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주세가 없는 진짜 이유는?

  •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입력 : 2018.07.04 14:27

    홍콩 하면 다들 어떤 이미지가 있을까? 세계 최고의 야경?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초고층 빌딩? 영웅본색의 배경지? 맛있는 딤섬? 모두 맞는 말이겠지만, 알고 보면 세계 최고의 술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이유는 이곳의 술은 주세가 없기 때문이다. 주세가 없으니 당연히 술값은 저렴하고, 다양한 세계의 술들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

    홍콩은 원래 자유무역항이라 당연히 세금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물건을 수입할 때 붙는 세금이 전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술만큼은 달랐다. 무려 80%나 받았다. 술이 사치품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2007년에 40%로 내리고, 다음 해인 2008년에는 30도 이상의 증류주를 제외하고는 아예 없앴다. 이렇다 보니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은 와인이다.  같은 발효주인 맥주, 사케 등도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가장 고가인 와인의 가격 폭이 컸다. 한국의 경우, 와인을 수입하면 관세와 주세,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약 70% 가까이 과세된다. 이러니 ‘와인 마시러 홍콩 간다’란 말이 나올 정도다.

    캐세이패시픽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와인. 왼쪽부터 프랑스 부르고뉴 마콩지역 샤르도네 품종의 비레-클레세(Viré-Clessé),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헌트웨이(Huntaway), 프랑스 보졸레 지역의 가메 품종으로 빚은 물랭아 반(Moulin-à-vent) 장 로렁, 호주 시라 품종의 더바로산(thebarossan)샴페인 파이퍼 하이직(PIPER-HEDSIEC). 참고로 비행기 내에서는 과음은 금물이다. 비행 중인 비행기 안은 저기압, 저산소 상태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숙취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적은 양으로 가볍게 맛을 비교하는 것 정도로만 추천한다
    서방에 중국을 알린 위대했던 국가, 그 이름은 캐세이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한족이 한자문화권이라는 통합을 이뤄내고, 그 외의 나라들은 나라 이름조차 명맥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제국을 호령했던 원나라, 금나라, 청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국가의 이름이 지금도 이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거란’이다. 거란은 10세기 전후로 요나라 등이 세워지면서 엄청난 세력권을 가지게 된다. 지금의 몽골, 만리장성 이남 연운 16주, 만주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도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방문했다가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중국을 알린다. 그 이름이 바로 거란(카라 또는 키탄)의 영어 발음 캐세이(Cathay)이다. 고대에 진나라가 중국을 대표해서 차이나(China)가 되었다면, 중세가 끝나가는 르네상스부터는 거란(Cathay)이 중국을 대표하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 이름은 홍콩을 대표하는 항공사 캐세이패시픽(Cathay Pacific)으로 이어진다. 어릴 적 우리는 중국의 소수민족 국가의 문자와 나라는 모두 사라졌다고 배웠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은 이렇게 항공사 이름으로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홍콩 크래프트 맥주 문젠 부르어리
    다채로운 홍콩의 크래프트 맥주

    홍콩은 와인도 와인이지만 맥주로도 유명하다. 모두 필리핀 맥주로 알고 있는 산미구엘도 홍콩에서 제2양조장을 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 영국과 중국, 그리고 외국의 문화를 잘 조합하여 흥미로운 느낌의 크래프트 양조장이 생겨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한 곳은 문젠 브루어리(Moonzen Brewery). Kwun Tong 역 도보 5분 거리의 이 양조장은 간판 하나 없는 숨은 양조장이다.

    맥주는 8종 내외를 제조하고 있는데, 시트러스 한 맛을 자랑하는 옥황상제 IPA(알코올 도수 7%), 손오공 에일(알코올 도수 5%), 여신의 모습을 한 초콜릿 스타우트(알코올 도수 5%)가 눈에 띄었다. 문젠 브루어리는 매주 금요일 파티를 진행한다. 6시부터 9시까지이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홍콩달러 250달러 내외를 지급하면 무제한으로 마시며 즐길 수 있다. 공장 안에 위치하고 간판도 없지만 뭔가 다르다고 생각되면 용기를 가지고 초인종을 눌러보자. 그러면 친절한 홍콩인 여주인 Wong 씨와 와 멕시코 출신의 남편 라파엘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반겨줄 것이다.

    홍콩섬의 더머레이 호텔 1층바
    1층에서 즐기는 자유로운 바 분위기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모인 홍콩섬의 저녁은 가볍게 맥주 한 잔하는데 있다. 특히 우리와는 문화가 다르게 고층 건물 1층에 바가 오픈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업무가 끝난 뱅커들이 과음이 아닌 가볍게 맥주 한잔하고 귀가하는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바는 홍콩 시티뱅크 본사와 호텔 더 머레이의 1층 바이다. 가볍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자유무역항과 금융허브라는 홍콩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홍콩역 시티슈퍼에서 만난 이탈리아 와인 가야 마가리, 프로미스, 귀달베르토 등. 모두 한국에서 인기 많은 제품이다
    편하게 와인 구매한다면 홍콩 역 시티 마트에서
    홍콩섬의 와인 매장에서는 시음도 꽤 자유롭게 해 주는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공항으로 가는 시발역인 홍콩 역과 연결된 IFC 몰 내에 위치한 시티슈퍼(C! ty'super)이다. 와인뿐만이 아닌 위스키 시음도 제공하는 만큼 귀국길에 한번 들러보면 좋다. 와인은 한국 대비 20~30% 정도 저렴한데 상품에 따라서는 50%도 저렴한 경우도 많다. 빈티지 및 상품기획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25만 원 전후인 돔 페리뇽의 경우, 이곳에서는 15만 원 전후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참고로 앞서 설명한 문젠 브루어리 손오공 및 옥황상제 버전 등 다양한 홍콩의 크래프트 맥주도 판매하고 있다.

    홍콩이 술에서 자유로운 이유

    홍콩이 이렇게 주세를 폐지하고 술을 권장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유무역항과 동아시아의 와인 허브를 지향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음주사고 비율도 한국, 일본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비율의 경우 한국이 세계 49위, 그리고 일본이 71위, 홍콩을 비롯한 중국이 83위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우리보다 음주습관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세를 폐지한 홍콩의 경우를 보면, 우리에게 이러한 정책은 아직 시기 상조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잘못하면 내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술이 나를 마셔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홍콩에서의 애주가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술을 제어하고 절제할 줄 아는 좋은 음주습관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명욱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주류문화칼럼니스트
    일본 릿쿄(立教)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10년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포탈사이트에 제공했다. 가수겸 배우 김창완 씨와 SBS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전통주 코너를 2년 이상 진행했으며, 본격 술 팟캐스트 '말술남녀'에도 출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O tvN의 어쩌다어른에서 술의 역사 강연을 진행했다. 명욱의 동네술 이야기(blog.naver.com/vegan_life) 블로그도 운영중이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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