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연구자 이박사의 술 이야기] 한국와인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입력 : 2018.05.09 11:36

    한국인에게 조차 한국와인이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정의하는 와인은 포도로만 만든 술이다. 한국와인은 포도를 포함해서 사과, 감, 머루 등 다양한 과실을 원료로 해서 만든 술들을 광범위하게 지칭하고 있다. 16년 말 기준 국내에는 약 2,011개의 주류제조면허가 있으며 이중 259개가 과실주 제조면허이다(지역특산주는 220개). 시장 규모는 전체 9.3조원 주류 시장 중에 과실주가 1,464억원(지역특산주 148억) 이다.

    한국에서 처음 생산된 와인은 1969년 생산된 애플 와인이다. 이후 몇 가지 제품이 대기업에서 생산되었으나 판매량은 다른 주종에 비해 많지 않았다. 농민들이 생산한 원료를 이용해서 술을 생산할 수 있게 지역특산주(구, 농민주) 면허가 생겨난 때를 한국와인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본다. 지금처럼 다양한 한국와인이 만들어진지 채 20년이 안되었기에 몇 백 년 이상의 기술과 역사를 가진 나라의 와인과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와인축제에 등장한 다양한 종류의 한국와인들.
    한국와인축제에 등장한 다양한 종류의 한국와인들.

    최근 이러한 한국와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을 대표하는 행사의 만찬주로 사용되거나 국제와인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영동와인이 만찬주로 선정되었으며 3월에는 세계 5대 국제와인품평회 중의 하나인 '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영천와인이 금상을 수상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농림부에서 발표한 '빅데이터로 본 전통주 소비 트랜드'를 보면 온라인 판매 이후 다른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과실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작년 추석을 앞둔 온라인 판매의 경우 과실주가 607%의 증가율을 보였다. 현재도 많은 와이너리에서는 과거에 비해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에 한국와인은 결국 품질로 외국와인과 상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 사람이 많았다. 테이스팅을 하면 원료나 발효, 숙성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와인들은 새로운 국산 품종을 사용하거나 품종간의 브랜딩을 통해서 맛을 향상시켰고, 당도를 높이기 위해 과즙을 얼려 단맛을 내거나 포도를 반건조 상태로 해서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품질을 끌어 올리고 있다.

    한국와인축제에 등장한 다양한 종류의 한국와인들.
    한국와인축제에 등장한 다양한 종류의 한국와인들.

    이처럼 한국와인은 지금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과거의 한국와인이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부터는 한국와인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이다. 와인 제조와 와인 문화는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제 한국의 와인이란 무언이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포도 품종과 기후는 외국과 다르기에 한국와인을 수입 와인과 동일하게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 한국적인 원료를 통한 한국와인만의 맛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우리 음식과 매칭도 중요하다.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한국와인이야 말로 한국와인이 가야할 방향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와인은 여러 이유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 이야기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테이스팅 결과 희망을 보았기에 지금부터 한국와인의 발전을 기원해 본다.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다.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컬럼을 쓰고 있다.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


    글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이대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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