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이미 뛰었는데"… 뒷북치는 분석가들

    입력 : 2017.07.12 19:40

    "주가는 이미 다 올랐는데 '스트롱 바이(강력 매수)'라니, 개미 보고 총알받이 하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코스피 강세장에서 증시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이 목표 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자,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목표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력이 뒤지는 개미들이 주로 의존하는 매매 지표다.

    하지만 개인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기업·산업 환경 변화를 꿰뚫어 보지 못할뿐더러 주가 흐름이 바뀐 뒤에야 부랴부랴 목표 주가를 '뒷북 조정'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국내 증시의 대장주로 떠오른 정보기술(IT)·금융 부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내년 전망은 불투명하다'면서 매수를 권하지 않았던 애널리스트들은 훌쩍 뛰어버린 주가에 머쓱한 표정이다.

    ◇목표 주가 상향 기업, 작년 대비 35% 증가


    12일 증권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목표 주가가 상향된 기업은 총 245곳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81곳)에 비해 35% 늘어난 수치다. 특히 IT와 금융 부문의 주가 예측이 많이 빗나가면서 6~7월에 무더기 목표 주가 상향 조정이 이어졌다. 개별 기업 중에선 전자 부품 업체인 삼성전기의 목표 주가가 작년 말 대비 84.1%로 가장 많이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다본 삼성전기 주식 가치는 작년 말엔 주당 6만원 선에 그쳤지만, 지금은 11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구조 조정을 하는 동안 실적이 부진했고 경쟁력 있는 미래 기술이 있어도 가시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주식시장에서의 평가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과 듀얼카메라와 같은 신기술 도입 기대감에 힘입어 삼성전기 주가는 올 들어서만 97%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했던 목표 주가를 모조리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전기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변곡점이 지난 후에서야 목표 주가 상향 보고서를 쏟아냈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은 실제 주가를 좇아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해당 기업 전망을 좋게 본다고 해도 애널리스트가 현재 주가 대비 괴리가 큰 가격을 제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9월부터 목표 주가·실제 주가 괴리율 공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이 주가보다 늦게 움직이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매출액·영업이익 등 실적을 갖고서 미래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적 전망에도 일종의 관성(慣性)의 법칙이 작용해서 현 상황이 좋으면 미래 전망도 밝아 보이고, 나쁘면 앞으로도 어둡게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투자자 양모(48)씨는 "우리나라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위아래 20% 정도 범위 내에서 소심하게 목표 주가를 잡는다"면서 "삼성전자 주가 전망을 300만원까지 높게 부르는 외국계 증권사처럼 과감함이 아쉽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할 말은 있다. 애널리스트 A씨는 "애널리스트가 투자의 신(神)도 아니고,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재무분석까지 한다고 하지만 국내외 변수들이 너무 많다 보니 정확히 예상하기가 어렵다"면서 "증권사 보고서는 정답지가 아니라 참고서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미공개 정보 등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어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실적을 예상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보고서가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증권사 영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일례로 오는 9월부터는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리포트에 공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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