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芝蘭之交)를 그리는 사람과 나누는 전통주, '진도홍주'

  • 조선닷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5.08.13 09:00

    증류기술은 고려시대 몽골에서 전래
    대몽항쟁의 삼별초가 주둔, 갑자사화 면한 허종의 후손이 진도에 낙향
    전통주 최초 지리적 표시제 인증 획득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대대로 영농조합의 진도홍주

    고려 시대에 편찬된 금언(金言)과 명구(名句)를 모아놓은 명심보감(明心寶鑑)에는 향기롭고 맑은 벗 사이를 뜻하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학창시절 한자수업에도 자주 등장했던 지란지교(芝蘭之交)이다. 향기롭고 맑은 지초와 난초의 꽃 같은 벗 사이를 일컫는 이 말은 우리가 잘 아는 공자가 언급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맑고 향기로운 꽃의 지초를 품은 전통주가 있으니 지초주(芝草酒)라고도 불렸던 진도홍주. 산삼, 삼지구엽초와 함께 3대 선약(仙藥)으로 불리는 지초는 그 뿌리에 동의보감 및 본초강목에 따르면 배앓이, 장염, 해열, 청혈에 이롭다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진도 홍주는 증류한 증류주에 지초를 침출시키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그 시작은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증류기술이 전래된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초의 뿌리. 전통소주가 나올 때 이 뿌리를 통과시켜 지초의 향과 맛, 그리고 색을 품게 한다

    연산군의 갑자사화를 면하게 한 홍주, 진도홍주의 본격적인 시작
    원래 홍주는 고려시대 원나라에서 건너온 홍국(홍국)으로 빚은 술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이후 고려 말에는 국내에서 제조되었고, 항몽 삼별초군 주둔 및 유배된 양반으로부터의 전수, 함경, 평안도 주민의 입도 및 의료 처방에 따른 독자발전 등 다양한 설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조선 성종 때, 경상도 절도사 허종 이야기이다. 내용인즉슨, 허종은 부인이 만든 홍주를 마시고 취해 말에서 떨어졌는데, 이렇게 부상을 입어 당시의 중전이자 연산군을 낳은 윤씨를 폐비시키는 어전에 참가하지 못해 연산군의 갑자사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후 허종의 후손이 소줏고리를 갖고 진도로 낙향하여 진도 홍주를 만들었다 전해지고 있다. 원래 지초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천, 금산 그리고 진도 지역에서 많은 양이 재배되고 있고 진도에서는 4곳의 양조장에서 진도홍주를 만들고 있다.

    100% 진도 쌀과 진도 지초로 만드는 대대로영농조합법인의 진도홍주
    현대 진도 홍주를 만드는 대표적인 양조장 중 하나가 바로 대대로 영농조합법인. 2008년 농업 분야에 있어서 농식품부 신지식인으로도 선정된 김애란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대대로의 진도 홍주는 100% 진도 쌀과 100% 진도 지초만 고집하고 있다.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진도의 문화와 농산물을 알리겠다는 김애란 대표의 고집 있는 철학이다. 이러한 것을 배경으로 2008년에는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전통주업계 최초로 지리적표시제도 인증을 받기도 한다.

    진도 홍주에 탄산수를 넣은 모습. 알코올 도수 40도인 홍주는 얼음이나 탄산수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 3년 숙성에서 30년 숙성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다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명량대첩의 배경지 울돌목에서 차로 5분거리
    2015년도에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우리 농산물과 전통주를 찾아가는 농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도 선정, 체험객 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간판도 새로 하고, 견학로도 만들 예정이다. 본격적인 체험은 올해 10월 중순 이후. 아직은 준비 중이지만 지초를 통한 홍주 체험을 통해, 우리 술이 단순히 취하기만을 위한 것이 아닌,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농산물을 담은 것을 홍주를 통해 알릴 예정이다. 무엇보다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닌 진도의 역사, 문화, 명소 그리고 진도의 우수한 특산물인 구기자, 돌미역, 진도 대파, 멸치 등 도 알리며 이 지역의 문화관광 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다. 양조장 위치도 좋다. 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 관객수, 1700여만명을 기록한 영화 명량의 배경지이며 명량대첩의 승전지기도 한 울돌목에서 차로 5~10분정도의 거리에 있다.
    해남과 진도를 연결하는 진도대교. 멀리 이순신 장군이 지도를 들고 고뇌하는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진도홍주를 만드는 대대로영농조합은 이곳에서 차로 5분 내외 거리에 있다
    지란지교를 그리는 사람과 마시는 전통주, 그것이 바로 진도 홍주
    이 땅에 자본주의 논리가 들어온 지 100년,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술이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빨리 만들고 빨리 마시는 문화가 된 것은 사실이다. 천천히 음미하는 술은 외국의 술이고, 우리 술은 오직 빨리 취하기 만을 요구하는 문화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도 더욱 맑고 향기가 있는 관계보다는 늘 실리만을 추구한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지란지교를 꿈꾸던 옛 친구와 만나 홍주 한잔 나눠보면 어떨까. 왠지 거친 세상의 삶 속에서 잊고 있던 친구의 소중함이 한잔의 전통주를 통해 다시 생각나기를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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