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엔딩, 벚꽃와인

  • 기고자=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입력 : 2018.03.30 09:45

    [양승찬의 와인 먹고 ‘音音’] - (7) 벚꽃 핀 4월의 음악과 와인! (그대와 함께 하고 싶은)


    문제를 하나 내 보겠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한 청년의 낭랑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노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그리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수히 흩날리는 벚꽃을 연상시키는 이 노래는 2012년 봄에 등장해 전국을 강타하고 매년 벚꽃이 피면 우리 귀에 쉽사리 들리고 있다. 그로 인한 음원 수익이 꽤 대단할 것 같아 벚꽃연금이라 불릴 정도로 말이다. 10월 말에 꼬박꼬박 들리는 ‘이용 - 잊혀진 계절’의 왕좌를 위협하는 게 아닐까 싶다.


    벚꽃엔딩 © Mnet K-POP
    https://www.youtube.com/watch?v=mO37_WaN-88
    이런 여파 때문인지 몇 년 째 벚꽃이 피면 함께 하는 와인이 있다. 처음에는 우연히 이 와인을 가지고 있어서 즉흥적으로 편의점에서 얼음컵을 사서 와인을 부어 마셨는데, 지나고 보니 벚꽃이 피면 이 와인을 먹고 있더라. 와인에 얼음을 넣어 먹는 게 생소하고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와인이 묽어지는 단점을 제외하면 금세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꽤 좋은 방법이다. 와인 생산국에서 실제로 이렇게 먹는 경우도 있고.

    Spring and Riesling, 2015년 봄날 밤의 벚꽃 산책 © 양승찬
    Spring and Riesling, 2015년 봄날 밤의 벚꽃 산책 © 양승찬

    * Butterfly 2014

    버터플라이는 리슬링(Riesling)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으로 이름처럼 와인 라벨에 나비가 그려져 있다. 생산 연도마다 조금씩 맛의 변화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낮은 알코올에 가볍고 상큼하면서 꽃처럼 화사하다. 얼마 전에 먹은 2014년은 약간의 부싯돌 향과 더불어 물같이 가벼우면서도 새콤달콤하다. 꽤 매끈한 유질감에 산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는데, 상큼한 단맛을 바탕으로 이것저것 작은 것들이 반짝이는 느낌이다.

    이 와인을 먹는 자리에서 레스토랑의 메뉴에 올려볼지 말지 고민해보는 실험적인 음식과 함께 했는데,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음식 브라치올레 리파테(Braciole Rifatte, 쇠고기 부챗살을 얇게 펴서 빵가루를 입혀 튀기고 토마토소스와 파슬리를 듬뿍 올린 것)와는 생각보다 잘 맞았고, 팬에 구운 연어를 버터로 다시 한번 익혀 맛을 배긴 연어 스테이크와는 특히 껍질과 아주 잘 맞았다.

    스쿠로에서의 브라치올레 리파테 © 양승찬
    스쿠로에서의 브라치올레 리파테 © 양승찬
    스쿠로에서의 연어 스테이크 © 양승찬
    스쿠로에서의 연어 스테이크 © 양승찬
    재미있는 건 와인이 언뜻 가벼우면서도 모순같이 많은 걸 가지고 있는데, 보통 알코올이 높을수록 와인의 맛이 진하고 묵직한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독일의 와인 생산 지역 중 모젤(Mosel)에서도 세부 지역 자르(Saar)에서 두드러진다. 독일은 북위 50도에 걸쳐있어 와인 생산 국가 중에서 추운 기후에 속하는데 자르 지역은 해발 고도가 독일에서도 높아 더 서늘하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포도가 과숙되지 않아 와인을 만들면 낮은 알코올과 가벼운 느낌을 전제로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자르 지역의 와인이 어떤 많은 모습을 가지는 건 포도를 늦게 수확함으로써 적절한 당분을 확보하고 동시에 다른 영양분도 누적되면서 와인의 복잡한 맛을 가능하게 한다.

    와인에서의 주석산 © 양승찬
    와인에서의 주석산 © 양승찬
    또한 버터플라이의 경우 주석산이 생기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와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와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리슬링 품종에서 더 많이 생기기는 하지만. 주석산은 와인 생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반짝이는 작은 결정체로서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 와인 생산자가 와인 출시 전에 미리 주석산을 제거하느냐 하지 않느냐 정도의 차이다. 와인 병에 가라앉아있거나 코르크에서 와인에 닿아있는 면에 붙어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와인이 변질된 것인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날이 너무 좋아서 한량이 되어보았습니다. © 양승찬
    날이 너무 좋아서 한량이 되어보았습니다. © 양승찬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그보다 그냥 와인을 먹어보라 하고 싶다. 어쩌면 즉흥적으로. 작년 봄 어느 날 화창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에이, 모르겠다’ 하고 와인잔과 와인을 챙겨 양재천으로 나간 것이 기억난다. 따듯한 햇살 아래 만개한 벚꽃 보면서 리슬링 먹으니 인생 참 좋았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쳐다보긴 했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사람들을 여수로 이끌었듯이, 이 글이 여러분에게 벚꽃엔딩 틀고 벚꽃 보며 버터플라이를 먹어보게 하기를 바란다.

    /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www.rieslingcompany.com)
    덕후. 옷장에 옷 대신 와인을 넣어둔 불효자. 내쫓겠다는 엄마님의 으름장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 특히 리슬링 덕후. 매달 미수입 모젤 와인 시음회를 주최하는 모젤바인 링(Moselwein Ring)을 운영하고 있고 시음, 교육, 홍보 등 리슬링 관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아돌프 슈미트 모젤와인협회 명예회장에게 미스터 리슬링이란 호칭을 듣기도 했다. 결국 리슬링 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어 리슬링 폰트 등 F&B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 와인 먹고 '音音'은, '고추 먹고 맴맴'처럼 와인 먹고 음악 듣는 행위다. 한글로 읽으면 '음음', 음료와 음악 혹은 음악과 음료의 조합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커피, 한국술, 월드뮤직, 인디밴드, 등등 어떤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주로 와인과 재즈를 다룰 듯 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일, 와인, 재즈 기고자=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보랏빛 음악, 보랏빛 와인 기고자=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로즈 로제, 장미 음악과 와인 기고자=양승찬 리슬링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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