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폐쇄 놓고 정부 오락가락하는 사이 가상화폐 가격은 20~30% 널뛰기

    입력 : 2018.01.11 20:47

    정부의 가상화폐 대응 방침을 놓고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법무부·금융위원회가 엇박자를 보이며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11일 법무부와 금융위의 두 수장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자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청와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두 부처 입장을 반박하며 여론을 진화했다.

    청와대의 반박에 법무부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대책을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라는 방침을 재차 확인하면서 청와대와 묘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가상화폐 시세는 20~30%씩 내렸다 오르는 등 대혼란에 빠졌다.

    ◆법무부·금융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조율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과천 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현재 법무부의 입장 방향으로 (정부 차원에서) 부처 간 이견이 없어 특별법 제정 방안이 잡혔고 시행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고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특별법 제정에 대한 부처 조율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법무부와 같은 생각"이라며 "박 장관의 말씀은 부처 간 조율된 것이고, 서로 협의하면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두 장관의 발언은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다.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으로 몰려가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청원 및 게시글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적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에 6만여명이 참여했다. 청원 참여자는 오전 11시 30분 기준 3만2800여명에서 6시간 만에 2만5500여명이 늘어났다. 참여 인원 기준으로 청원 순위는 이날 오전 6위에서 오후 5시 30분 기준 4위로 올라섰다.

    가상화폐를 규제하려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해임 등 가상화폐 관련 다른 청원을 포함하면 청원 참여자는 9만3000여명에 이른다.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무리한 투자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가상화폐 뿐이 아니라 주식도 해당된다”면서 “내 집 하나 사기도 힘든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꿈을 꿀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를 뽑을때 드디어 한국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겠구나 가슴이 부풀었다”며 “하지만 어느하나 나아지는게 없다.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경제적 허탈감은 달라지는게 없다”고 했다.

    ◆청와대 “법무부가 가져온 방안 중 하나”.... 법무부 “거래소 폐쇄 특별법 마련은 진행 중”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충분한 논의와 국민 여론 수렴, 정책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분석 등을 거쳐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입장이 나온 후 법무부 역시 박 장관의 오전 발언에서 완화된 입장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오후 6시 '가상통화 관련 법무부 입장'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지난달 28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열어 놓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해왔으며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부처 간 이견이 없다'는 입장에선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거래소 폐쇄 방침은 고수한 것이다.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가상화폐 가격은 널을 뛰었다. 박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는 발언이 나간 이후인 오후 3시 비트코인은 1700만원, 비트코인 캐시는 300만원, 리플은 2000원까지 떨어졌었다. 전날 대비 20~30%까지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오후 8시 현재 가상화폐 시세는 전일 대비 4~15%정도 떨어졌지만, 하락폭은 대폭 줄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8시 기준 1900만원, 리플은 2500원, 비트코인 캐시는 36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저점에서 10~15%정도 회복한 가격이다.

    주식시장의 가상화폐 관련주들도 곤두박질을 쳤다. 우리기술투자(-30.00%), 비덴트(-29.96%), 에이티넘인베스트(-29.95%), 옴니텔(-30.00%), SCI평가정보(-29.92%), 대성창투(-30.00%) 등 가상화폐 관련주 대부분이 하한가를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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