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 따라 가보는, 양조장과 와이너리

  • 디지틀조선일보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7.08.04 16:40

    산과 바다, 지역 명소와 어우러져 있어
    제 1부 서해안고속도로 따라 가보는 와이너리와 양조장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정한 찾아가는 양조장 전국에 30곳

    본격적인 휴가시즌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전국의 고속도로는 온통 휴가철 차량으로 몸살이다. 그 중에서도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심해진다. 정체되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살짝 샛길로 빠져나가고 싶은 시기. 그 샛길에 좋은 명소가 있다면 더욱 마음은 그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유명 명소는 모두 휴가철 인파로 북적북적하다. 여가를 즐긴다면서 결국 사람에 치이는 일도 다반사다. 조용히 즐긴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좋은 명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 심심할 수 있다. 먹거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로 지역 먹거리와 연결되는 명소는 어떨까? 그러면서 미술관이나 박물관다운 갤러리가 있으면 더욱 좋다.

    생소하겠지만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 있다. 바로 양조장. 아직 우리나라에서 여행으로 가기에는 생소한 장소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덜 북적거리는 곳, 게다가 먹거리와 연결되는 양조장과 와이너리다. 유명한 갤러리 등과 비교하면 굉장히 소박하다. 하지만 그곳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휴가시즌에 맞춰 바다와 가장 많이 접한 고속도로, 바로 서해안고속도로로 방문 및 체험할 수 있는 양조장과 와이너리를 소개해 본다.

    비봉IC, 경기도 안산 대부도의 그랑꼬또 와이너리
    서해안 고속도로 서서울 IC를 빠져나와 달리기를 약 36km, 제부도 길목을 지나 대부도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와이너리다. 오직 대부도의 포도로만 와인을 빚는 이 곳은 정말 바쁘지 않다면 편하게 와인 한두 잔은 무료로 시음해 주는 정감 있는 곳이다. 원래는 포도 과수원으로 시작된 곳이며 와이너리로의 변신은 2001년부터다. 미리 예약을 하면 와이너리 견학도 가능하며, 단체로 방문하면 서해의 다양한 먹거리로 와이너리 식사도 즐겨볼 수 있다. 8월 중순부터는 포도 따기 등 체험도 가능한데 포도 수확기인 9월 말까지 진행한다. 대부도 주변에는 먹거리가 풍성한데 가볍게는 바지락 칼국수 등부터, 가을철이 되면 전어나 대하구이도 맛볼 수 있다. 제부도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두 섬을 동시에 즐겨보는 것도 이 지역 여행의 매력적인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 바라본 대부도 풍광. 멀리 저수지도 보이는 등 대부도만의 소박한 매력이 있다
    서해대교 건너 바로. 송악 IC에서 차로 10여분. 당진 신평 양조장
    경기도의 마지막 평택을 지나 대한민국 사장교 중 가장 긴 서해대교를 건너면 충남 초입인 당진이 들어선다. 이곳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력 있는 갤러리를 가진 양조장 중 하나인 신평 양조장이 있다. 1933년 설립된 양조장으로 현재 3대를 이어오며, KBS 1박 2일에도 등장, 당진의 유명 명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갤러리를 방문하면 3대를 지켜온 양조장과 가족들의 역사,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새마을 운동,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막걸리는 하얀 연꽃 백련 막걸리. 당진의 프리미엄 쌀 해나루 쌀을 중심으로 빚은 막걸리로, 누룩 냄새가 적은 깔끔한 맛으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시음체험 외에도 예약을 통해 막걸리 빚기, 막걸리 칵테일 체험, 명예 막걸리 소믈리에 등 풍부한 체험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2014년도에는 삼성 회장단 건배주로 선정되었으며, 2016년에는 2대 김용세 대표가 문체부의 명사로 선정되는 등 문화적 리더로써도 유명하다.

    신평 양조장 3대 김동교 대표. 신평 양조장 내 백련 양조문화원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에 걸려있는 것은 그림은 화가이자 그의 어머니가 그린 작품들
    충남의 마지막 동서천 IC에서 7분. 한산모시관 앞의 한산 소곡주 양조장
    충남의 마지막이자 전북 군산을 맞이하고 있는 서천은 금강하구 주변의 넓은 평야와 갈대밭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무려 40곳이 넘는 양조장에서 소곡주를 빚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충남 무형문화재 우희열 여사가 빚는 한산 소곡주다. 소곡주는 물보다 쌀이 더 많이 들어가서 진하디 진한 맛을 내는 약주로, 그 맛이 너무 좋아 과거를 보러 가는 양반이 과거시험을 잊은 채 계속 앉아서 소곡주를 마셨다고 해, 앉은뱅이 술로도 잘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감미료가 전혀 없는데도 쌀만이 주는 그윽한 풍미와 단맛, 그리고 진한 장맛은 소곡주만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다.
    예약을 통해 방문하면 소곡주 발효되는 모습부터, 빚기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양조장 바로 앞에 있는 한산 모시관도 좋은 방문 코스다. 서천군은 아귀찜으로도 유명한데, 서해에서 잡힌 아구를 전분 등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요리해서 담백한 맛 그대로를 가지고 있다. 물론 소곡주와의 궁합도 특별하다.

    한산 소곡주 시음행사를 진행하는 나장연대표. 현재 충남 무형문화재 소곡주 전수자다
    목포를 지나 진도로 가면 ‘진도 홍주’
    목포IC를 지나 목표 대교를 건너고 30분, 명량대첩의 배경지인 우수영과 울돌목(명량)을 만날 수 있다. 해남과 진도를 연결하는 교각이 진도대교인데, 이곳만 건너면 있는 곳이 진도홍주를 만드는 대대로 영농조합법인이다. 진도 홍주는 증류한 쌀 소주 등에 조선 3대 선약이라 불리는 지초를 머금게 해 내리는 약소주로 유래는 조선 성종 때의 허종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당시 허종은 경상도 절도사로 당시의 임금이던 조선 9대 왕 성종이 주최하는 어전에 참여하기 위해 집을 나가려고 했다. 때마침 부인이 홍주를 내어주고 기분 좋게 마신 후, 말을 타며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해 낙마를 당해 어전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사 역시 새옹지마. 어전에 참여하지 못한 허종은 후일 낙마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허종이 가려고 했던 곳은 연산군의 어머니인 윤씨를 폐비시키기 위한 어전이었기 때문이다. 홍주덕(?)에 이 어전에 참여하지 못한 허종은 훗날 윤 씨의 아들인 연산군의 갑자사화의 무서운 칼날을 피해갈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후 허종의 후손이 소줏고리를 갖고 진도로 낙향하여 진도 홍주를 만들었다 전해지고 있고, 그래서 지금도 진도홍주는 지역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대대로 영농조합법인에서 빚는 진도홍주는 진도의 쌀과 지초로만 빚고 있어 농식품부로부터 지리적 표시제도도 받았다. 방문하면 다양한 진도 홍주의 맛을 볼 수 있고, 견학 등도 가능하다. 진도의 유명 음식으로는 해조류와 갈비를 넣어 끓인 듬북국, 남도 한정식 등이 유명하다.

    다양한 진도홍주.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어 있다
    완도, 해남에서 즐긴다면 아름다운 정원의 양조장 ‘해창 주조장’
    진도대교에서 달리기를 약 20여 분, 아름다운 정원의 양조장 해창 주조장을 만날 수 있다. 해창 주조장은 1930년대 시바타 히코헤이란 일본인이 살았던 곳으로 당시의 정원과 가택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당시에 사용했던 거대한 미곡창고들이 주변에 그대로 남겨져 있는데, 당시 일제강점기 시절의 수탈이라는 가슴 아픈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해창 막걸리는 감미료가 전혀 없는 이른바 무첨가 제품으로 유명하다. 마신 후에 입안에 잔당이 남지 않아 깔끔한 맛으로 유명해 마니아들 사이에서 신뢰가 두텁다. 오병인, 박미숙 부부가 10여 년 전에 귀촌해서 운영 중인데, 일본의 요리 전문가, 기자, 영화 관계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방문하고 있다. 주변에는 해남 공룡박물관, 땅끝마을, 그리고 완도 등으로 가는 길과 연결되어 있으며, 해남의 유명 음식점인 천일 식당에서도 이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해창 주조장 정원에서 즐기는 막걸리 시음. 단체 예약이 필수다. 오른쪽이 해창 주조장 박미숙 씨. 남편 오병인 씨와 같이 10여 년 전 귀촌한 부부다
    자세한 주변 맛집과 명소가 궁금하다면?
    양조장은 오랜 시절 한곳에서 술을 빚던 곳이 많다. 그만큼 그 지역과 문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의 맛집이나 명소가 궁금하다면 양조장에 가볍게 들어가 물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양조장 외에도 대한민국에는 양조장이 800여 개나 있다고 한다. 모두가 양조장 내부를 개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방문해 본다면 다양한 체험 및 시음은 물론 지역 주민만이 아는 멋진 명소도 알아낼 수 있다. 양조장 주인은 누구보다도 그 지역을 오랫동안 지켜왔거나 혹은 그 지역이 좋아서 귀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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