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는 와인에서 왔다? 약에서 시작된 다양한 세계 술 문화

  • 디지틀조선일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7.07.13 08:00

    개인적으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문자가 하나 있다. 동물의 모양에서 따 오기도 했으며, 문자가 합쳐져서 새로운 뜻을 나타내기도 하고, 획 하나 차이로 상반된 뜻을 나타내는 글자, 그래서 누구나 새로운 조합으로 단어를 만들 수 있다는 ‘한자(漢子)’다.

    전통주를 계속 보다 보니 관련된 한자도 하나하나 따져보고 들어가는데, 최근에 흥미롭게 풀이되는 글자를 발견했다. 바로 의사, 의학 등에 쓰이는 의술 의, 고칠 의(醫)란 글자이다.  예술(藝術)이란 글자에 쓰이는 재주 예(藝)와 더불어 참 외우기 어려운 한자다.

    고칠 의(醫)를 하나씩 풀어보면 상단부에는 아플 예(殹), 아래에 항아리 유(酉)가 받치고 있다. 한자를 보면 아픔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항아리 유(酉)가 아플 예(殹)를 받치고 있는 것뿐인데, 왜 아픔과 치료가 다 된다는 것일까?

    옥편을 열어보니 그 답답함이 해소가 되었다. 여기서 항아리 유(酉)는 바로 술단지를 뜻한다. 술이 마취 기능 및 다양한 약용 기능을 했기 때문에 술로 아픔을 낫게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술이 약용으로 쓰인 것일까? 그리고 이런 문화는 우리에게만 있었던 것일까?

    서양의 대표적인 약술, 네덜란드 의사가 만든 진(GIN)
    명예혁명 후 영국으로 강제 진출

    약술 문화가 우리에게만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서양에서도 이미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시대에 약술이 존재했던 것으로 나온다. 그 중 가장 상품화가 많이 된 술을 이야기하자면 바로 ‘진’이다.

    진은 1660년에 네덜란드의 의학 교수가 만들었는데, 해열 및 이뇨작용을 돕는 노간주나무 열매를 활용해서 만들었다. 몸에 빠른 흡수를 시키고자 맥주에 넣어 증류해서 약용으로 쓰였으며, 초기에는 약국에서만 판매했다.

    런던 드라이 진
    재미있는 것은 영국의 명예혁명 덕분에 네덜란드의 진은 영국으로 가게 된다. 명예혁명은 유혈사태가 없었기 때문에 붙어진 이름으로, 당시 의회와 대립하던 제임스 2세가 프랑스를 망명을 가고, 뒤를 이어 네덜란드 귀족인 윌리엄 3세가 영국의 국왕이 된다. 윌리엄 3세는 이전 왕 제임스 2세가 프랑스로 망명을 가다 보니 프랑스 코냑(브랜디)을 싫어했다. 그래서 프랑스산 코냑 수입에 제한을 건다.

    새로운 술에 대한 수요가 영국 내에서 들끓었고 네덜란드의 진은 자연스럽게 영국으로 강제진출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바로 ‘런던 진’. 일반적인 진은 노간주나무 열매 대신 향료도 넣고 설탕을 넣는 진도 있다. 그런데 런던 진은 드라이한 맛을 자랑해서 맛이 깔끔했다. 영화 007에 등장하는 마티니나 진토닉 등이 대표적인 진으로 만든 칵테일이다.

    달콤하디 달콤한 독일의 약술, 예거마이스터

    재작년에 클럽에서 엄청나게 많이 팔린 술이 있다. 예거밤이라 불린 술로 독일의 예거마이스터를 베이스로 레드불 또는 핫식스, 얼음, 그리고 텀블러 등을 넣은 칵테일이다. 이 술이 유명하게 된 계기는 기존의 쓴 약술과는 달리 달콤했다는 것. 1935년에 허브, 과일, 뿌리 등 56가지의 재료로 만들어 출시했다. 덕분에 독일에서는 아직도 이 술을 가정상비약으로 갖춰 놓은 집들이 많다고 한다.

    예거마이스터
    예거마이스터(Jagermeister)란 이름은 헌팅 마스터(전문 사냥꾼)란 의미.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데 뭔가 중의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살짝 고민스럽다.

    토요토미 히데요시 뒤를 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진상했다는 일본의 양명주(養命酒)

    일본의 대표적인 약술은 ‘양명주’라고 있다. 진이나 예거마이스터와는 달리 이것은 지금도 약술로 쓰인다.

    양명주
    일설에 따르면 임진왜란의 장본인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물러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은 17세기 초에 이미 정권의 최고 실세인 막부(당시 일본의 사무라이 들의 최고 정치기구)에 바치는 약용술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약술과 비슷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대표적으로 계피, 지황, 작약, 인삼, 방풍, 울금 등이 있다. 알코올 도수 14도로 자양강장제 같은 역할을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미성년자도 마실 수 있다는 것. 다만, 알코올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마취용 음료에서 시작, 약국에서 판매한 콜라
    1800년대 말, 서부 개척시대의 미국에서는 약국에서 탄산수를 팔았다고 한다. 약재에 다양한 허브를 넣어 자양강장제처럼 만든 음료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때 미국 국내에 역사적 사건이 하나 등장한다. 노예 해방을 위한 남북전쟁이 일어난 것. 그 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다치니 국소마취제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콜라. 와인에 코카인과 콜라라는 당시 아프리카 산 허브를 넣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향후에 와인은 시럽으로 바뀌고, 코카인은 카페인으로 바뀐다. 결국, 전쟁이 콜라를 만들게 되었고, 이러한 콜라의 시작은 국소마취제를 위한 와인에 코카인을 넣은 것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콜라야 말로 진짜 약용술이자 응급치료제였다.

    죽력고(출처 죽력고 홈페이지)/감홍로와 페어링된 음식(출처 제주 켄싱턴 호텔)

    우리나라 대표적인 약술은?
    우리나라에는 약술이 정말 많다. 곡식이 부족했던 나머지 조선왕조는 금주령을 자주 반포했다. 그것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술을 약용으로만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약용술이 발달을 하게 된다. 오죽했으면 술을 약주라고 불렀을 정도일까. 너무나도 많은 술이 있지만, 대표적인 약용술로는 죽력고와 감홍로를 들고 싶다. 죽력고는 대나무의 기름이 들어간 정읍의 죽력고는 막힌 혈을 뚫어준다고 한다. 그래서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은 일본군에게 잡힌 후에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죽력고를 마시고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 하나로 말하자면 감홍로가 있다. 계피와 진피가 들어간 감홍로는 몸을 따뜻하게 하여 감기 예방에 좋은 술로 잘 알려져 있다. 마시면 몸이 따뜻해져서 일까,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주는 이별주로도 등장한다.

    동의보감에 있는 술의 기능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술에 대해 의학적으로 보는 술의 기능과 반대로 부작용도 같이 기록해 놓고 있다.
    “술은 본디 상약(上藥) 중에서도 상약. 한두 잔 마시면 효능이 번개처럼 빠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크게 독하고, 크게 열(熱)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상하게 하고 간이 붓는다.”
    결국 허준은 술의 실과 허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더란 뜻으로 귀결된다.

    술 문화를 생각하면 인류는 하나
    실은 늘 우리 문화를 이야기하면 약식동원, 의식동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먹는 것과 치료는 같다는 말로 한국의 음식 문화를 표현한 이야기다. 하지만 잘 알고 보면 이러한 문화는 우리만 있지 않다. 다른 나라도 있고, 또 우리에게도 있었다. 물론 우리가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우리에게만 이런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문화적 콤플렉스에서 오는 듯한 느낌도 든다. 무리하게 우월성을 찾기보다는 인류라는 하나의 틀로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것과 비슷한 것이 발효음식이다. 실은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에도 발효음식이 많다. 다른 국가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 꼭 문화적으로 우위에 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비슷한 것을 가지고 공통점을 찾아 소통한다면, 그것이 결국 세계화로 이어지는 일이 아닐까?
    인류가 가지고 있는 약술 문화, 우리도 가지고 있는 약술 문화, 이러한 공통분모로 많은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것은 나쁜 일런가. 글을 마치며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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