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생명은 신뢰… 예스맨·쇼맨십은 NO!

    입력 : 2017.09.28 19:12


    지난해 국내 한 시중은행 본점에 마련된 면접장.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여성 지원자가 면접장에 들어섰다. 자기소개 차례가 되자 그는 "제 취미는 마라톤입니다. 10㎞ 마라톤을 여러 번 완주하면서 어떠한 역경과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지원자는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다. 실제 마라톤 애호가인 한 면접관이 "완주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고 묻자 "10㎞에 30분이 걸렸다"고 대답한 것이다. 10㎞ 30분 완주는 1만m 달리기 여성 세계 기록(29분17초)과 비슷한 수치다. 해당 면접에 참석한 면접관은 "요즘 아마추어 마라톤이 인기를 끌면서 지원자 중 마라톤을 취미나 특기로 내세우는 이들이 많다"며 "하지만 있지도 않은 사실을 꾸며서 이야기하면 들통 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학벌·학점·외국어 점수 등 과거 공인 자격을 보지 않는 채용)이 은행 채용의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면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매력적인 지원자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5대 시중은행 전·현직 면접관들에게 물었다.

    ◇면접 중 실수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도 능력

    은행업은 보수적인 업종이다. 최근에는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 경우도 많지만, '선을 지키라'는 조언이 많다. 한 은행 면접관은 "화려한 정장, 알록달록한 양말, 캐주얼한 신발 등은 고객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은행원의 업무 복장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했다. "면접 도중 갑자기 충성 선서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지원자도 있어요. 면접관 기억에 남으려는 시도겠지만, 과도한 쇼맨십은 장난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A은행 전직 면접관)

    '암기형' '예스맨'도 감점 요인이다. 달달 외워서 발표하듯이 답하거나,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등의 문어(文語)체는 '면접 학원표 기술'로 보인다는 평이 많았다. 한 전직 면접관은 "면접관의 모든 질문에 '예'라고 답하는 예스맨의 경우 주체적인 사고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면접 중 실수를 했을 때 "처음부터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유연성을 보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순발력도 실력이라는 것이다.

    실제 경험이 아닌, 시류에 편승한 취미를 내세우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한 전직 면접관은 "월드컵이 있는 해에는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축구', 특기란에 '우측 돌파' 등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을 따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옆자리 지원자의 말도 경청해야

    예의, 가벼운 미소, 회사에 대한 높은 이해도, 자연스러운 눈맞춤 등은 면접관이 좋아하는 요소로 꼽혔다. 조직 생활도 업무의 일부인 만큼, 배려심 있는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면접관은 "단체 면접의 경우 옆의 지원자가 대답할 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를 하는 등 남의 말도 경청하라"고 했다.

    어려운 질문을 받았을 때 '독불장군'식으로 질문의 요지에 어긋나는 대답을 하는 지원자보다는, 솔직하게 부족함을 인정하는 지원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업무를 배우는 출발점은 자신이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데 있다는 것이다.

    ◇대기실 태도는 곧 미래의 근무 태도

    면접관들은 "면접장뿐 아니라 대기실에서도 긴장하라"고 조언한다. 면접 후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대기실에서 보이는 태도가 실제 근무 태도와 비슷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면접장에서 친구를 만났다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자신이 면접을 마친 뒤 다음 대기자에게 면접 이야기를 하는 지원자는 배려심이 없어 보입니다. 또 면접비에 대해 푸념하는 지원자들도 종종 있는데, 그 경우에는 앞뒤가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 쉽습니다."(B은행 면접관)

    또 약점을 파고드는 압박 면접을 받았을 때의 반응, 단체 면접장에서 옆 지원자가 이야기할 동안의 태도, 면접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의 모습 등도 면접관이 주시하는 순간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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