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가 2030의 관심을 끄는 5가지 이유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8.02.12 14:53

    최근 발표된 농식품부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30대의 전통주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16~2017년 2년간 SNS와 농협 하나로마트, G마켓·옥션 등 판매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전통주 소비 장소는 강남이 1위, 홍대가 2위, 그리고 10위 권안에 들지 못하던 이태원 9위에 오르는 등, 젊은 층이 소비하는 전통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늘 고리타분해 보였던 전통주가 젊은 층의 관심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전통이라는 이유로 2030이 감동해서일까? 그래서 전통주가 젊은 층의 마음이 움직이는 5가지 이유를 정리해보았다.

    1. 전통적으로 보이지 않는, 획기적인 발상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전통주의 가장 큰 매력은 전통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다. 근현대의 한국 술문화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는 획기적인 발상이 그 매력이다. 물을 넣지 않고 요구르트처럼 발효시켜 수저로 떠먹는 술(이화주), 그냥 쌀로 빚는 것이 아닌, 떡이나 죽으로도 술을 빚는다는 것, 그것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찹쌀을 사용해 만든 술은 술에서 찰기가 느껴지며, 빵의 원료인 밀로 만든 밀 막걸리는 빵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 크래프트 맥주가 유행인데, 결국 크래프트란 것은 예술, 기교, 공예란 뜻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굳이 크래프트 맥주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의 술인 전통주가 무척 크래프트 적인 발상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집에서 빚었기에 어딘가에 얽매인 제조방식이 없었고, 계절마다, 절기마다 각각 다른 술을 빚을 수 있었다. 역사조차 오래되니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한다. 결국, 소주와 맥주로만 귀결되던 단순하고 획일적인 술 문화 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술이 전통주이며, 그 근간은 전통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몰랐던 전통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며, 생각과 사고의 확대로 가져온다.

    이화주. 떠먹는 질감이 독특하다

    2. 다양하다

    한국만큼 다채로운 재료로 술을 만드는 곳이 없다. 봄이면 진달래를 넣고, 여름이면 연잎, 가을이면 국화를 넣어 빚는다. 한마디로 제철 술이 있었던 것인데, 산업화를 빨리 진행한 서양이나 일본 같은 경우 상당수가 사라졌다. 우리 역시 사라질뻔했지만 전통주가 지켜나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좁쌀(차조)로 만든 오메기 떡을 이용한 오메기술을 빚고 있으며, 그것을 증류하면 본격 제주도 전통 소주인 고소리 술이 된다.

    대나무는 열을 가하면 수액이 떨어지는데 이 수액을 이용, 전통 소주 죽력고를 만들며, 담양에서는 아예 술을 대나무 통에 넣어 숙성한다.

    최근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농산물로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 오미자를 사용한 오미자 와인과 오미자 증류주, 사과 증류주도 독특하다. 각 지역의 전통주가 이제는 지역 문화와 농산물까지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다양한 전통주를 전시한 모습. 전시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트랜디해질 수 있다

    3. 이렇게도 마셔보고, 저렇게도 마셔보고

    전통주는 늘 획일적인 방법으로 마셔야만 했다. 노동주였던 막걸리는 사발에 마시고, 전통주는 너무나도 격식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마시는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양해지고 가벼워졌다. 전통 소주는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On the rock)으로 마시며, 레몬, 탄산을 넣어 가벼운 칵테일로 즐기는 문화가 커져가고 있으며, 막걸리 역시 파전에만 즐기지 않고, 가벼운 스테이크, 치킨 강정, 피자와도 즐기고 있다. 최근에는 제철 요리와 전통주를 같이 즐기는 모습도 자주 보이는데, 이는 미식가 시장에 전통주가 지속적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5성급 호텔 및 미슐랭 선정 레스토랑에서 취급이 증가하는 것은 전통주의 유형이 전통에만 얽매이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좋은 선례다.

    다양한 전통주. 일상에서의 디자인으로 변모하고 있다

    4. 외모의 변화

    전통주의 디자인은 늘 호리병에 든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고전적인 디자인이다. 이러한 디자인이 가진 과제는 딱 하나였다. 바로 너무 전통스러워 한복이라도 입고 마셔야 어울릴 듯했던 것. 그리고 이러한 프레임은 전통주의 소비를 오히려 억제했다. 그런데 최근에 디자인이 변모되어가고 있다. 다양한 금형을 사용한 유리병 중심의 디자인과 라벨링이 눈에 띄고 있다. 그렇다고 와인이나 사케 등 단순히 외국의 것을 답습하고 있지 않다. 추사 김정희의 고향인 예산에서는 그의 작품으로 라벨 디자인을 했으며, 김홍도가 자라난 안산에서는 그의 그림을 채택한 지역 포도주를 만들었다. 문경의 오미나라의 최고급 오미자 브랜디 ‘고운달’은 문경의 달을 상징한 디자인과 고서를 근거로 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젊은 층이 바로 구매하기에는 고가일 수 있으나 이러한 문화가 전통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호기심 많은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지기에는 충분한 이유이다.

    문경의 고운달

    5. 인문학과 여행으로 연결된다

    전통주를 만드는 양조장은 상당수가 지방에 포진하고 있다. 국내 여행이 늘어나는 추세에 각 양조장은 지역의 문화를 소통하는 매력 있는 곳이다. 특히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하며,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체험이 가능한 곳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지역의 문화가 도시와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역사와 인물, 그리고, 음식과 사람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 양조장 여행은 단체 객도 많지만, 개별여행으로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방문하면 도시에서는 맛보지 못하는 이제 막 걸러낸 막걸리나 또 막걸리 원액 등도 맛볼 수 있으며 그것을 증류한 증류식 소주도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래된 양조장이 3대, 4대로 이어지면서 술빚는 장인이 젊어지고 트랜디함을 추구해 나가는 것도 있다. 이러한 추세가 개별여행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국내 여행시장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2030이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농식품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신평 양조장의 3대 김동교 대표는 젊은 세대와 막걸리 문화를 소통하면 고정관념 없이 받아들인다며, 양조장 체험 등을 통해 이런 소통을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 말하였다.

    찾아가는 양조장 충남 당진 신평 양조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2030. 실질적으로도 연인, 가족들이 많이 방문한다

    취하는 문화에서 맛보는 문화의 시작, 그 중심에는 2030과 전통주가…

    전통주는 막걸리, 약주, 전통 소주, 과실주 등 주종으로 해석하자면 그 종류가 2000 종류가 넘는다. 중요한 것은 이 2,000종류가 모두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것이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모든 한식과 잘 어울릴 것이냐는 질문에도 단언할 수 없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내가 좋아하는 맛이 이 2,000종류 안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술에 대해서는 단순한 주종만 골라서 왔다. 대표적인 것은 회식에서의 질문. 여전히 소주 또는 맥주라는 양자택일이 상당수이다. 여기에 조금 더 들어가 봐야 대기업 제품명 정도만 나올 정도다. 우리가 2,000종류의 전통주를 싫어해서 매일 소주 맥주만 고르는 것일까? 아니다. 맛을 본 경험이 적어서, 그리고 다양하게 마시는 방법을 접해본 적이 적기에 소주나 맥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봄의 송홧가루와 솔잎으로 술을 빚는 송화백일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전통주다
    소주나 맥주 역시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을 마신다는 소비층이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2000종류나 다양한 우리 술이 있는데, 소주, 맥주만 선택하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다양성에 트랜디를 선도하는 젊은 층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술 문화는 과음과 주폭 문화에서 서서히 탈피해가고 있다. 밤새워 음주를 즐기던 회식에서 이제는 1차로 끝나는 경우도 많으며, 아예 연극이나 뮤지컬로 회식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음주로써 만의 술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늘 새로운 것과 트랜디를 선도하는 2030. 어쩌면 취하고 즐기는 획일적인 음주문화에서 음미하고 느끼는 다양한 문화로 2030이 이끌어 주는 것은 아닐까? 오래된 미래이자 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인 술 전통주. 젊은 세대의 관심과 사랑으로 음주로서가 아닌, 문화로서 도약해보길 기대해 본다.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校)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했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출연하고 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blog.naver.com/vegan_life) 블로그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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