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연구자 이박사의 술 이야기] 세시풍속과 관련된 스토리를 우리 술에 활용하자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입력 : 2017.10.12 11:37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우리나라의 큰 명절인 추석이 지났다. 추석(秋夕)은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을 수확해 술과 햅쌀밥을 지어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하는 명절이다. 과거부터 우리나라는 세시풍속과 관혼상제에 항상 술을 곁들였다. 24절기에 따른 명절을 중심으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다양한 세시의례 잔치와 놀이에는 술과 음식이 함께했다. 또한 관혼상제에서도 관례(성년의식), 혼례(결혼식), 상례(장례식), 제례(제사), 향음주례 등의 오례(五禮)에는 반드시 술이 등장 했다. 이처럼 과거 우리 역사와 문화 속에서 술은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매우 친숙한 존재였다.

    최근 고문헌을 해석한 다양한 우리 술들이 나오고 있으나 이러한 세시 풍속과 관련된 술을 제조 판매 하는 양조장은 없다. 시판 술중에 추석 차례와 관련된 술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원래 추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어 먹는 형태인 술은 아니다.「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추석 술은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는다...."라고 기록하고 있고 추석 술은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 부른다. 추석 술을 제대로 만들어서 조상들의 차례 상에 사용하려면 햅쌀을 이용해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햇 포도로 만든 '보줄레누보'와 같은 것일지 모른다.

    우리에게는 이미 세시풍속 안에 다양한 기원과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 술들이 존재하고 있다. 세시풍속 중 24절기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농경생활양식의 전통을 가져온 것이기에 절기마다 새로운 재료로 술을 담가 마시며 계절의 멋을 즐겼다. 또한 설날에 건강과 장수를 위해 마신 도소주(屠蘇酒), 정월 대보름에는 귀가 밝아 진다는 귀밝기 술, 단오날에는 건강을 위해 창포주, 중양절에는 국화주를 만들어 마셨으며 이외에도 계절에 맞추어 다양한 술들을 가양주 형태로 만들어 마셔왔다. 

    이처럼 많은 세시풍속 술중 어떠한 것은 술 이름만 있고 제조방법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고 이름과 함께 문헌에 제조방법이 적혀있는 것도 있다. 또는 정확한 절기가 아닌 봄에 마시는 술(두견주, 도화주)등 으로 넓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술들의 제조법을 현대에 있어 재현을 한다거나 아니면 재해석을 통해 제품으로써 생산을 한다면 술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현대에 만들어 지는 술들의 억지스러운 스토리텔링보다 탄탄하다고 할 수 있다.

    양조장 입장에서는 많은 세시풍속이나 절기에 맞추어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제품의 가짓수가 많아져서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소량 생산을 통해 몇 몇 주요 세시풍속에 맞추어 제품을 제조한다면 제품 수도 줄고 그 시기에는 그 술의 판매가 증가 할 것이기에 기획 상품으로의 가능성은 있다. 설날에 도소주를 만들어 판매한다면 집안의 귀신과 액운을 물리치기위해 그날 하루는 가족들이 모여서 도소주를 마실 것이다.

    우리에게는 농경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문화로 만들어진 많은 풍습이 있다. 지금은 그 풍습이 희석되고 그 의미도 외곡 되고 있지만 입춘대길 붙이기, 부럼 까기, 오곡밥 먹기 등 자연스럽게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것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세시풍속 술도 기획 상품으로의  발상의 전환만 한가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많은 양조장들이 내년 새해에는 도소주를 대보름에는 귀밝기 술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글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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