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노사, 막판 합의 근접… 10일 오전이 분수령

    입력 : 2018.04.10 02:11 | 수정 : 2018.04.10 10:08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갈림길에 있는 STX조선해양의 노사(勞社)가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40%를 감축하는 방안에 거의 합의하고 10일 오전에 합의안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구계획 이행안과 이를 잘 수행하겠다는 노사확약서를 마감일인 9일까지 제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STX조선 노동조합이 인력 감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산은은 STX조선 노사가 자구계획 이행안과 노사확약서를 마감일까지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STX조선 노사의 의미 있는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조선 노사는 9일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가졌다. 협상의 주 쟁점은 고정비 40%를 어떻게 줄일지에 관한 것이다. 채권단은 3월 기준 695명인 생산직 직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이라고 요구했다. 생산직 직원은 대부분 노동조합 조합원이다. 노조는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급휴직과 임금삭감 등으로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산은은 법정관리 신청 카드를 꺼내며 STX조선 노사를 압박했다. 산은은 10일 새벽 “환율 하락, 자재 단가 인상 등 외부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향후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인 자구계획도 확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STX조선도 이사회 소집 등 회생절차 신청을 위한 절차에 착수해 회생절차 과정에서 생존 방안을 최대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STX조선 노사가 의미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면 법정관리 신청 방침을 철회할지 정부에 의향을 물어볼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경남 진해에 있는 STX조선해양의 작업장./STX조선 제공
    ◇ STX조선·산은 “생산직 줄여라”… 노조 “임금삭감·무급휴직”

    STX조선 노사는 10일 오전에 인건비 감축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산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이 요구한 ‘고정비 40%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기준 695명인 생산직 직원을 200명 안팎으로 줄여야 한다. STX조선은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최근 희망퇴직 및 협력업체로의 이직 신청을 받았는데, 희망퇴직 104명, 이직 40명 등 총 144명이 신청했다. 채권단의 요구안을 맞추려면 약 350명을 더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STX조선 직영 인력의 감축을 원하고 있지만, 노조는 인력 감축 대신 임금삭감과 무급휴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노조와 세부 사항을 좀 더 협의해야 한다”며 “임금삭감, 무급휴직 확대 등으로 고정비 40%를 줄인다는 내용의 합의안을 산은에 제출한다고 해도 이 안을 산은이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산은은 STX조선 노사가 인력 감축 등에 합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은은 STX조선 노사가 9일 자정까지 자구계획 이행안과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자 보도자료를 내고 “원칙적으로 회생절차 전환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4월 9일까지 노사 확약이 없거나 자구계획이 미흡하고, 향후 계획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원칙(법정관리 신청)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며 “산은은 노사 간 3자 면담을 통해 노조의 동의 확보에 최선을 다했으나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 위해 STX조선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산은은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 판단 하에 회생형 법정관리, 인가 전 M&A, 청산 등이 결정될 전망”이라며 “회생절차 전환 이후에도 지역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고 산업 재편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법정관리 신청 방침을 밝히면서도 STX조선 노사가 ‘의미있는 합의안’을 제출하면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할지 정부에 의향을 물어볼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 여부는 산은과 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한다. 정부는 STX조선 노사가 9일까지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 STX조선 법정관리 시 대규모 정리해고…청산 가능성도

    STX조선 노사가 자구계획 이행안과 노사확약서를 산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서 STX조선이 바로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은의 지원이 없으면 오래 버틸 수 없어 법정관리 신청 외에는 현실적으로 답이 없다.

    조선사는 신규 선박을 계속 수주해야 굴러 가는데, 신규 선박 수주엔 산은이 발급해주는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이 꼭 필요하다. RG란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인도하지 못 할 경우, 보증서를 발급한 기관이 대신해서 발주사에 선수금을 돌려주는 보증보험의 일종이다. 조선사가 금융기관의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STX조선은 2월말 기준 1475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돈은 선박 건조를 위한 재료비와 인건비 등으로 써야 해 신규 현금 유입이 끊기면 올해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총 17척. 이 중 건조 중인 선박은 5척 뿐이고 6척(옵션 2척 포함)은 아직 RG 발급도 못 받은 상태다. 산은이 RG 발급을 거절하면 이 물량은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생산직 직원은 물론 사무·기술직 직원들도 대규모 정리해고가 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퇴직 대상이 생산직 직원에서 전체 직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정리해고가 진행되면 STX조선이 희망퇴직자에 지급했던 퇴직위로금(근속 연수에 따라 4~12개월치 월급) 등의 보상도 못 받는다.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회생 또는 청산 결정을 내리는데,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작년에 진행한 실사 결과 STX조선은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매출은 전년의 37% 수준인 3958억원에 불과하고 2012년부터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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