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막걸리, 나만 아는 인디음악

  • 기고자=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입력 : 2017.10.18 14:00

    [양승찬의 와인 먹고 '音音']
    (2) 입덕에서 성덕까지! 10cm은 아메리카노, 막걸리는 막걸리카노

    10월이다. 사실 별 상관은 없지만, 음악에 굳이 10이란 숫자를 엮어보자면- 우선 생각나는 건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 그래요, 이 노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을 더 직접적으로 사용한 건 영국 밴드 U2의 'October' 앨범이다. 그런데 October 앨범의 7번 트랙 October라니, 왜 10번 트랙으로 하지 않았을까 살짝 궁금해진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10이 들어가는 가장 유명한 음악은 아무래도 10cm의 노래가 아닐까.

    직접 갔던 EBS space 공감 1089회 방청권(? 양승찬)
    직접 갔던 EBS space 공감 1089회 방청권(© 양승찬)
    사람들이 10cm라는 인디밴드의 이름은 모를지언정 "아메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 싶다. 2010년 대한민국 곳곳을 강타한 아메리카노, 한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OmJYbdRfDNQ)은 조회수가 현재 180만을 넘어섰다. 이 곡은 10cm을 인기덤에 올렸을 뿐 아니라 '인디 음악 르네상스의 신호탄'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덩달아 다른 인디 밴드들도 주목받기 시작했던 좋은 현상.


    아메리카노, EBS space 공감 1089회 방영분(© EBS)
    그렇게 카페에 가면 생각나던 10cm의 '아메리카노'였는데, 얼마 전 새로운 자극이 등장했다. 막걸리카노! 그렇다. 이건 막걸리 + 커피. 사실 잘 상상이 가지는 않는 조합이다. 그러니까 직접 먹어보고 확인해봐야 한다. 무슨 맛이지!

    빨대 꽂아 먹어 본 막걸리카노(? 양승찬)
    빨대 꽂아 먹어 본 막걸리카노(© 양승찬)

    제주공항에서 탑승 대기 시간, 아침과 점심을 굶었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집어 들고 마실 것은 이름만 알고 있던 막걸리카노를 호기심으로 골랐다. 너무 허기지고 배고파서 목을 뒤로 젖히기도 귀찮아 빨대도 달라고 하며.

    어...? 어라...!? 신기하다. 막걸리 맛도 나고 커피 맛도 난다. 신기하다. 그렇게 한 캔을 금방 비웠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주 가끔 진한 블랙커피와 흑맥주를 섞어 마시곤 했는데, 그때도 맥주 맛과 커피 맛이 공존했다. 그럼 나는 왜 막걸리와 커피를 섞어 마셔볼 생각을 못 했을까?

    이후 내가 지켜본 막걸리카노에 대한 반응은 꽤나 엇갈렸다. 가볍게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평소에 술을 특히 막걸리를 진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평을 쏟아냈다. 내 생각은 막걸리의 대중화에는 이런 것도 필요하다는 것. 1,5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에 캔에 들어있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마실 수 있으며 전국 곳곳 편의점이라는 유통망이 있지 않은가! 기존의 막걸리 제조 업체가 하기 힘든 일이다. '아메리카노'가 10cm을 널리 알렸듯이, '막걸리카노'가 막걸리의 대중화에 한몫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아메리카노’로 대중에게 각인된 10cm이지만, 10cm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곡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덜 알려진 곡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corona'. 특히 가사 중에 ‘오늘만은 말도 안 되는 바람이 이뤄질지도 몰라' 이 부분. 1집에 넣으려고 했지만 아껴두었다가 2집에 넣었고, 한동안 공연에서도 부르지 않았다. 맥주 광고를 노리고 만든 곡은 아니라고 한다.



    corona, EBS space 공감 1089회 방영분(© EBS)
    사람들이 corona를 당장 모를지언정, 아메리카노를 통해 10cm에 입문하고 결국 corona까지 도달할 것이다. 이처럼 막걸리카노도 사람들에게 맛있는 그리고 어쩌면 덕후스러운 막걸리의 출발점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래서 여러분에게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을 막걸리를 추천하고 싶다. 가격이 더 비싸긴 하지만, 드루와, 한번 잡사봐.

    전국 곳곳에 막걸리가 많고 그 중에 추천하고 싶은 막걸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특색 있는 것들은 가격 면에서 대중성이 떨어지고 수량도 적을뿐더러 유통망도 마땅치 않다. 무엇을 소개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전통주 갤러리 10월의 주제가 막걸리만 다루고 있고 내가 골라도 빼놓지 않았을 것들이다.

    전통주 갤러리 2017년 10월의 시음주 4종(? 양승찬)
    전통주 갤러리 2017년 10월의 시음주 4종(© 양승찬)

    강남역 인근에 있는 전통주 갤러리(관장: 이현주)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매달 시음 주제가 바뀌기 때문에 우리술을 시음해보기 좋은 곳이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방문 및 무료 시음이 가능하고, 직접 구매할 수도 있으며, 일본어/영어 담당도 있어 외국인을 데려가기도 좋다.

    2017년 10월의 시음주는 마침 막걸리 4종이다. 해창막걸리와 느린마을막걸리는 막걸리를 만들고 난 원주에 물을 섞어 알콜 도수를 낮추었고, 자희향과 문희는 발효된 막걸리 원주 그대로이다.

    해창막걸리 (알콜 6%, 900ml)
    탁미색, 약간의 기포도 보인다. 향을 맡아보니 무취에 가까운 약한 쌀, 맛은 사과 껍질과 청포도를 오간다. 산미는 너무 약하거나 튀지도 않는 중간 정도. 단맛은 여타 막걸리와 비교해 아주 적은 편이다. 왠지 거친 통곡물의 껍질이 생각난다. 같이 먹을 음식으로는 기름지고 짠맛이 섞이면 좋을 것 같다. 전형적인 조합이 있지 않나. 비 오는 날 전에 간장 찍어 먹으면 딱이다.

    느린마을막걸리 (알콜 6%, 750ml)
    색은 해창막걸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먹어보면 거의 극과 극. 크림이 연상될 정도로 부드럽다. 카페 라떼의 그 거품처럼. 맛은 달달한 편이고 그 때문인지 산미도 약하게 느껴진다. 참고로 느린마을막걸리는 생산한 날짜로부터 며칠이 지나느냐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4가지로 나누는데, 내가 먹은 건 3일이 지나 봄이었다. 계절이 바뀔수록 발효가 진행돼 단맛은 조금씩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막걸리의 단맛이 있어 오징어 볶음처럼 짜고 매운 음식에 잘 어울린다.

    자희향과 문희는 처음에 병을 흔들지 않고 위의 맑은 부분을 먼저 맛보고 이후에 섞은 것을 맛봤다. 이렇게 하면 맑은 약주와 탁한 탁주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다.

    병을 세워두면 상단의 약주와 하단의 탁주로 나뉜다.(? 양승찬)
    병을 세워두면 상단의 약주와 하단의 탁주로 나뉜다.(© 양승찬)

    자희향 (알콜 12%, 500ml)
    - 약주: 향을 맡아보면 진한 요거트, 딸기 요거트가 생각난다. 아이스크림 중에는 요맘떼. 맛을 보면 블루베리 잼, 그렇지만 산도가 높고 잔당은 높지 않다. 어, 갑자기 왜 자우림이 떠오를까. 블루베리 잼을 올린 치즈 케잌과 같이 먹으면 꽤 잘 맞을 것 같다.
    -탁주: 입에 느껴지는 질감이 확실히 채워졌다. 산도는 여전히 강한데, 어떤 캔디가 생각난다. 포도맛 사탕? 약주를 촉촉한 치즈 케잌에 맞춘다면, 탁주는 바삭한 쿠키와 함께 먹고 싶다. 현무암 같은 쿠키의 속을 촘촘한 탁주가 채워주며 마리아주가 완성될 것 같은 느낌.

     문희 (알콜 13%, 500ml)
    - 약주: 향은 아주 달다. 아, 이건 달다. 마른 바나나 칩처럼 달큼한 향이다. 잔에 따르며 술이 손에 묻었는데, 진득하다. 맛을 보면 여전히 산도는 높지만 자희향과 비교하면 단맛이 압도적으로 높다. 마치 산도가 높은 꿀을 먹는 느낌! 떠오르는 음식은 초콜릿 퐁듀.
    -탁주: 눈으로만 봐도 걸쭉하다. 색은 진한 닥지를 연상시킨다. 맛을 보면 촉촉한 단맛이 입을 가득 채운다. 캐러멜을 녹이고 약간 묽게 만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아 그런데 맛있다! 한잔 더 먹자. 마냥 단맛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자꾸 입이 간다. 문득 감사하다. 와인이 이 정도 되려면 꽤 비싼데 나는 한국에 있어서 이런 좋은 술을 더 싸게 먹을 수 있잖아. 그리고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혼자 속으로 낄낄 웃는다. 이거 혹시 시가하고 맞춰볼 수 있을까. 시가 피울 때 위스키나 달콤한 와인과 함께 하는 것처럼. 아직 나는 시가에 막걸리 맞춰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www.rieslingcompany.com)
    덕후. 옷장에 옷 대신 와인을 넣어둔 불효자. 내쫓겠다는 엄마님의 으름장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특히 리슬링 덕후. 매달 미수입 모젤 와인 시음회를 주최하는 모젤바인 링(Moselwein Ring)을 운영하고 있고 시음, 교육, 홍보 등 리슬링 관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아돌프 슈미트 모젤와인협회 명예회장에게 미스터 리슬링이란 호칭을 듣기도 했다. 결국 리슬링 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어 리슬링 폰트 등 F&B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 와인 먹고 '音音'은, '고추 먹고 맴맴'처럼 와인 먹고 음악 듣는 행위다. 한글로 읽으면 '음음', 음료와 음악 혹은 음악과 음료의 조합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커피, 한국술, 월드뮤직, 인디밴드, 등등 어떤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주로 와인과 재즈를 다룰 듯 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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