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연구자 이박사의 술 이야기] 한국 와인에는 한국 음식이 어울리지 않을까?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입력 : 2017.04.21 17:41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봄은 봄인가 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은 물론이고 미세먼지로 공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고 있는 모습들을 SNS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봄이 되니 다양한 야외 주류 행사들이 열리고 있고, 또 줄지어 준비되어 있으니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한 날들의 연속이다.

    봄에 개최되는 주류 행사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와인이나 맥주 행사이다. 맥주 행사들은 국내외 맥주들이 혼합되어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얼마 전부터 지속 확대되고 있다. 반면 와인 행사들은 외국 와인이 대부분이며 몇 년째 진행되는 행사들이어서 기간이 공지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이처럼 많은 봄 주류 행사에서 우리 술은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한국 와인의 경우도 비슷한 와인 행사에 참여하지도 그리고 이러한 행사들을 기획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직 가성비가 약하고 유통이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맛에 대한 평가는 좋아지고 있어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자연스레 한국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리라 예상된다. 봄 행사에 한국 와인도 곧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와인은 외국 와인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기에 자금력이나 마케팅에서 많은 부분 부족하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이미 자국 와인이 상당부분 자리 잡았다. 일본 와인을 살펴보면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을 것이다. 일본은 일식에 잘 맞는 와인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외국 와인과의 차별성을 갖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부분이다. 한국 와인도 이런 방법을 마케팅에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외국 와인도 예전부터 한국음식에 맞는 와인에 대한 홍보를 많이 했고 지금도 명절 선물로 와인을 홍보할 때 한국 음식에 맞는 와인을 홍보한다. 오히려 이러한 홍보를 우리 한국 와인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불고기나 갈비와 같은 고기류의 페어링은 이미 충분히 해 왔다. 오히려 지역 음식과 페어링은 어떨까 싶다. 예를 들어 과메기에 어울리는 영동 포도 와인, 홍어에 어울리는 영천 포도 와인, 순대에 어울리는 무주 머루 와인 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라 본다.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를 국산 치즈로 대체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도 생각보다 다양한 치즈를 소규모 낙농 농가에서 생산하고 있고 제품의 품질도 우수하다. 한국 치즈와 한국 와인의 페어링을 잘 연결한다면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마른 안주로 김이나 부각 또는 우리나라의 구절판 음식도 괜찮은 안주 형태가 될 것이다. 한국 와인 종류가 많기에 거기에 어울리는 페어링 음식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지역 농산물과 매칭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아직 한국 와인은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더 연구해야 하고, 재료와 포도 품종의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선 한국 와인 대중화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한식 또는 지역 농산물과의 페어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면 외국 와인과의 차별화뿐 아니라 한식과 재료에 대한 떼루와(terroir)도 자연스레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조만간 한국 와인에 국산 치즈를 페어링 하는 게 당연해지길 기대해 본다.

    글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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