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을 책임진 '파리의 심판'의 주인공

    입력 : 2017.03.13 08:21

    나바팰리 스탭스 립 지역의 아이콘 와이너리 '끌로 뒤 발' CEO 방한
    두 번의 대통령 취임식, 부시, 클린텅 방한 만찬을 책임진 와인
    생산량 더 줄여 품질에 집중, 그 첫 번째 와인 2014 빈티지

    대통령 취임식은 국내는 물론 해외 VIP까지 대거 방문하는 가장 중요하고 주목받는 행사 중 하나다. 이런 행사에 만찬주는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가격을 떠나 그 맛과 품질이 뛰어나야만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나파벨리에 명문 와이너리 '끌로 뒤 발(Clos Du Val)'이 바로 그런 와인이다. 끌로 뒤 발 까베르노 소비뇽은 두 번이나 대통령 취임식에서 만찬주로 쓰여 청와대 문턱을 넘었다. 부시, 클린턴 대통령 방한 당시에 만찬 와인으로도 쓰였다. 로버트 파커는 90점, 제임스 서클링은 92점을 줬고,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그 해의 100대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같은 와이너리의 샤르도네는 G20 서울 정상회의 오찬에 쓰였고, 역시 로버트 파커가 90점을 줬다. ‘2010 캘리포니아 주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된 끌로 뒤 발 진판델은 청와대 자문 위원단이 ‘한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레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끌로 뒤 발 와이너리./사진=레뱅드매일 제공
    끌로 뒤 발 와이너리./사진=레뱅드매일 제공

    프랑스어로 "작은 계곡의 작은 포도 밭"이라는 뜻을 가진 끌로 뒤 발은 1972년 나파벨리 스택스 립 지역에 설립 되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76년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에 알린 ‘파리의 심판’에서 설립된 해서 만든 와인으로 8위를 차지하며 나파 밸리 아이코닉 와이너리라는 명예를 얻었다. 1986년 열린 제 2회 ‘파리의 심판’에서는 같은 와인으로 1위를 차지하며 그 품질과 맛을 세계에 인정받았다. 40년 이상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로, 스틱스 립, 카네로스, 욘트빌 등 나파 밸리에 가장 주요한 지역에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끌로 뒤 발은 중대한 변화를 맞이한다. 나파밸리 그랑크뤼로 불리는 샤플렛(Chappellet)에서 11년간 몸담았던 스티브 탐브렐리(Steve Tamburelli)를 CEO로 영입하고 그의 지휘아래 품질을 끌어올려 프리미엄급 와인 생산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올해 그 첫 번째 결실을 들고 CEO 본인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스티브 대표는 와이너리 경영자라기보다는 오랜 양조 경험을 지닌 ‘와인 메이커’에 가까운 느낌을 풍겼다.

    끌로 뒤 발 CEO 스티브 탐브렐리./사진=레뱅드매일 제공
    끌로 뒤 발 CEO 스티브 탐브렐리./사진=레뱅드매일 제공

    - 만나서 반갑다. 무척 바쁘겠다. 인터뷰가 끝나면 일본이나 중국으로 넘어가는 일정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에 며칠 더 머물다가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간다.”

    - 그럼, 오직 한국 시장 홍보를 위해 왔다는 것인가

    "그렇다."

    - 취임 후 기존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2014년에 CEO로 취임하면서 오너 가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품질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포도를 더 세심하게 고르고 발효나 숙성 과정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러려면 생산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기존에 9만 케이스 수준이던 생산량을 4만 케이스까지 줄였다.”

    - 한국은 유독 까베르네 소비뇽이 크게 사랑받는 곳이다. 나파 밸리 와인도 많이 들어와 있다. 끌로 뒤 발 까베르네 소비뇽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보통 캘리포니아 와인이라고 하면 진하고 강한 뉘앙스에 16도 이상 되는 높은 알코올 도수를 떠올리곤 한다. 끌로 뒤 발은 떼루아를 잘 표현한 우아하고 균형감이 좋은, 숙성이 잘 된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알코올도 14도 정도로 강하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다.”

    - 까베르네, 진판델, 피노누아 등 레드는 3종을 출시했는데 화이트는 샤르도네 한 종뿐이다.

    “어떤 와이너리들은 여러 종의 화이트를 생산하기도 한다. 직접 제배하지 않더라도 좋은 포도를 사서 양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샤르도네만 생산하고 있다. 마셔보면 납득할 만한 맛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 진판델은 특유의 진한 향과 맛으로 인해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편이다. 알고 있나

    “끌로 뒤 발 진판델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진판델과 차이가 난다. (끌로 뒤 발 까베르네 소비뇽처럼)우아하고 도수가 낮다. 베리류의 풍미와 페퍼향, 토스티한 향신료 뉘앙스로 실크처럼 부드럽게 넘어간다. 바비큐 같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

    끌로 뒤 발 까베르네 소비뇽.
    끌로 뒤 발 까베르네 소비뇽.

    끌로 뒤 발 까베르네 소비뇽은 스티브 탐브렐리 CEO의 설명처럼 '클래식'한 감성이 충만하다. '클래식'이란 본래 뛰어난 완성도로 누구나 인정할만한 예술작품에 붙는 수식어다. 굳이 보르도를 떠올리지 않아도 높은 수준의 와인들에 담겨있는 많은 복합적인 요소와 우아함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바로 마셔도 좋고 잠재력도 충분해 보인다. 수량 부족으로 마셔볼 수 없었던 진판델이 무척 궁금해진다.

    끌로 뒤 발을 지금 마셔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나파 밸리를 비롯해 미국 와인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변신한 첫 해 작품을 ‘아직’ 거품이 끼지 않은 합리적인 수준에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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