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빌딩 가격공시 추진… '세금 폭탄' 터지나

    입력 : 2017.10.11 19:04 | 수정 : 2017.10.11 19:21

    국토부, 2차 연구용역 곧 마무리

    지난 9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내 상가들. '임대 문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연구 용역 결과, 일반 상가 가격 공시가 이뤄지면 재산세가 최대 72%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연정 객원기자

    정부가 상가와 사무실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도 아파트처럼 실제 가격에 근거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가 실제 건물의 적정가격을 정해 공개하는 ‘가격공시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식당·편의점·분양형 상가·사무실 같은 상업·업무시설과 공장·창고 같은 산업용 건물 등 비(非)거주용 부동산에 부과되는 재산세가 기존보다 최대 72% 정도 오를 것이라는 정부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재산세 외에 상속·증여세도 대폭 오르기 때문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토지와 주택처럼 상가나 사무실 등도 개별 공시가격을 정하고 적정한 세금을 부과해 ‘조세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주택과 달리 비주거용 부동산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과세 기준으로 삼아 세금을 덜 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가격 반영돼 재산세 오를 듯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상업·업무용 부동산 가격공시가 시행될 경우 평균 재산세가 적게는 69%, 많게는 72% 정도 높아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받았다. 국토부는 2015년부터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 도입을 위해 한국감정원과 조세연구원 등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기관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서울 은평구 수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급면적 132㎡(약 40평) 규모의 분양형 상가에 부과되는 연간 재산세는 현재 36만1000원에서 61만3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분양형 상가 같은 집합부동산의 평균 재산세가 지금은 23만원 정도인데, 가격공시를 시행할 경우 평균 39만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가표준액’이 실제가격보다 훨씬 낮은 것도 연구로 입증됐다. 보고서는 “분양형 상가 등 집합부동산은 실제 가격이 시가표준액보다 약 67% 높았고, 오피스 빌딩 등 일반 표준부동산은 약 63% 높았다”고 밝혔다. 시가표준액은 취득세·재산세·등록세 같은 지방세 부과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정한 건물 가격이다.

    국토부는 최근 17개 시·도의 상업·업무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조사한 1차 연구결과를 확인했고, 전국을 대상으로 한 2차 연구도 마무리 단계이다. 산업·공익용 부동산까지 포함한 3차 연구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나올 예정이다.

    ◇세금 회피 위한 상속·증여 줄어들까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가 시행되면, 현금 대신 건물을 상속·증여해 세금을 줄이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의 20억원짜리 ‘꼬마빌딩’의 시가표준액은 약 1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상속·증여세는 2억4000만원 정도가 부과된다. 하지만 가격공시 제도를 통해 건물 가격이 14억원 정도로 평가되면 내야 할 세금이 3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세무사는 “공시제도가 시행되면 현금 대신 건물을 상속·증여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세금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진혁 다솔리더스 대표세무사는 “비거주용 부동산 세금까지 오르면 자영업자 등 생계형 부동산 소유자들의 고통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철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아직까진 제도 도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정도”라며 “실제 시행될 정책을 만들 때는 급격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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