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안팔려도… 파업 DNA만 키운 현대차

    입력 : 2017.07.16 18:44

    6년 연속 파업 초읽기 …실적 상관없이 연례행사
    노조, 수익의 30% 성과급에 65세로 정년 연장 요구
    사측, 매년 파업하면 임금 올려줘
    "파업후 차값 올려 보전하거나 애꿎은 하도급업체 쥐어 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야심차게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코나(KONA)를 내놓았는데, 노조가 파업하면 물량을 못 맞출까 고민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분위기가 최악이다. 지난달 14일 글로벌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겠다는 각오로 소형 SUV 코나를 출시했지만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외장부 소속 조합원들과 노동 강도와 직결되는 시간당 생산량(UPH)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당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늦게 합의를 이뤄 겨우 양산에 들어갔다.

    현재 코나는 출시 한 달 만에 7000대가 팔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곧바로 ‘파업 암초’에 걸렸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하면 겨우 들어간 양산 계획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7월 말부터 노조가 휴가를 떠나고, 휴가 복귀 후에도 파업이 이어진다면 코나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잡겠다는 계획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며 “자칫 작년에 이어 수조원대의 영업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도 노조 파업 가결로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대해 65.9% 찬성표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번에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12년 이후 6년 연속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며 월급 15만3883원 인상(기본급의 7.18%), 전년 수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영업이익률(5.5%)도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위기이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219만8342대)이 작년 상반기(239만4355대)보다 8.2% 감소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반 토막 났다.

    ◇사상 최악 위기에도 파업 선언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 수순은 현대차에 있어서 ‘연례행사’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의 파업을 통해 높은 임금 인상을 따냈다. 2011~2015년 5개년 평균 임금상승률은 현대차가 5.1%로 폴크스바겐(3.3%), 도요타(2.5%)보다 높다.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근로자 1인당 연봉도 현대차로 대표되는 한국 자동차 업계는 9313만원이다. 도요타(7961만원), 폴크스바겐(7841만원)보다 1500만원 정도 많다.

    특히 외국 회사들은 영업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작년 6월 노사관계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내 업계는 파업권을 가진 노조 주도로 매년 임금 협상이 이뤄지면서 영업 실적의 고려가 미흡하고, 관례적인 임금 인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낮으면서 임금은 높아
    임금이 높다고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성이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의 1인당 생산 대수는 도요타의 40% 수준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HPV)은 한국이 26.4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보다 길다.

    노조의 파업으로 국내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다. 노조의 파업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현대는 이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내가 오너라면 국내 자동차 공장 철거해서 몽땅 외국으로 옮기겠다”는 반응이 달렸다. 한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은 “본사 노조가 파업에 성공하면 성과급도 받고 기본급도 올라가지만, 하도급업체 직원들은 그 기간 동안 일도 못 하고 돈도 못 번다”고 말했다.

    ◇“원칙 없이 노조 요구 들어준 책임 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의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노조가 저러는 것도 매번 파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라면서 “회사가 노조에 굴복해 돈을 더 주고 무마한 뒤 그 돈을 차 값을 높여 보전하거나 하도급업체를 쥐어짰다”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의 경우, 195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협조적 노사관계로 전환에 성공했지만, 현대차는 원칙 없는 노사 전략으로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파업 가결 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는 영업 이익 하락을 이유로 끊임없이 경영 위기를 조장하고, 생산에 전념한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노사관계는 부부관계와 같이 중장기적으로 형성되는 건데 현대차는 오랜 시간 동안 헝클어져 있었기 때문에 매년 노사분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사측은 노조 탓, 정부 탓만 하지 말고 투명 경영, 원칙 경영을 앞세워야 하고, 노조 측도 노사관계를 정치화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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