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더럽히며 맨발로 뛰놀면 어때요? 아이답게 커야 행복"

    입력 : 2017.07.26 03:04 | 수정 : 2017.07.26 07:48

    ['행복 1위' 덴마크 육아법 담은 마쿠스 번슨 기자의 '휘게 육아']

    서울 특파원 재임 중 육아 휴직… 아내 대신 젖먹이 삼남매 돌봐
    "덴마크선 취학 전 공부 안 시켜… 또래와 어울리는 신성한 시간"

    마쿠스 번슨
    공부 3시간, 바깥 놀이 1시간 4분.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주 발표한 국내 만 5세 아동의 하루 일과 보고서다. 너무 일찍부터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이게 과연 최선일까' 부모도 고민에 빠진다. 프랑스·네덜란드·핀란드 등 외국 육아 문화를 다룬 책이 종류별로 서점에 깔리는 것은 시각을 바꿔 해법을 찾으려는 부모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2014년 덴마크 주간지 비켄다비젠(Weekendavisen) 서울특파원으로 부임한 마쿠스 번슨(36·작은 사진) 기자는 이달 초 코펜하겐으로 돌아가면서 '휘게 육아'(이정민 북유럽문화원 공동대표 공저·에이엠스토리)를 펴냈다. 휘게(hygge)는 일상의 여유와 행복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덴마크 특유의 문화 코드다. 덴마크에 구금됐던 정유라씨 관련 뉴스, 대북 현안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정치·경제·문화 이슈를 취재했던 그가 육아서를 낸 이유는 뭘까. 최근 이메일로 만난 번슨 기자는 "덴마크 육아와 교육에 대해 물어보는 한국 부모들이 많았다"고 했다. 덴마크는 UN 행복지수 등 각종 조사에서 '행복 랭킹 1위'를 좀처럼 놓치지 않는 국가다. 아이를 행복한 어른으로 키우는 비결을 알고 싶어 하는 한국 부모가 많았다는 얘기다.

    누구 못지않게 바쁜 '기자 아빠'는 특파원 재임 중 4개월간 육아 휴직을 내고 젖먹이 삼남매를 돌봤다. 아내는 주한 덴마크대사관에 근무했다. 북유럽 아빠들은 '스칸디 대디' '라테 파파(카페라테를 들고 유모차 끄는 아빠)'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육아에 적극적이다. 번슨 기자는 "덴마크에선 남자 직원이 유치원·학교에서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일찍 퇴근하지 않으면 동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아빠가 아빠다운 일을 하는 것이 '쿨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덴마크 주간지 비켄다비젠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마쿠스 번슨 기자가 서울에서 살던 집 안에서 다섯 살 피터, 세 살 쌍둥이 제이컵·레베카와 함께 놀고 있다. /에이엠스토리
    그는 한국 생활을 하면서 덴마크 육아의 특징을 뚜렷하게 깨달았다고 했다. "문화 충격을 느낀 적이 많았다"고 할 만큼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공원에 놀러 나온 한국 아이들은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더군요. 뛰다가 넘어지거나 발이 젖을까 봐 어른들이 주의를 주고요. 옷을 온통 더럽히며 맨발로 뛰어노는 우리 삼남매와 너무 달랐어요." 흐린 날이 대다수인 덴마크에선 험한 날씨에도 온몸을 감싸는 보디 슈트를 입고 밖에 나가 더럽히고 어지르면서 주변을 탐험해보게 한다고 했다.

    배워야 할 과목이 많은 유치원 생활도 낯선 경험이었다. "덴마크에서 영·유아기는 어른 세계의 압력과 기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신성한 시간이에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진 또래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히죠." 장난감을 잘 사주지 않는 것도 북유럽 육아의 특징. "상상력을 동원해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게 하기 위해서"다.

    번슨 기자는 "덴마크 육아에도 문제점이 있다"면서 "독립적이고 사회적이며 균형 잡힌 아이로 키우는 데 집중하다가 학문적 성취에 소홀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육아에는 정답이 없고 한국과 덴마크는 서로 배울 점이 많다"며 "한국 부모들이 아이를 조심스럽게 보살피고, 모임을 만들어 서로 돕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고 했다. 번슨 기자는 "육아는 한 나라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아이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게 성장하도록 이끄는 덴마크 육아 방식이 결국 높은 행복 수준과 연관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