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 라벨이 품은 천재예술가 이야기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8.02.06 11:00

    우리 술 라벨에 감춰진 예술작품과 인물 이야기

    다방면에 뛰어났던 천재적 인물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다방면에 뛰어난 인물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철학과 과학에 능통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근거한 수학을 이끌어 낸 피타고라스, 과학자이며 미술가, 동시에 의사이기도 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합리주의 철학을 집대성하면서 방정식이란 수학적 발견까지 한 데카르트까지 수많은 인물을 접해 왔다.

    우리의 역사에서 이러한 인물을 본다면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대왕. 한글을 창제할 정도의 언어학적인 통찰력, 장영실을 통한 측우기, 물시계의 발명할 정도의 과학적 사고, 박연을 통해 국악까지 재정립한 음악가와 예술가의 재능까지 가진 엄청난 인물이었다. 

    조선 말기에 등장한 천재적 학자이자 미술가 추사 김정희

    그리고 또 한 명 조선 후기에 또 천재적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추사 김정희.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추사체라는 서체로 당대 최고의 칭송까지 얻은 그는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제창한 경제학자였으며, 문화 예술, 그리고 불학(佛學)이라는 종교학까지 섭렵했던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금석학의 대가였는데, 금석학은 간단히 말해 비석 등의 쓰인 옛 글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지금으로 보면 고고학적인 학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추사는 이러한 금석학에 대한 지식을 마음껏 뽐내며,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의 것인 줄 알았던 북한산 순수비가 신라의 전성기를 이끈 진흥왕의 것임을 밝혀낸다.

    추사는 당대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특히 증조부는 영조의 둘째 딸 화순옹주(和順翁主)와 혼인한 경주 김 씨 김한신이라는 인물로, 앞길 탄탄한 왕의 내척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 자체는 그리 순탄하지는 못했다. 그가 활약하던 시대가 안동 김 씨라는 세도정치가 판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병조판서까지 올라갔지만, 그의 능력을 시기하던 안동 김 씨는 제주도에서 9년을, 함경도에서 2년을 귀양살이를 시킨다. 하지만, 추사는 유배 생활과 이어진 과천에서의 은둔생활에서도 그의 철학과 생각을 그대로 살렸는데 불세출의 작품인‘세한도(歲寒圖)’와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의 고향이자 충남 사과 산지 1위, 예산군의 '예산 사과 와이너리'의 '추사 애플 브랜디'의 라벨로도 활용되고 있다. 천재적 학자이며 문예에 능했던 추사 김정희. 오늘은 이 제품 라벨을 통해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세한도의 모습. 추운 겨울에도 굳건한 잣나무와 소나무, 쓸쓸해 보이는 집이 그려져있다. 출처 문화재청
    진실한 믿음과 신뢰는 역경이 있을 때 보이는 법. 세한도(歲寒圖)
    추사 애플 브랜디의 45도 레이블에 있는 작품으로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온 작품이다. 그의 유배 시절은 고통과 인내의 세월이었다.  단순한 유배지 생활을 뛰어넘은 위리안치(圍籬安置)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위리안치란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 등으로 주변을 둘러싸 밖에서 보이지 않고, 안에서 밖을 볼 수도 없는 유배지 내에서 또 가택연금까지 추가된 생활이다. 보통 역적의 친인척이나 쫓겨난 왕들에게 내린 형벌로 광해군 및 연산군 등이 이런 생활을 했다. 추사는 이러한 험한 귀양살이에도 학문과 서도를 완성하는 수련의 세월로 삼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추운 시기의 그림'이라는 뜻의 세한도(歲寒圖)이다.
    추사 애플 브랜디. 사과 7Kg을 사용해 만든 고급 사과 증류주다. 모두 직접 재배한 예산의 부사로 만들고 3년 이상 숙성을 시킨다. 추사의 세한도, 잣나무와 소나무의 그림이 보인다. 소량 생산이라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사진 출처 전통주 갤러리
    이 작품은 그가 제주도에 유배된 지 5년째, 그의 나이 59세 때인 1844년(헌종 10)에 그려진 것으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도 늘 그를 찾아오며 중국의 서적을 전달해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렸다.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것이 '세한도'에 써있는 발문이다.

    바로 “날씨가 추워진 이후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역경을 겪어보아야 지조를 알 수 있다.”라는 부분이다. 날씨가 추워졌다는 것인 추사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도 푸른 모습을 가지고 사제 간의 의리를 지킨 '이상적'의 인품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이 그림은 간결하게 그려진 한 채의 집과 소나무와 잣나무가 전부이다. 인기척이나 주변 자연환경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 속에 추사의 강건함과 기품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동시에 사랑하는 제자를 두고 먼 제주도에 있는 추사의 외로운 모습도 느껴진다. 추사 애플 브랜디 45 도는 예산의 부사를 사용, 3년 이상의 숙성으로 만들어진다. 500ml 한 병에 7kg 이상의 부사가 들어간다.

    불이선란도. 많은 인장이 있는 것은 소유자가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다
    꺾이지 않는 그의 의지, 내 비록 침묵하지만…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추사는 제주도와 함경도의 유배까지 끝내고 과천에서 은둔하게 되는데, 그때 그린 그림이 바로 이   부작란도(不作蘭圖), 또는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이름이 여러개인 이유는 특별히 이 작품에 대해 세한도처럼 정확하게 기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문에 있는 내용으로 후대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불이선란도가 그려진 추사 애플 브랜디 40도. 꺾인 난의 모습이 흔들리는 왕실의 권위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하지만, 꽃은 피고 있다는 모습을 통해 희망과 꿈이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난 그림 최초로 직선적이며 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잎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곡선미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거친 붓질로 인해 난이 구부러지고 꺾이는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라고 평한다. 추사는 그림과 서예의 필법은 동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흥미로운 것은 추사 김정희가 이 불이선란도에 대해 설명을 거부했다는 것. 발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억지로 설명하라 한다면 나는 유마거사의 침묵으로 거절하리라” (若有人强要爲口實 又當以毘耶無言謝之).” 여기서 유마거사는 석가모니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로 침묵으로 존재의 실상을 설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학자들에 따라 해석은 다르나 결국 작품의 뜻을 설명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은 힘을 잃어 무언(無言)으로 있지만, 왕권 강화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해석한다. 꺾여있는 난은 자신을 뜻하는 것이며, 난의 꽃은 안동 김 씨의 세찬 바람에도 조선왕조 왕실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흥미로운 것은 추사는 이하응, 즉 흥선 대원군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것. 추사 사후의 일이긴 하지만, 그가 바란 대로 흥선대원군은 세도정치의 대명사였던 안동 김 씨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추사의 제자들을 신임, 개혁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추사가 꿈꾸던 왕실 강화를 짧은 세월이긴 했지만, 제자들이 이뤄낸 것이다.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의 와인. 김홍도의 사슴과 동자가 그려져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깨닫게 해주는 작품, 단원 김홍도의 ‘사슴과 동자’
    추사의 작품은 아니지만 안산 대부도에 있는 그랑꼬또 와이너리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라벨링화 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유는 그가 안산에서 당대 진경산수화를 발전시킨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호를 딴 단원구가 안산에 있고, 현재 이 제품을 만드는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는 단원구에 속해져 있다. 제품 라벨링에 그려진 그림은 ‘사슴과 동자’라는 작품,. 2016년도까지 안산시가 소유한 유일한 김홍도의 작품으로 현재 단원미술관에서 소장 및 전시를 하고 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간결하지만 상징적인 작품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사슴을 무심코 내려보는 동자의 모습, 단순한 시골 총각의 모습이지만 쌍계를 튼 모습과 허리에 표주박을 찬 모습이 평범치 않다는 평가다. 동자가 사슴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려냈는데, 약초를 캐고 있지만, 결국 녹용이 있는 사슴을 놓쳐 아쉬워하고 있다. 결국 동자가 한눈을 팔고 있다는 모습으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는 김홍도의 해학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슴을 바라보는 동자의 모습. 쌍계를 한 모습, 표주박을 들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사진출처=안산시청)
    다양성 빈곤의 시대, 그 해답은 지역문화

    가끔 지인들끼리 좋은 술이란 정의에 대해 논의할 때가 있다. 대부분의 지인은 쉽게 취하는 술, 숙취가 없는 술 정도로 좋은 술이라고 꼽는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 문화를 생각하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반대로 왜 그것밖에 생각을 안 하고 살아왔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술은 지역의 문화를 듬뿍 담은 술이다. 어떤 농산물로 누가 어떻게 만든 지 알려주는 술, 동시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물까지 알려주면 더더욱 좋다. 이유는 이러한 제품으로 도시와 농촌이 자연스러운 교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류는 사고의 확대로 이어지고, 늘 도시만 좋고, 농촌은 힘들다는 편견도 사라지게 한다. 도시와 다른 시골의 모습으로 내 가치를 찾아갈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술에는 태어난 곳이 있다. 설사 수입 농산물로 빚고, 희석식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조차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된 것뿐, 태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싸게, 빨리, 많이 만들어야 하는 합리주의만 만연했던 시장에서 지역의 문화를 넣으라는 것은 생산설비도 다르게 해야 하는 번거롭고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어느 지방의 역사나 공항, 고속도로 휴게소를 가더라도 지역의 문화가 듬뿍 녹여진 제품보다는 비슷한 제품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다양성 빈곤의 시대에 있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획일적인 제품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로 다가가고는 있다. 하지만 그 시장은 너무 외국의 문화와 제품으로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수입 맥주, 수입 자동차, 수입 명품, 심지어 먹는 커피와 빵까지 다양성을 가진 문화는 우리 문화가 아닌 것이 모두 섭렵해 버렸다.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것의 비중이 낮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추사 김정희의 명작인 ‘세한도’와 ‘불이선란도’, 그리고 김홍도의 국보급 작품인 ‘사슴과 동자’와 같은 다양한 우리 문화가 지역의 술 또는 전통주 문화에 더욱 녹아져 있으면 좋겠다. 제품을 접하는 순간 한번 더 우리 문화를 생각하는 계기로 이어지게끔 말이다.

    지역 문화를 담아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이러한 우리 문화에 대한 재조명이며, 외국의 것만 답습하려 한 온 우리의 성찰이기도 하다. 사람과 제품이 만나 생각과 사고의 확대로 이어지는 문화, 이제는 외국 것과 도시적인 것만도 아닌, 지역적 문화로 더욱 확장되길 기대해 본다.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校)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했다. 현재 가수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진행하고 있으며,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출연하고 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blog.naver.com/vegan_life) 블로그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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