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술 산업 분석 시리즈 제1탄] 일본 사케 수출이 고공 행진하는 이유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8.06.05 19:00

    체계적인 시스템 속의 사케 산업, 그 속에서 꽃 피는 탄탄한 문화
    일본의 사케(일본식 청주) 수출이 8년 연속 과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관세국의 발표한 2017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의 청주의 수출 총량은 23,482Kl로, 전년도비 19.0% 증가, 금액은 186억 7,918만 엔으로, 19.9%가 증가되어, 양쪽 모두 8년 연속 최고를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사케는 수출에 있어서는 20년간 급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도 기록을 보면 겨우 12억 엔 내외의 금액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최근 20년간 15배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거의 매년 흔들리지 않는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 꾸준히 20% 전후의 성장세를 보인다.  거품이 전혀 끼지 않는 사케 산업의 성장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일까?

    사케 수출 추이 (단위 백만 엔)
    주질의 결정은 효모가 한다
    1895년,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배상금으로 술 산업의 근대화에 투자한다. 특히 술의 발효를 돕는 미생물학 관련 부분에 적극 투자, 발효주인 일본 사케의 안정적인 생산 및 출하에 힘을 쓴다. 이렇게 힘을 쓴 이유는 당시 전체 세수의 33%를 주세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술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주류였다. 1899년에는 세수 확보를 위해 일본 내 일본식 탁주인 도부로크 등의 자가 양조를 금지하고, 1904년에 기획재정부와 유사한 오크라쇼(大蔵省) 산하에 국립양조시험소가 설립, 이후에 주류총합연구소가 된다. 1905년 전국의 양조기술자를 초대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양조 강습을 시작한다. 이후 1911년에는 사케 맛과 품질을 경쟁하는 전국신주감평회(全国新酒鑑評会)를 개최하게 된다. 초기에는 단순히 사케(청주)중심의 개발이었다면, 1960년대부터는 전국양주감평회, 1977년도에는 증류식 소주 감평회 등을 진행, 다양한 술의 구분과 주질(酒質)을 높이는데 공헌을 한다.

    일반인에게는 술에 대한 견학과 교육을, 해외로 수출하는 술에 대해서는 성분 분석을, 해당 국가의 법령에 맞게끔 자문도 진행한다. 또 설비를 갖추기 못한 영세한 양조장을 위해 다양한 연구시설까지 대여한다.

    동시에 다양한 일본식 양조 용어를 영어로 공식 번역, 해외로 나가는 자국의 술 용어에 혼동이 없게 한 것도 큰 역할이다. 또 그 해에 수확한 사케용 쌀을 전분, 수분, 단백질, 지방 비율 등으로 분석, 발효 및 숙성 기간, 물을 넣는 비율 및 온도까지 모두 분석을 한다. 결국 그 해의 작황에 따라 술이 실패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는 작업. 이렇다 보니 상당히 안정적인 술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알코올발효를 담당하는 효모를 700종 이상이나 개발한 것이다. 효모(酵母)의 한자를 보면 술유(酉)에 효도할 효(孝), 그리고 어머니 모(母)를 하고 있다. 즉, 술에 가장 도움이 되는 존재를 만든다는 것. 그래서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배출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다. 신기하게 이 효모의 종류가 수천 종에 이르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효모 역시 종류에 따라 술의 향과 맛을 다르게 만든다. 주류총합연구소는 이러한 효모를 10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분류 및 개발, 향과 맛에 따른 분류는 물론, 생육온도, 거품의 생성 여부, 발효기간 등 발효 환경에 따른 분류, 와인 및 소주 등 주종에 맞는 주원료에 따른 분류 등 이제까지 700종류 이상의 효모를 개발, 산하기관인 일본양조협회를 통해 배포하고 있다.

    결국, 대규모 R&D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 양조장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폭을 통해, 해당 양조장에 접합한 효모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주질을 높이며, 결국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안정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자본이 약한 중소 양조장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하나 된 사케 협회. 움직일 때는 유기적으로
    일본 사케 및 소주의 협회는 단 한 곳, 일본주조조합중앙회이다. 약 70여 년 전 설립된 이 협회는 전국의 47개의 지역 사케 조합, 양조장 총 1,754곳을 회원으로 둔 곳으로 1년 예산이 약 100억 원 정도의 탄탄한 협회다. 국가와 양조장 간의 소통을 담당하며 다양한 해외 시음 행사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 후원하는 조직이 세계에 일본의 사케를 알린다는 <사케 사무라이>로 세계 유명 주류품평회 등에 SAKE라는 주종을 등록 및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결국 양조장의 모든 힘이 한 협회로 모이고 있으며, 이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사케 사무라이 홈페이지 갈무리
    프리미엄 사케는 증가, 저가 사케는 떨어지는 일본의 사케 내수 시장
    현재 일본의 사케 시장은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감미료 등을 넣은 저가 시장. 또 하나는 쌀과 물과 누룩, 또는 쌀의 도정률을 높인 프리미엄급(순미주 이상급)이다. 특이한 것은 저가 사케 시장은 끊임없이 줄고 있다는 것. 알코올을 떠난다는 알코올바나레(アルコール離れ)라는 신조어까지 일어날 정도로 일본의 술 시장은 작아지고 있고, 특히 기존에 있던 대중주 시장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약진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프리미엄급 사케 시장이다. 술 소비 전체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 시장만은 약진을 하고 있다. 이유는 이러한 술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음식과 연동된다는 것. 결국 취하는 술에서 문화를 즐기는 술 문화로 바꿔가고 있다는 의미다.


    쪼개고 나누고 있는 일본의 사케 분류
    일본의 사케의 특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세밀한 방법으로 분류를 해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원료가 되는 쌀의 도정률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달라진다. 30% 이상 도정은 혼죠조(本醸造) 40% 이상은 긴죠(吟醸) 50% 이상은 다이긴죠(大吟醸) 등으로 표시한다. 최근에는 94%까지 도정한 제품까지 등장, 색다른 제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유는 주원료인 쌀에는 알코올발효의 원료가 되는 전분 이외에 단백질, 지방 등도 같이 있는데, 이것을 다 깎아내면 깎아낼수록 발효 본연의 과실향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도정률 외에 제조 방법에 따라 다양한 분류체계가 있다. 단순히 여과를 할 때, 처음과 중간, 마지막에 나오는 술 명칭이 다 다르며 이러한 여과를 자연의 중력을 이용한 것과 인위적으로 힘을 가해하느냐에 따라 또 종류가 또 구분된다. (첫 여과된 술을 아라시바리(あらしばり), 중간 부분을 나카토리(中取り), 마지막에 나온 술을 세메(責め)라고 부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맛을 구분할 수 있게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며, 계속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신제품을 기다리는 꾸준한 마니아 및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수 있고, 이들이 확고한 소비층 및 전파층으로 가게 된다.

    지역 문화를 이끄는 중소 사케 양조장
    다만, 이러한 다양한 사케를 만들고 전파하는 곳이 대규모 사케 양조장이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의 제품은 고부가가치에서 멀어져 가고 있으며, 지역에 밀착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 만이 살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쌀의 주산지인 니가타로, 해마다 열리는 니가타 사케 축제 사케노진(酒の陣)에는 수십만 명이 찾아오며, 해당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니가타로 가는 항공, 철도, 호텔까지 모두 만석을 이룬다. 야마가타현의 쥬욘다이(十四代)라는 브랜드는 기존 가격보다 수배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하였으며, 수년 전 미일 정상회담 건배주로 선정된 닷사이(獺祭)라는 제품은 신문에 지나친 구입 열풍에 시장가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을 우려, 아예 정가로만 구입하라는 신문 광고까지 내게 된다. 모두 대규모 양조장이 아닌 지역에 밀착한 곳으로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여행지에서의 술, 음식, 명소와 매칭하고 있다. 그래서 도심에서 판매하는 경우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은 이미 수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한때 전 세계를 주름잡는 일본의 반도체 사업은 이미 20년여 전에 한국으로 넘어와 있으며, 우리의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는 일본을 경쟁상대로 생각조차 안 하며 세계로 도약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음식 문화만큼은 우리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대일 막걸리 수출이 대일 일본의 사케 수입량보다 늘어났다며 <막걸리 사케에 압승> 등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나간 적이 있다. 막걸리의 최대 수출액은 2011년으로 약 5천3백만 불이었다. 이후 대 일본 막걸리 수출은 엔저 및 혐한, 한일간의 외교적 갈등의 영향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과연 그 이유뿐일까? 본질은 다른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일본으로 수출된 막걸리에는 우리 누룩 및 우리 토종 효모로 빚은 막걸리를 찾기는 너무도 힘들었다. 일반적인 빵 효모를 쓰는 경우가 많았고, 주종도 단순했으며, 기껏해야 인위적인 과즙 등을 넣은 막걸리가 대부분이었다. 일본 소비자가 단맛을 추구하기에 감미료를 두 배로 넣기도 했으며, 결국 획일적인 막걸리 주종 및 본연의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결국 짧은 호황기로 마무리했다. 누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환경이 본질이 아닌 매출에만 급급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 동안 전통주 및 한국의 술이 가진 가치를 잘 살리지 못한 것에 기인하며,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자국의 술을 무시했다. 대일 막걸리 수출은 일본에 막걸리라는 주종을 알렸다는 부분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했고, 기회가 왔을 때, 잘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술도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기회는 무조건 온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다음에는 꼭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흥기를 이어지지 못했던 한국의 막걸리 수출 산업. 100년 전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쌓아온 일본의 사케. 결국 그 차이가 지속적인 성장으로 가느냐 아니냐를 결정했다. 한국도 토종 효모 개발 등 진행은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 및 지원 분야야 너무도 한정되어 있다.

    이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효모와 술 제조 방법, 원료의 차별화와 안정적인 제조 생산에 수천 년간 쌓아온 다양한 전통주 문화를 접목한다면, 다가오는 기회를 분명히 잡을 수 있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듯한 한류처럼 말이다.

    제 2부는 지속적인 매출하락에 처절히 움직이는 일본 맥주업계를 다뤄봅니다.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했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blog.naver.com/vegan_life)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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