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와인바냐고요? '1평 홈바'입니다

    입력 : 2017.12.06 02:19

    소박한 사치 즐기는 젊은 층 영향… 혼자 사는 공간에 스며든 '홈바'

    자취방 안으로 바(bar)가 들어왔다. 술병을 일렬로 도열하거나 본인의 이름을 딴 네온사진 간판을 직접 만들어 ‘나만의 술집’을 꾸민다.
    자취방 안으로 바(bar)가 들어왔다. 술병을 일렬로 도열하거나 본인의 이름을 딴 네온사진 간판을 직접 만들어 ‘나만의 술집’을 꾸민다. /인스타그램

    "비싼 돈 들여 술집 갈 필요 없어요. 제 자취방이 바(bar)니까요."

    퇴근 후 밤 8시 직장인 정민호(28)씨의 원룸 자취방은 작은 술집으로 변한다. 'Minho Bar'라고 적힌 핑크빛 네온사인 간판에 불이 켜지고, 테이블 위 향초가 꽃향기를 뿜어낸다. 벽면 진열장에는 와인과 위스키·보드카·사케 같은 술병이 도열해 있다. "친구들 불러 '홈바(home bar)'에서 술을 마셔요. 양주는 대형 마트에서 값싸게 구매하고요."

    혼자 사는 공간을 술집처럼 꾸미는 '1평 홈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작은 와인셀러나 수제 맥주 기계를 들여놓기도 하고, 여러 술병을 세워 펍(pub·선술집)이나 바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2000원짜리 네온사인 키트에 자기 이름을 넣어 '○○ Bar'라는 간판도 손수 만든다.

    이런 열풍에 불을 댕긴 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 중인 개그우먼 박나래다. 혼자 사는 집에 '나래 바'라는 이름을 붙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스스로를 '나래 바 사장'이라고 부르면서 홈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그려졌다. 천장에는 업소에서나 쓰일 법한 미러볼을 달아 노래방 분위기도 냈다. 자취방인데도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홈바는 주방 넓은 집에나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작은 공간도 개성 넘치게 꾸미려는 젊은 층이 늘면서 몸집을 줄인 '작은 홈바'가 자취방을 파고들었다. 인스타그램에 '홈바'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만여 개가 넘는 '나만의 술집' 사진이 쏟아진다.

    소주나 맥주 대신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면서 소박한 사치를 즐기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도 '1평 홈바' 꾸미기에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 이승민(28)씨는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자취방 안 '승민 바'에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신다. 네 명 앉은 테이블과 크리스털 와인잔, 디캔터(와인 담는 용기)로 단출하게 꾸몄다. 그는 "와인 바는 비싸고, 대형 마트에서 산 와인을 식당에 들고 가자니 콜키지(와인을 직접 가져갈 때 내는 서비스 비용)가 부담돼 홈바를 꾸몄다"면서 "조명이나 양초로 분위기만 잘 내면 비싼 바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