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연구자 이박사의 술 이야기] 우리 술, 세상은 넓고 맛있는 술은 많다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입력 : 2017.07.11 18:02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어릴 적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 대기업 회장이 한 말로, 책 제목으로도 쓰이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세계를 무대로 일을 해보라는 의미로 널리 인용됐다. 오랫동안 이 말을 잊고 지내다가 몇 년 전 술에 관한 일화를 풀어낸 술 여행기 ‘스피릿로드’라는 책에서 “세상은 넓고 맛있는 술은 많다”라는 문장이 등장해 기억이 다시 금 되살아났다.

    우리 술을 연구하다보니 한국의 술뿐만 아니라 외국의 술 제조법이나 맛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러한 관심이 시작 된 데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작게는 앞에서 언급한 책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국내에서 마시는 못하는 술들을 접하면서 인 듯하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 주류 시장 조사를 위해 빠지지 않고 주류 코너를 들리게 된다. 가까운 일본이건 먼 유럽이건 간에 우리나라와 확연히 차이나는 술 종류의 다양함에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들었다.

    간혹 우리 술은 최고의 술이고 외국 술은 우리 술보다 못하다는 관점을 가진 사람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술이라는 것은 그 나라의 농업 환경과 기후 등에 의해서 그 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부터 시작 된 것이기에 어떠한 주종의 술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같은 술이라 해도 품질의 좋고 나쁨은 있을 수 있다.

    과연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술들이 있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맥주, 소주 외에도 막걸리, 약주 등에서 부터 이제는 포도주, 위스키, 보드카, 진, 럼, 피스코, 그라빠 등 그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술을 찾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같은 종류의 술이라고 해도 다양한 부재료를 첨가해 고유의 독특함으로 명품 반열에 오른 술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요즘 우리 술도 다양한 원료와 제조법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막걸리의 예만 봐도 오랫동안 비슷한 제조법을 고수하다 최근에서야 트렌드에 따라 조금 변화한 것이지 크게 변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술을 만드는 사람도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마셔보기를 권하고 싶다. 왜 이러한 맛과 향이 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우리 술 제조에 접목해 봤으면 한다. 그렇다고 모든 술이 우리 술 제조법과 어울리진 않을 것이기에 우리 술만의 정체성을 해쳐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너무 획일화 되어 있는 우리 술 시장에 이제는 다양성을 불어넣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몇몇 제품이 독점하고 있는 한국 주류 시장에서, 우리 술은 소규모 생산을 통해 차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전 세계의 다양한 술들을 마셔보고 그러한 술들과 우리 술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외국 술과 경쟁력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지금의 젊은 층이 나이가 들 때쯤이면 지금보다 소비가 더 감소할 수 있다.

    우리 술 스스로가 세계의 술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술들이 어떤 맛을 내고 어떠한 발효를 통해 만들어 지는지 더 연구하고 고민하고 그에 맞는 우리만의 술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술은 많다”라는 말의 뜻을 잘 헤아려주길 바란다.

    글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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