 소도시의 와인을 통해 늘 외국의 와인에만 동경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지역 문화를 향유하고 대한민국의 대자연과 우리 농산물로 이어지는 가치 있는 문화적 소비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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