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 개미 홀리는 '주식 떴다방'

    입력 : 2017.07.11 19:32

    11일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강세장을 지속했다. 이날 주가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13.90포인트(0.58%) 오른 2396.00에 마감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245만원까지 올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하반기(7~12월)에도 증시는 뜨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증시 활황 속에 골칫덩어리로 떠오른 세력이 있다. 이른바 ‘주식 떴다방’이다. 한 푼이라도 벌어 보려고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들에게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추천하며 현혹하는 이들이다.

    과거 증권 방송이나 인터넷 증권 게시판을 통해 이런 종목 추천이 활발했다면, 최근엔 문자메시지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근거 없는 종목 추천이 활개를 치고 있다.

    회사원 배모(33)씨도 요즘 일하는 중에 수시로 날아드는 문자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 메가톤급 신규 사업 발표 예정, 마지막 매입 기회, 목표 주가 1만원’처럼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내용이다. 수신 거부를 해놔도 소용없다. 곧 다른 번호로 비슷한 문자메시지가 온다.

    배씨는 “종목 추천 메시지에 관심을 갖지 않다가도 괜히 한 번 찾아보게 되고, 혹시나 ‘정말 주가가 급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했다. 실제 이 종목은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순식간에 곤두박질 쳤다.

    조선DB

    ◇주가 조작 후 차익 실현까지… 추적도 힘들어

    주식 떴다방들의 수법은 간단하다. 배씨가 받은 문자메시지처럼 특정 종목에 곧 호재가 있을 것처럼 스팸 문자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전형적이다.

    포털 사이트 증권 게시판에 마치 투자 전문가인 양 ‘연락하면 해당 종목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며 전화번호를 남기고, 회신하는 이들을 ‘현혹 대상’으로 삼는다. 증권 게시판을 보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투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정보에 넘어가 실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주가가 쉽게 오르고 빠지는 코스닥 중소형 종목들이 떴다방 추천 종목이다. 정작 주식 떴다방들이 남긴 전화번호로는 연락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몰려 해당 종목 주가가 오르면 떴다방들은 유유히 그 종목을 팔고 나온다.

    SNS에서는 ‘주식 고수’라는 이들이 높게는 1000%가 넘는 자신의 수익률을 공개하며 특정 종목을 추천하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들은 그 수익률만 믿고 해당 종목에 올라탄다. 그런데 이런 ‘주식 고수’ 중 일부는 A종목을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다른 계좌로 갖고 있던 A종목을 팔아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한국거래소는 급속히 늘고 있는 주식 떴다방 사례들을 집중 모니터링 중이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원장은 “명백한 주가 조작임에도 불구하고 대포폰을 쓰는 문자메시지 유포자를 적발하는 게 쉽지 않다”며 “(주식 떴다방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추산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칭 ‘주식 전문가’ 난립… 한 달 70만원 넘는 종목 추천 서비스도

    증시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SNS에는 자칭 ‘주식 전문가’들이 크게 늘었다. 주가 조작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은 SNS 단체 채팅방에서 활동하며 수백명에게 하루에 2~3개 종목씩 찍어준다. 근거로는 증권사에서 나온 종목 추천 보고서 몇 줄을 갖다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묻지 마 매수’인 셈이다.

    처음엔 돈을 받지 않고 단체 채팅방에서 종목을 추천하다가 사람 수가 많아지면 “고급 정보는 따로 주겠다”며 유료 회원방을 따로 만든다. 유료방은 ‘한 달에 33만원, 3개월 77만원’이 일반적인데, 종목 추천 대가로 한 달에 70만원 이상 받는 곳도 있다. 추천 종목 중에선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도 있지만, 매매 타이밍을 잘못 잡은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수해야 한다.

    이들 또한 법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간다. 자기자본과 전문 인력 없이 금융 당국 인·허가가 아닌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유사 투자 자문업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접 돈을 굴려주겠다며 투자금을 받으면 유사 수신 행위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지만 이들은 투자금을 받은 게 아니어서 해당이 안 된다.

    이에 수익률 손실뿐만 아니라 환불 거부, 과다한 위약금 부과 등 다른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5월 회사원 A씨는 3개월에 60만원을 내고 유료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서비스에 실망해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는 까다로운 환불 규정을 들어 이를 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4월까지 접수된 유사 투자 자문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만 10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55건)의 두 배가 넘는다.

    ☞주식 떴다방
    특정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문자메시지 등을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세력을 일컫는다. ‘떴다방’은 아파트 분양 현장 주변에 철새처럼 모여드는 ‘이동식 중개업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금융 당국 단속을 피해 치고 빠지며 특정 종목 투자를 권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