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보씩 걸으면, 보험료 5% 깎아준다

    입력 : 2017.11.01 19:36

    금융위·금감원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발표

    /신지호 기자

    “우리 보험사는 당신이 더 많이 활동하고 건강해지기를 바랍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 회사인 디스커버리사(社)의 ‘바이탈리티’ 프로그램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문구다. 푸르덴셜, AIA 등 유수의 보험사들도 도입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들의 건강관리 활동을 지원한다. 보험 가입자는 제휴를 맺은 피트니스센터에서 50% 할인받아 운동을 할 수 있고, 운동화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하루에 1만2500보 걷기’ 같은 신체 활동을 할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데, 포인트가 쌓여 건강 등급이 올라가면 보험료 할인 등 혜택도 커진다.

    이르면 올 연말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고객이 건강 증진 노력을 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혜택을 주는 보험 상품들이 출시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보험사가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의 종류와 제공 방식을 명시했다. 그동안은 각종 혜택 제공이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특별이익제공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것인지가 모호해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에 나서지 못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상품 개발에 돌입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하고 질환 관리 잘하면 보험료 깎아줘

    건강 증진형 보험 상품은 가입자가 보험사와 약속한 건강 증진 활동을 하면 보험사가 보험료 할인, 보험금 증액, 캐시백 등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사망보험이나 질병보험의 경우, 가입자의 건강이 개선돼 사망 또는 질병 발생 확률이 낮아지면 보험사의 손해율(보험금 지급 비율)이 낮아진다. 이렇게 줄어든 비용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건강관리의 대가로 돌려주는 원리다.

    가이드라인 내용을 보면 하루 1만보(步)를 걸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나, 만성질환 관리를 잘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들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해 가입자가 하루 1만보씩 연간 360만보 걷기를 달성한 것이 확인되면, 다음 해 보험료의 5%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할인 금액을 일시에 현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목표 운동량을 일정 기간 동안 달성하면 가입자가 구입한 웨어러블 기기 값도 보험사가 보전해줄 수도 있다.

    당뇨 환자의 합병증을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의 경우, 가입자가 운동·식단 조절 등을 꾸준히 실천해 혈당 수치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했을 때 보상을 제공하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또 가입자가 보험사와 제휴한 헬스케어 회사를 통해 건강관리를 받으면서, 예방접종·금연·규칙적인 식습관 관리 등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보험료 할인이나 현금·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손주형 금융위 보험과장은 “보험 가입자는 건강관리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보험회사는 가입자가 건강해져 보험금 지급을 줄일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이라며 “헬스케어 산업 성장도 촉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집한 건강관리 정보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 금지”

    이번 가이드라인은 여러 가지 제약 조건도 명시했다. 건강 증진형 상품은 질병·사망보험 등 건강관리 노력으로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할 위험이 줄어드는 상품만 출시할 수 있다. 또 운동량 등 건강관리 지표와 목표 달성 시 제공되는 혜택 내용을 보험 상품 기초 서류에 명시해야 한다. 사용되는 건강관리 지표는 ‘일주일에 30분 이상 걸으면 사망률 22% 감소’ 같이 국내외 연구 등을 통해 효과가 검증된 것만 가능하다.

    또한 보험사가 수집하는 고객의 각종 건강관리 정보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현금 지급, 웨어러블 기기 구매 비용 보전 등이 허용되면서 상품 출시가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의 고객 건강관리 정보 수집에 따른 문제도 일단락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조만간 금융규제민원포털 등에 가이드라인을 공고해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에 최종 시행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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