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연구자 이박사의 술 이야기] 우리 술은 우리 미생물로 만들자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입력 : 2017.09.06 20:32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술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술을 마시는 신들을 볼 수 있고 이집트 피라미드를 만들 때는 임금의 일부를 술(맥주)로 대체했다. 당시의 술 제조법은 어떠한 이유로 술이 만들어 지는지는 모르지만 오랜 경험을 통한 경험의 산물로 만들어 졌다. 

    이후 과학이 발달하며 술은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효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현미경의 발명자 레벤후크이며, 1680년에 맥주 효모를 발견했다. 포도주 발효가 효모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1861년 파스퇴르에 의해서다. 이후 유럽은 순수 배양기술을 이용해서 좋은 효모를 선발해서 술 제조에 사용해 왔다. 지금은 위스키, 맥주, 사케, 와인 등은 자신들의 술 특징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효모 등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 우리 술도 경험을 통한 제조였으나 지금은 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발효로 술을 만들고 있다. 아직 부족한 연구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미생물 분야 일 것이다.

    우리 술은 누룩에 있는 미생물 즉, 곰팡이와 효모에 의해 술이 만들어 진다. 누룩에 있는 곰팡이와 효모는 원료와 함께 술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주요 역할을 한다. 누룩에는 엄청나게 많은 효모와 곰팡이가 있고 이러한 미생물이 발효 과정 중 변화에 의해서 술 맛이 변하게 된다. 과거에는 누룩에 있는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어떨까?

    현재 산업화된 양조장에서는 대부분 하나의 단일 곰팡이나 효모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술에서 누룩의 사용이 적어지고 대규모 양조 공장이 생기면서 제품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단일 곰팡이와 효모를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많아 졌다. 이러한 발효 미생물중 곰팡이는 거의 하나의 곰팡이(입국, Aspergillus luchuensis)균을 사용하고 있으며 효모는 외국 효모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 맛의 다양성도 부족하며 국산화율도 낮다.

    그동안은 우리 술을 만드는 미생물(곰팡이, 효모)에 대한 연구과 투자가 부족했다. 몇 년 전 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러 기관에서 양조 미생물 연구를 시작했고 그 결과들이 지금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는 전국의 누룩으로부터 유용 곰팡이와 효모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고 2015년도부터 연구 개발된 균주를 주류 업체에 양조용 효모, 씨 누룩 등으로 만들어 분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양조업체들은 이러한 미생물을 사용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기존 양조 미생물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데다, 결정적으로 기존 제품의 맛과 향이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 술을 수입 미생물로 만들어 왔던 것은 국내 생산 미생물이 없었던 탓이다. 지금은 우리 술에 맞는 우리 미생물을 선발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졌다. 양조장은 기존 제품은 그대로 두더라도 새 제품을 만들 때 술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우리 미생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국산 미생물 소비가 증가되어야만 미생물 연구가 더욱 활발해 지고 지금보다 더 좋은 미생물을 발견하면 그것을 다시 양조장이 사용할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다. 아직은 우리 미생물을 이용해서 만든 우리 술을 찾기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 미생물을 이용해 만든 우리 술을 마시는 게 당연한 시기가 왔으면 한다.

    글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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