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호, 그가 말하는 춘사영화제와 그의 발자취

  • 조선닷컴 콘텐츠기획팀

    입력 : 2018.06.11 17:56

    영화 ‘유리’로 깐느에 다녀온 것은 물론 ‘바람의 파이터’, ‘아이리스’ 등 격투 영화로도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 양윤호. 그의 영화 ‘바람의 파이터’는 지금도 투어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기존 3부작으로 기획한 만큼 후속작을 기대하는 이도 굉장히 많다. 양윤호 감독은 영화감독을 넘어 동국대학교 교수는 물론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올해 춘사영화제에 관련된 질문에 그는 “올해 춘사영화제를 아시아로 넓혔다. 추후 세계적으로 시스템화 할 수 없을까 해서 주관사 선정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도가 출품하기를 바란다”며 “’사랑’이라는 공통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등 모든 영화가 풀어내는 내용이 다르더라. 우리가 다루는 사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러한 이유때문에라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춘사영화제의 목표를 묻자 “아시아에 봄 영화제가 별로 없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아시아의 봄 마켓을 열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가을을 맡고 있지 않나. 춘사영화제는 서울에서 봄을 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춘사영화제의 심사 방법에 관해 질문하자 “춘사영화제는 공정하다. 외압이 전혀 없다. 평론가 등 덕망 있는 분들의 예심으로 각 부문상의 5배수에서 7~8배수까지 뽑는다. 좋은 영화가 거의 다 들어온다. 독립영화도 많다. 본심에서 영화 감독들이 심사를 한다. 이번에는 ‘춘사 아시아 어워즈’를 새로 만들었다. 마켓 위주로 평가를 하려고 한다. 봄 마켓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아시아인이나 아시아 영화에게 상을 준다”고 전했다.

    과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직업을 갖고 싶어 감독을 택했다던 그는 ‘오발탄’ 유현목 감독과 김호선 감독의 제자로 영화를 많이 배웠다고. 첫 영화 ‘가변차선’에 관해 묻자 “원래 단편 시나리오를 많이 썼었다. 부조리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많이 봤다. ‘가변차선’의 큰 모태는 ‘고도를 기다리며’다. 과거에 버스를 타고 고가도로를 지날 때 가변차선을 지우는 인부들을 봤다. 그들이 중앙 차선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고 있더라. 놀랍고 인상 깊었다. 어쩌면 위험한 장소에서 도시락을 먹는 저 사람들이 궁금하다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고 일화를 밝혔다. 이어 그 영화의 만족도를 묻자 “100% 만족하진 못했었다. 그 뒤 10년 정도 지나 우연히 ‘가변차선’을 상영한다는 안내판을 봤다. 단편영화 걸작선으로 상영중이더라. 10년이 지나고 봤을 때는 ‘그때의 나이에 저 정도면 괜찮았던 것 같다’라고 평가할 수 있게 되더라”고 전했다.

    양윤호 감독은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가 많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가면’의 경우 흥행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모작에 당선된 작품을 각색한 것인데, 트레스젠더 이야기다.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취재도 많이 했다. 젠더바를 실제로 방문해보기도 하고. 극 중 몇몇 대사나 상황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풀기 힘들었다. 무언가 인간에 대한 미묘한 지점들이 참 많았다. 대중적인 재미를 위해 수사로 풀어나갔을 뿐이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유리’의 경우도 고생을 많이 했다. 영화가 철학에 도전한다고 만든 영화였다. 불교 이야기에 예수 행보를 따라가는 내용도 있어서 더 복잡했던 것 같다. 영화는 관념 세계다. 관념 세계를 그려내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또한, 화재영화 ‘리베라 메’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힘들었다고. “당시에는 불, 폭파 관련된 기술이 없었다. 이 기술을 직접 만들어가면서, 굉장히 많은 실험을 해가면서 촬영했다. 어떤 배우가 “감독님은 불이 좋으면 오케이다. 연기보다 불을 보시는 것 같다”라고 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특히 부상자가 굉장히 많았지만 동아대학교 최효진 교수의 도움으로 바로 응급처치를 해 큰 사고가 없었다고 전했다.

    인상 깊었던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양동근은 연기천재다. 믿을만한 연기자다. ‘바람의 파이터’때 본인도 모르게 메소드 연기법을 알고있더라. 메소드 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이미 하고 있었다. 선천적으로 재능도 있고 메소드 연기도 할 수 있는 완벽한 배우다. 아마 연기자로 크게 성공할 것 같다. 또 최민수는 나와 두 작품을 했다. 감독인 내 입장에서는 믿을만한 연기력, 최민수만의 연기 때문에 함께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대규모 오디션에서 김래원을 뽑은 적이 있다. 정말 높은 점수로 뽑혔다. 그런데 캐스팅 된 배우들을 모아 대본 리딩을 하는데, 김래원이 거의 기성연기자의 연기를 하더라. 대부분이 신인 연기자였는데, 그 사이에서 너무 튀었다. 말 그대로 ‘와 정말 잘한다’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됐다”고 과거 비화를 밝혔다.

    양윤호 감독에게 목표 및 좌우명이 있냐고 묻자 “나는 스스로가 증명할 뿐이다. 내가 증명하지 않는 이상 믿어달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는데 나중에 뒤돌아보면 ‘이렇게 되라고 짜여있던 것이었구나’라고 느낀 적이 많다. 그래서 특별히 어떤 것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같이 돌아가는 어떤 그림 안에 있는 것이다. 마지막 그림을 보고 나서는 ‘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후배들에게도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나 하나 때문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이유로 결정이 되는 것이다”라고. 그러니 자책할 필요도, 누구를 원망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대때부터 많이 무겁게 살아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무거운 것을 다뤘다면, 지금은 점점 대중적인 것을 다뤘다. 장단점이 많은데, 대중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이 주다. 불특정다수, 나와 정말 생각이 다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대중영화다. 지금은 대중영화 쪽에 조금 더 가깝지만 아마 정말 나중에, 그 이후에는 조금 더 무거운 내용, 독립영화 쪽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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